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철학의 네 방향
양자역학과 철학
지난 자연철학 세미나에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 대한 서평 넷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제가 언급한 책 세 권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Roland Omnès (1999). Quantum Philosophy: Understanding and Interpreting Contemporary Scie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https://amzn.to/3s6mXW2) [Philosophie de la science contemporaine. Gallimard. (1994)]
Alyssa Ney (2021). The World in the Wave Function: A Metaphysics for Quantum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amzn.to/3y3z61W)
Karan Barad (2007).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 Duke University Press. (https://amzn.to/3kO7LsV)
이 세 권의 책은 모두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의 이론을 토대로 더 확장하여 철학 일반으로 발전시키는 논의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는 단순히 양자역학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양자역학이라는 가장 세련된 물리학 이론이 주는 함의를 최대한 확장하여 철학 일반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올해 91세인 롤랑 옴네스(Roland Omnès)는 프랑스의 물리학자로서 "정합적 역사 접근(Consistent Histories Approach, CHA)"이라 부르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B. 그리피스(Robert B. Griffiths),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 제임스 하틀(James Hartle) 등과 더불어 발전시켰습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qm-consistent-histories/
옴네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런 논의가 과학철학 나아가 철학 일반에 대해 어떤 함축을 지니는지 더 탐구해 오고 있습니다.
알리사 네이의 책은 정대현 선생님도 서평에서 인용하시고 있는데, '파동함수' 속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양자물리학의 존재론(형이상학)을 상세하게 해명하고 있습니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데이비드 앨버트(David Albert)와 배리 로워(Barry Loewer)가 "파동함수 실재론(Wave Function Realism)"이라고 부른 주장을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태함수가 단지 양자대상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확장된 의미의 실재임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여러 면에서 장회익 선생님의 "사건야기 성향"으로서의 상태 개념과 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캐런 버라드의 책은 조금 더 독특합니다. 버라드는 격자(살창) 게이지 이론이라 부르는 입자물리학의 한 분야를 전공한 물리학자인 동시에 페미니즘 철학을 정교하게 전개하는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우주를 절반씩 만나기"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으로 적혀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양자계산, 양자암호, 양자통신, 양자전송 등에서 주목 받고 있는 양자얽힘(entanglement)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얽힘이 '물질과 의미의 얽힘'입니다. 버라드는 닐스 보어의 접근을 근간으로 삼아 행위자 실재론(Agential Realism)을 주장합니다.
이 세 책 모두 양자역학에서 시작하지만 단지 양자역학의 해석에 머물지 않고 이를 철학 일반의 문제로 확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근본적 새 자연철학을 모색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장회익 선생님께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기타의 접근에서 추구하시는 새 자연철학과 이 세 책의 저자의 접근이 일맥상통한다고 믿습니다. 또 그러한 접근들을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과 비교하여 차이를 밝히고 서로 공감하는 문제를 해명함으로써 새 자연철학을 향한 걸음에 든든한 길동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를 읽는 관점과 접근방식은 여러 가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이 새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심학제4도와 심학제9도에서 해명되고 있는 양자역학과 그에 기반을 둔 새로운 존재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세 가지 접근과 비교하여 연관되거나 차이가 나는 부분을 드러나게 살펴보는 작업이 의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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