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뉴턴과 로버트 후크와 역제곱힘 (보편중력)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1-11-25 16:03
조회
2486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아이작 뉴턴의 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1675년 2월에 뉴턴이 영국 왕립협회 간사였던 로버트 후크에게 보낸 편지에 담겨 있습니다.
"What Des-Cartes did was a good step. You have added much several ways, & especially in taking the colours of thin plates into philosophical consideration.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lders of Giants."
존 그리빈의 책 Science: A History (2010)[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2021)]에 따르면, 뉴턴이 이 말을 쓴 것은 곱사등이에 키가 작았던 로버트 후크에 대한 비아냥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the widely known proverb about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published among others by seventeenth-century poet George Herbert (a former orator of the University of Cambridge and fellow of Trinity College) in his Jacula Prudentum (1651), had as its main point that "a dwarf on a giant's shoulders sees farther of the two", and so its effect as an analogy would place Newton himself rather than Hooke as the 'dwarf'. " (http://amzn.to/2paWjgt )
로버트 후크는 런던 왕립협회의 실험 간사로서 다재다능했습니다. 그는 현미경으로 작은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이를 멋진 그림으로 그려 <마이크로그라피아>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뉴턴이 '두 프리즘 실험'으로 새로운 빛과 색의 이론을 제시한 것을 비판했고, 핼리-렌-후크의 내기에서 케플러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태양과 행성 사이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해야 함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었습니다.
뉴턴은 후크의 수학적 능력을 늘 무시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가장 결정적인 공로의 출발점이 실상 후크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못견디게 싫어했다고 합니다.
뉴턴이 말년에 보낸 편지 때문에 뉴턴이 대학시절 역병이 돌아 고향에 가 있을 무렵에 역제곱힘을 알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뉴턴 사후 프랑스의 위그노 학자 피에르 데메조(Pierre Des Maizeaux)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In the beginning of the year 1665 1 found the Method of approximating series & the Rule for reducing any dignity of any Binomial into such a series. The same year in May I found the method of Tangents . . . , & in November had the direct method of fluxions & the next year in January had the Theory of Colours & in May following I had entrance into ye inverse method of fluxions. And the same year I began to think of gravity extending to ye orb of the Moon & (having found out how to estimate the force with wch globe revolving within a sphere presses the surface of the sphere) from Keplers rule . . . I deduced that the forces wch keep the Planets in their Orbs must be reciprocally as the squares of their distances from the centers about wch they revolve: & thereby compared the force requisite to keep the Moon in her Orb with the force of gravity at the surface of the earth, & found them answer pretty nearly. All this was in the two plague years of 1665 & 1666. For in those days I was in the prime of my age for invention & minded Mathematicks & Philosophy more then at any time since."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Add. MS 3968.41, fol. 85. https://www.laphamsquarterly.org/revolutions/anni-mirabiles)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Add. MS 3968.41, fol. 85. https://www.laphamsquarterly.org/revolutions/anni-mirabiles)
행성운동의 문제를 다소 신비주의적인 '중력'(고전역학보다는 연금술과 헤르메스주의에 가까운)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담긴 노트가 남아 있지만, 역제곱힘에 대한 언급이나 주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장 선호되는 역사적 가설 하나는 뉴턴은 1679년 무렵부터 로버트 후크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역제곱힘으로 케플러 법칙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얻었다는 것입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화는 1684년 8월 에드먼드 핼리가 케임브리지로 뉴턴을 찾아갔던 일입니다. 핼리가 뉴턴에게 "태양과 행성 사이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하면 궤적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뉴턴은 지체하지 않고 "타원"이라고 답했으며, 자신이 대학 시절에 이미 그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뉴턴은 그 기록(노트)를 찾지 못한 채 나중에 노트를 찾으면 보내주겠다고 말했고, 그로부터 18개월 뒤에 이를 증명하는 짧은 논문("De motu corporum in gyrum")을 새로 써서 보냈습니다. 핼리는 뉴턴에게 그 논문을 저서로 확장하여 출판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했습니다. 당시에 런던 왕립협회의 재산이 부족하여 출판비용을 내기 힘들다고 하자 핼리는 자신의 사재를 왕립협회에 빌려주는 식으로 하여,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출판비용을 감당했습니다.
핼리가 뉴턴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실상 그 전에 (1670년 경 그레셤 컬리지 시절부터) 로버트 후크, 크리스토퍼 렌과 셋이서 그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었기 때문입니다. 후크는 자신이 그에 대한 답을 알아냈다면서 그 답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는 내기도 걸었습니다. 1673년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앙 하위헌스가 비스 비바(vis viva) 즉 운동 에너지의 보존에 대해 말했던 그 저서 Horologium oscillatorium sive de motu pendularium에 처음으로 원심력의 공식이 등장했고, 이를 케플러 법칙과 연결시키면, 등속 원운동의 경우에는 태양과 행성 사이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679년 11월 24일에 런던 왕립협회 간사(Secretary)의 이름으로 후크가 뉴턴에게 보낸 편지에는 정확히 이 문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 For my own part I shall take it as a great favour if you shall please to communicate by Letter your objections against any hypothesis or opinion of mine, And particularly if you will let me know your thoughts of that of compounding the celestiall motions of the planetts of a direct motion by the tangent & an attractive motion towards the centrall body, or what objections you have againt my hypothesis of the lawes or causes of springynesse.” (1679년 11월 24일 후크가 뉴턴에게 보낸 편지)
뉴턴은 11월 28일에 보낸 답장에서 이 문제에 관심이 없으며, 후크가 언급한 가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I did not, before the receipt of your last Letter, so much as heare (that I remember) of your Hypotheses of compounding ye celestial motions of ye Planets, of a direct motion by the tangt to ye curve, and of the laws and causes of springyness.”
"I did not, before the receipt of your last Letter, so much as heare (that I remember) of your Hypotheses of compounding ye celestial motions of ye Planets, of a direct motion by the tangt to ye curve, and of the laws and causes of springyness.”
[Julian B. Barbour (1989). Absolute or Relative Motion?: Volume 1, The Discovery of Dynamics: A Study from a Machian Point of View of the Discovery and the Structure of Dynamical Theories. CUP. p. 542. http://amzn.to/2pWpnpf ]
여하간 기록상으로 뉴턴이 이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684년 8월에 핼리가 케임브리지로 뉴턴을 찾아가면서부터입니다. 1685년부터 뉴턴은 당시 왕실천문학자(그리니지 천문대장) 존 플램스티드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행성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riting_of_Principia_Mathematica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초고가 나올 무렵, 핼리는 저서의 어딘가에 역제곱힘의 아이디어가 후크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언급해 달라고 뉴턴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 that Hooke had some pretensions to the invention of the rule for the decrease of gravity being reciprocally as the squares of the distances from the centre. ... yet the demonstration of the curves generated thereby belonged wholly to Newton."
그러나 뉴턴은 책 전체에서 단 한번도 후크를 언급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679년에 출판된 Collection of Lectures: Physical, Mechanical, Geographical and Astronomical including An Attempt to prove the Annual Motion of the Earth, Animadversions on the Machina Coelestis of Mr. Hevelius, A Description of Helioscopes with other instruments, Mechanical Improvement of Lamps, Remarks about Comets 1677, Microscopium, Lectures on the Spring, etc.에서 후크는 역제곱힘의 아이디어를 명시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역제곱힘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에 대한 엄밀한 증명이라 할 수도 있지만, 뉴턴이 기본적인 감사의 글조차 남기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후크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후크가 뉴턴에게 역제곱힘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뉴턴이 후크에 대한 언급을 두려워한 게 아닌가 의심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하나는 1703년 후크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에 영국 왕립협회의 회장이 된 뉴턴이 왕립협회에 남아 있는 후크의 모든 흔적을 제거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역제곱힘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에 대한 엄밀한 증명이라 할 수도 있지만, 뉴턴이 기본적인 감사의 글조차 남기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후크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후크가 뉴턴에게 역제곱힘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뉴턴이 후크에 대한 언급을 두려워한 게 아닌가 의심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하나는 1703년 후크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에 영국 왕립협회의 회장이 된 뉴턴이 왕립협회에 남아 있는 후크의 모든 흔적을 제거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전체 694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연철학 강의 공부모임>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270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270 |
공지사항 |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316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316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2780
|
neomay33 | 2023.04.20 | 3 | 12780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5525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5525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2464
|
시인처럼 | 2022.03.07 | 0 | 12464 |
679 |
[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
2025.01.28
|
추천 1
|
조회 143
|
자연사랑 | 2025.01.28 | 1 | 143 |
678 |
[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
2025.01.27
|
추천 1
|
조회 153
|
자연사랑 | 2025.01.27 | 1 | 153 |
677 |
[자료] 고립계, 닫힌 계, 열린 계
자연사랑
|
2025.01.20
|
추천 1
|
조회 150
|
자연사랑 | 2025.01.20 | 1 | 150 |
676 |
[자료] 열역학 영째 법칙과 온도의 정의 (2)
자연사랑
|
2025.01.19
|
추천 0
|
조회 179
|
자연사랑 | 2025.01.19 | 0 | 179 |
675 |
상호작용 없는 측정(엘리추르-바이드만)과 겹실틈 실험
자연사랑
|
2024.12.25
|
추천 0
|
조회 163
|
자연사랑 | 2024.12.25 | 0 | 163 |
674 |
[자료] 푸리에 변환과 힐버트 공간
자연사랑
|
2024.12.10
|
추천 0
|
조회 217
|
자연사랑 | 2024.12.10 | 0 | 217 |
673 |
양자역학이 답하고 있는 문제: 상태를 어떻게 서술할까?
자연사랑
|
2024.12.09
|
추천 0
|
조회 193
|
자연사랑 | 2024.12.09 | 0 | 193 |
672 |
양자역학이 답하려 했던 문제 (4)
자연사랑
|
2024.12.04
|
추천 3
|
조회 282
|
자연사랑 | 2024.12.04 | 3 | 282 |
671 |
[질문에 대한 의견] 시간, 공간, 시공간의 휘어짐과 중력 (5)
자연사랑
|
2024.11.26
|
추천 2
|
조회 257
|
자연사랑 | 2024.11.26 | 2 | 257 |
670 |
[질문에 대한 의견] 만유인력 vs 중력장 (3)
자연사랑
|
2024.11.26
|
추천 1
|
조회 235
|
자연사랑 | 2024.11.26 | 1 | 235 |
이 글은 2020년 3월 COVID-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여 세상이 모두 정지하려 할 무렵에 제가 여기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에 썼던 다른 글 ("뉴턴의 기적의 해라는 신화")과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기본 생각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