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몇 가지 개인적인 의견
(1) 만유인력을 적용할 때 처음에는 거기에서도 위치와 힘을 세 개의 방향으로 쓰는 걸로 해봤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양쪽에서 만유 인력이 작용하면 1차원으로만 힘이 작용되고 다른 방향으로는 작용 안 하는 것 아닌가?
저의 의견: 뉴턴의 보편중력은 뉴턴의 용어로 '구심력 centripetal force', 요즘 용어로 '중심력 central force'이라 부르는 것의 일종입니다. 두 물체를 연결하는 직선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1차원입니다. 하지만 물체의 운동 자체는 2차원이나 3차원으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중심력에 대해 뉴턴이 처음 증명했고 지금은 대학 1학년 초급물리학 교과서에도 설명되어 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심력만 있다면, 두 물체의 운동을 움직이지 않는 고정점(중심)과 그 주위에서의 운동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2체 문제를 1체 문제로 환원한다고 합니다.
또 중심력만 있는 경우에는 각운동량이라 부르는 특별한 물리량이 반드시 보존되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흔히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예로 많이 들죠. 팔을 벌리고 있다가 좁히면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바로 각운동량 보존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각운동량이 크기만이 아니라 방향도 보존되기 때문에, 각운동량의 보존은 곧 운동이 어느 한 평면에 갇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중심력만 있다면 3차원 운동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어느 평면에 갇힌 것만 고려하면 됩니다. 맨 처음에 두 물체가 서로 당기고 있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서로에 대해 회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1체 문제로 환원했다면, 움직이는 물체(행성)이 일정한 평면 안에서 돌고 있다고 말해도 됩니다.
그래서 가령 태양계의 여덟 행성과 소행성은 모두 하나의 평면 안에서 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org/media/orbital-plane/ )
중심력 문제에서는 $(x, y)$와 같은 데카르트 직교좌표계가 아주 불편합니다. 대신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일정한 방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잰 각 $(r, \theta)$으로 이루어진 극좌표계가 편리합니다. 두 좌표계의 관계는 $$ x = r \cos\theta , y=r\sin\theta$$ $$ r=\sqrt{x^2+y^2} , \theta = \tan^{-1}\frac{y}{x}$$로 주어집니다.
케플러 문제를 풀면 $$r=\frac{p}{1+\varepsilon \cos\theta}$$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은 곧 타원의 방정식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대답: "힘을 줘서 던진 상황도 서술해야 되기는 하겠지만, 여기서는 던져서 손을 떠난 순간부터의 운동만 얘기하는 것이다. 던지기 위해서는 힘을 줘야 하는데, 그것도 굉장히 복잡한 물리학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쉽게 하기 위해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데서부터 초기 조건을 잡는 것이다."
현대의 물리학에서도 공을 던질 때 내가 무엇을 공에게 주는 것인지 완벽하게 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19세기에 이 문제가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다리를 짓는다거나 건축물에 이런 종류의 지식(고전역학)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작 행성의 움직임 정도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다리에 들어가는 철의 강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축물의 기둥의 굵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층고와 건물바닥의 두께는 어떤 관계인가를 해명해야 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글 "고전역학을 통한 세계의 이해"에서 소개한 프랑스의 공학자 집단(ingénieur savant)이 이 문제를 직접 파고들었습니다. 그 중 물체에 충격을 가할 때 물체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힘을 받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탐구하는 분야가 탄성체 역학입니다. 가볍게 말하면 용수철의 반발력이 가해진 힘에 비례하고 방향이 반대라고 하면 충분할 것 같지만, 탄성체에 작용하는 힘과 그 변형은 대단히 복잡하고 난해합니다. 이것이 소위 변형력(stress)과 변형(strain)의 관계이고, 기계공학과나 조선공학과 같은 데에서 한 학기 내내 문제 풀고 숙제 제출하고 하면서 힘들게 배우는 교과목 중 하나입니다.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다만 초급 물리학에서는 이런 모든 복잡한 문제를 일일이 따질 수 없으니까, 장회익 선생님 말씀처럼 어찌어찌해서 처음 속도가 얼마가 되었다고 하자고 퉁 치고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관심이 옆으로 던진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톡 치거나 손으로 던지는 행위가 어떻게 그 물체에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또 그 물체의 상태(위치와 속도)를 결정하는가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동안 탄성체 역학과 기본적인 유체역학이 더 발달하고, 20세기에 들어서서 세련된 유체역학이 체계화되면서, 점점 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19세기말부터 점점 많아진 자동차의 차체를 만드는 과정에도 이런 지식들이 정교하게 들어갑니다. 그 동안 간과했던 유체 문제를 탐구하면서 가령 골프공을 만드는 데에도 유체역학의 성과들이 들어갑니다. 골프공에 있는 작은 홈들이 유체역학을 적용한 결과 중 하나이죠. 유체역학은 그 무엇보다도 항공역학으로 연결되어 엄청난 힘을 발휘했습니다.
요컨대, 처음에는 질점에 대해서만 간신히 풀어내다가 강체를 풀 수 있게 되고, 다시 탄성체와 유체로까지 범위가 확장되면서 충격력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초기 속도'라는 것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고 퉁 치고 넘어가는 추상화가 필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6) 대상이 이동을 한다고 할 때 이미 그것은 시간이 결부되어서 일어난 일일텐데 왜 시간축이라는 것을 또 다시 고려하는지
저의 의견: 아시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에서는 '운동(運動 motus)'이라는 말은 모든 종류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변화'를 가리키는 '운동'은 언제나 시간과 함께 이야기되었습니다. 항상 "먼저"와 "나중"이 구별될 때에야 비로소 변화가 있는지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세기 파리 대학의 뷔리당이나 오렘 등의 자연철학자들이 이 개념을 "위치의 변화(motus localis)"의 의미로 축소시켜 논의를 하기 시작했고, 데카르트나 하위흔스도 그 계보를 따랐습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함수 그래프가 처음 등장한 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20세기 이후에는 함수와 함수의 그래프를 거의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함수는 두 집합 사이의 대응입니다. 이쪽 집합의 원소들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쪽 집합의 원소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자 할 때 가장 편리하고 분명한 방법이 함수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입니다. 누가 언제 그러자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입력에 해당하는 독립변수를 가로축에 놓고 출력에 해당하는 종속변수를 세로축에 놓으면, 함수의 변화양상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이든 뉴턴 당시의 새로운 물리학적 자연철학이든 변화의 독립변수는 대부분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가로축에 놓고 위치를 세로축에 놓으면 위치의 변화, 즉 좁은 의미의 운동을 눈에 확 드러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대충 찾아보니 18세기까지도 그런 뛰어난 시각표현장치가 별로 사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쇄술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활자를 이용한 활판인쇄를 해야 하는데 텍스트 중간에 그래프를 넣기 어려워서 따로 그림도판을 만들어 책의 맨 뒤에 끼워넣는 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함수를 그래프(곡선)로 나타내는 기법은 19세기 후반쯤에는 꽤 퍼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렇게 늘어놓고 보면 1차원 독립변수와 1차원 종속변수를 합하여 2차원 곡선으로 표시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매우 유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블랙-숄츠 방정식이나 COVID-19 확진자 수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주식동향이나 환율의 증감을 보여주는 그래프 등이 모두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시간이 흐를 때 공간적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면 자연스럽게 수평축에 시간을 배치하고 수직축에 위치를 배치하는 2차원 곡선(그래프)을 그릴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도표)는 독립변수로서 시간축을 따로 놓고 거기에 종속변수를 나타내는 세로축을 놓는 것입니다.
만일 독립변수가 셋이고 종속변수가 셋이라면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6차원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대답 중에서 '차원'이란 말을 수학자들이 쓰는 것처럼 자유롭게 쓰지 말고 서로 대등한 것에 국한시키는 게 좋겠다고 하신 것은 상대성이론을 염두에 두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공간의 세 좌표뿐 아니라 시간의 좌표까지 네 좌표가 정말로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성이론의 시공간 해석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는 것은 이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3장에서 기회가 될 때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대략 특수상대성이론의 해석을 (1)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해석 (2) 아인슈타인의 동역학적 해석 (3) 로렌츠의 특별 관성계 해석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접근에서는 아인슈타인도 4차원 시공간 해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Hermann Minkowski’s Spacetime: The Theory that Einstein Overlooked"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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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학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저의 의견을 달아 놓은 것을 다시 읽어보니 그 때 나름 신경써서 시간도 많이 들여 글을 올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한번 살펴봐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서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심화학습이면서 총정리도 되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심화학습 또는 총정리라기보다는 저의 의견에 더 가깝습니다. 어느 구절들은 장회익 선생님의 대답과 배치되기도 합니다. 저는 물리학과 달리 자연철학에는 '정답'이 따로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 심화 토론으로 하겠습니다. ^^
“심화 토론”이란 표현이 참 좋습니다. 무엇인가를 더 깊이 살피고 이야기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제가 또 너무 이야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