아산 1장 발제
질문 및 토론
앎의 바탕 구도
작성자
송양수
작성일
2019-12-08 20:21
조회
5403
후기 : 물질, 공간, 시간 등 에 대한 다른 관념, 혹은 진실에 더 접근한 관념에 대해 정밀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됩니다. 동시에 물질, 공간, 시간에 대한 자득적인 (혹은 고전적인) 관념에 대해서도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 : 질문은 아직 없지만 .... 굳이 하자면 '무엇이 어떠하다'라는 구도는 좀 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구도가 '특성'은 '무엇', '상태'는 '어떠하다' 에 대입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 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말의 어감으로 '특성과 상태'는 둘다 ' 어떠하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서 굳이 '무엇'에 해당하는 것을 찾자면 그것은 그냥 '물질'이 아닌가 생각하고, 질량, 위치, 움직임(운동)은 모두 '어떠하다' 즉, 그 물질의 특성이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어떤 필요에서 특성, 상태라는 카테고리를 분류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무엇이 어떠하다 라는 구도에는 대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그렇게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허접한 1장 발제글을 첨부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집컴퓨터 사용안하다보니 잘안켜져서 늦었습니다(^.^)/*
질문 : 질문은 아직 없지만 .... 굳이 하자면 '무엇이 어떠하다'라는 구도는 좀 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구도가 '특성'은 '무엇', '상태'는 '어떠하다' 에 대입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 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말의 어감으로 '특성과 상태'는 둘다 ' 어떠하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서 굳이 '무엇'에 해당하는 것을 찾자면 그것은 그냥 '물질'이 아닌가 생각하고, 질량, 위치, 움직임(운동)은 모두 '어떠하다' 즉, 그 물질의 특성이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어떤 필요에서 특성, 상태라는 카테고리를 분류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무엇이 어떠하다 라는 구도에는 대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그렇게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허접한 1장 발제글을 첨부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집컴퓨터 사용안하다보니 잘안켜져서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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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잘 보았습니다. 아산 세미나에서 인쇄된 발제문을 제가 다른 분께 양보해서 따로 가지고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올려주신 발제문이 더더욱 고맙습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사용하시는 용어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특성(特性 charateristic)에 성(性)이란 글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성질(性質)'의 하나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질량'이라는 물성은 물체가 가진 속성 내지 성질 중 하나인데, 왜 이것을 전체 서술구도의 '특성'이라 부르면서 '술어'가 아니라 '주어'에 해당한다고 말하는가 의문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과학과 메타과학>을 읽을 때 그렇게 오해를 했었습니다. 1990년의 일이니 조금 오래 전 일입니다. 질량은 물질의 속성이라는 관념이 머리 속에 꽉 박혀 있었죠. 게다가 어차피 질량이라는 게 저울로 재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더 깊이 공부를 하다 보니, 질량이라는 것이 물체 내지 물질의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적으신 것처럼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그냥 물질 내지 물체가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 정직한 태도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것 또는 저것, 이 물체 또는 저 물체를 가리키고 지칭하고 언급할 수 있지만, 정작 가장 추상적인 서술에서는 그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중세유럽 스콜라 철학에서 둔스 스코투스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원초적 이것임 primitive thisness"이란 의미로 haecceity라는 용어를 들여옵니다. 라틴어에서 haec은 hic과 더불어 '이것'이라는 의미의 대명사입니다. 그런데 스콜라 철학을 비롯하여 철학적 사유가 그렇듯이, '이것'이란 말을 규정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물체의 테두리는 어디까지일까요? 어디까지가 이 물체이고 어디부터가 저 물체일까요? 물질은 또 뭘까요? 그렇게 따지다 보니 물질 또는 물체가 가지는 가장 최종적이고 가장 근원적인 규정이 무엇인가 더 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령 뉴턴은 그것을 다름 아니라 '질량'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mass입니다. 뉴턴과 그 전 시대의 데카르트와 케플러는 이를 quantitas materiae라는 라틴어로 나타냈습니다. 그 의미는 '물질의 양'입니다. 줄여서 '질량(質量)'입니다. 물질 내지 물체를 대변하는 가장 근원적인 양이 바로 질량인 셈입니다.
그 물체 또는 물질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잠시 뒤 어디로 움직여 갈지 등을 나타내는 위치, 운동, 운동량 같은 것은 사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 있을 수도 있고 저기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가변적 요소'라고 말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와 달리 이것이 저리로 움직여 간다한들 그것이 본연의 속성인 '질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불변적 요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가 아산 세미나에서 장회익 선생님께 질문했던 내용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형 없는 형"인 특성을 '불변적 요소', "상 없는 상"인 상태를 '가변적 요소'로 보고 싶었거든요. 장회익 선생님의 답변은 '불변/가변'이라는 용어는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하간 위에 제기하신 질문은 아주 중요하고 어렵고 의미 있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