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상대성이론의 존재론: 아인슈타인, 민코프스키, 로렌츠
종교철학자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는 상대성이론의 존재론으로서 아인슈타인의 견해, 민코프스키의 견해, 로렌츠의 견해를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William Lane Craig (2008). "The metaphysics of special relativity: three views". In: William Lane Craig and Quentin Smith (eds.), Einstein, Relativity and Absolute Simultaneity, Routledge, 2008
https://ndpr.nd.edu/reviews/einstein-relativity-and-absolute-simultaneity/
아인슈타인의 견해는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을 독자적인 것으로 보면서도 동시 개념의 상대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이 얽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표준적인 해석입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4차원 시공간 개념은 민코프스키의 해석입니다. 아인슈타인 자신이 1913년 무렵의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아인슈타인은 오랫 동안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개념을 제대로 이해햐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아르젤리에(Henri Arzeliès)는 Relativistic Kinematics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The Minkowski continuum is an abstract space of four dimensions, the sole role of which is to interpret in geometrical language statements made in algebraic or tensor form. . . . The four-dimensional continuum should therefore be regarded as a useful tool, and not as a physical ‘reality’ ... ‘‘It is perfectly clear that in relativity, the ordinary three-dimensional space (which is Euclidian in special relativity) and the time of pre-relativistic physics is employed."
(Arzelie`s 1966: 258).
그런데 흥미롭게도 세 번째 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헨드릭 안톤 로렌츠의 해석입니다.
크레이그는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석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해석’과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해석’과 로렌츠의 ‘절대 공간 해석’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의 주류 해석은 4차원 시공간을 중심에 놓는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해석’입니다. 이것은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의 개념을 폐기해야 할 낡은 관념으로 간주하고, 4차원 시공간이야말로 진짜 세계라고 보는 해석입니다. 이 해석에서 시공간 도표(민코프스키 도표)는 세계에 대한 표상이며, 시간 느려짐이나 길이 줄어듦은 (3+1)차원이라는 낡은 시공간 존재론을 고집할 때에만 이상한 것이 됩니다. 4차원 시공간에서는 로렌츠 변환이 확장된 의미의 회전변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에게는 민코프스키 식의 기하학적 접근이 아니라 3차원 유클리드 공간과 1차원 시간이 분리되어 있으되, 광속 일정과 상대성의 원리에 따라 서로 연관되어 있는 접근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관심은 기하학이 아니라 운동학과 동역학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해석’에서는 4차원 시공간의 존재론 대신 (3+1)차원의 존재론을 주장합니다. 시간 느려짐이나 길이 줄어듦 등은 다른 관성계에서 볼 때 명백한 것이며, 시공간 도표는 세계의 ‘진짜 모습’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장치일 뿐입니다.
지금은 거의 기억되지 않지만, 로렌츠는 이 두 가지 해석과 다른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주장합니다.
3a) 물체는 시간 속에서 지속성을 갖는 3차원 공간의 존재자이다.
3b) 절대 좌표계 S0에서는 빛의 속도가 어느 방향으로나 똑같은 값이며, 또한 광원의 속도와 무관하다.
3c) 절대 좌표계 S0을 기준으로 이에 대하여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에서는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늘어나는 상대론적 효과가 있다.
로렌츠는 형이상학적인 이유로 에테르가 존재하며 시간과 공간은 다른 것이고, 참된 시간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수용했습니다. 로렌츠는 이 가정이 상대성이론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나 민코프스키의 해석과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입니다. 로렌츠의 해석은 직관적인 시간과 공간 개념을 폐기하지 않고도 특수상대성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어서 흥미롭습니다.
크레이그는 종교철학자이자 신학자로서 이 로렌츠의 해석이 유신론적 세계관과 상대성이론의 조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크레이그의 이러한 접근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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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군요. 그냥 4차원의 세계다 가 아니네요.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은 제가 정리를 한 것은 아니고, 단지 상대성이론의 존재론적 해석에 세 가지가 있다는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의 주장을 소개한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이 관점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은 절대좌표계를 입증하는 문제, 즉 에테르라 하는 것이 정당화될 때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이야기할 만한 물리학적 근거가 있는지요?
조금 거칠게 말하면, 에테르 정지계라는 절대좌표계는 신의 시공간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그 좌표계에 있지 않는 한 에테르 정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마치 우리가 신이 되지 않는 한 신의 뜻을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지금의 물리학자들은 로렌츠의 해석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지만, 로렌츠의 해석이 지금까지의 실증적 증거들과 충돌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직 제3의 해석으로서 여지는 남아 있는 셈입니다.
크레이그가 제안하는 로렌츠 해석은 나름 흥미롭지만, 가령 Balashov & Janssen (2003)은 크레이그의 저작 The Tensed Theory of Time (2000), The Tenseless Theory of Time (2000), Time and the Metaphysics of Relativity (2001)에 대한 논평을 통해 크레이그가 말하는 로렌츠 해석은 역사적으로도 부적합하고 개념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Balashov Yu & Janssen M 2003 “ Presentism and Relativity” Br J Philos Sci 54 (2): 327-346.
DOI:10.1093/BJPS/54.2.327
첨부파일 : balashov-janssen2003_presentism-relativity_BJP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