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세미나3회(2021/10/14)] 갈릴레오의 <근대과학>은 성공을 이어갔으나, 장현광의 <근대학문>은 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을까?
[질문-세미나3회(2021/10/14)] 갈릴레오의 <근대과학>은 성공을 이어갔으나, 장현광의 <근대학문>은 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을까?
[질문의 내용으로 장회익 선생님의 <<과학과 메타과학>> 1장. 자연과학의 연구방법과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제1장. 소를 찾아 나서다 의 일부를 발췌하여 놓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1664~1642): <<과학과 메타과학>>(장회익, 2021, 현암사)에서 발췌
자연과학의 연구 방법을 논의하는 데는,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과학 발전 과정에 나타난 지식 추구 방식들을 고찰하고 이들의 특징적 면모들을 정리하여 새 지식의 탐색을 위한 규범으로 삼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이른바 과학적이라 불릴 수 있는 하나의 전형적 사례를 찾아내어 이것이 우리의 일상적 지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과학적 지식의 전형으로 채택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대 과학의 효시라 불리는 갈릴레이의 낙하법칙이다. 갈릴레이가 낙하법칙을 발견한 경우를 모형으로 삼아 과학적 지식을 찾아나가는 몇가지 방법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p39)
첫째로, 과학적 지식의 추구는 기존의 지식에 대한 의식적 반성에서 출발한다. 만일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지식이 불완전한 지식이라는 일말의 의혹만 가질 수 있었다면 갈릴레이가 아닌 그 어느 누구도 낙하법칙 정도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다. 결국 동서양의 많은 지식인들이 이 간단한 법칙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더 나은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과학적 지식 추구 방식이 지닌 특성은 계량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지식의 정밀화를 꾀하는데 있다. 근대 과학이 대두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지식이 지녔던 표현 양식을 보면, 정도의 차이를 표현하는 데 오직 몇 가지 정성적定性的인 술어에만 의존했다. 가령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고 할 때 오직 ‘무겁다’,‘가볍다’,‘더 빠르다’라는 정성적 용어들만이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정성적 개념의 바탕 위에서는 이 진술을 넘어선 더 정밀한 지식을 추구한다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갈릴레이가 새 지식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정도의 차이를 정량적定量的으로 고찰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를 실측할 수 있는 계기計器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 크게 의존한 것이다.
셋째로, 과학적 추구 방식의 특성은 지식의 실증적 검토를 수행한다는데 있다. 이는 물론 과학적 지식이 경험으로부터 도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의로 창안된 지식이 과학적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실증 과정을 거친 지식은 모두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식이라는 명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점은 뒤에 지식의 수용 문제와 함께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지식 추구를 위한 또 하나의 강력한 방법론은 여러 단편적 지식들을 하나의 합리적 체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갈릴레이가 찾아낸 새로운 지식, 즉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모두 동일한 가속도를 지니고 낙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자연법칙이나, 과학적 지식 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의문, 즉 “어째서 지구상의 물체는 모두 동일한 가속도를 지니고 낙하하는가?”를 더 묻게 된다. 이는 곧 이 법칙이 단편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이론 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도출될 것을 예상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시도가 그 후 뉴턴의 고전역학을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pp31~32)
장현광 (1554~1637):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발췌
근대학문의 싹. <<우주요괄첩>>(p38)
그리고 마지막 장인 <반궁첩>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지켜나갈 삶의 자세를 담는다는 의미인데, 그 한가운데에 굵은 글씨로
능주천하제일사업能做天下第一事業
방위천하제일인물方爲天下第一人物
이라 적혀 있다. 이것은 “천하의 제일가는 일을 해내어야 비로소 천하의 제일가는 사람이 된다”라는 말로 스스로의 학문을 ‘천하제일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평생 이것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는 글귀다. 내가 앞에서 <<우주요괄첩>>이 근대학문의 맹아가 된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이것은 곧 ‘천하제일의 사업’이 과거의 성인들이 이루어 놓은 것이 아니라 미래에 성취해야 할 과제임을 말하며, 적어도 암묵적으로 내가 이것을 해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해내겠다는 자세를 표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pp40~41)
대지는 왜 떨어지지 않는가?(p61)
이 문제는 오랫동안 동아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던 문제이며 여헌은 이를 다시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그 함의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모든 무거운 것은 아래로 떨어진다고 하는 것을 하나의 보편적 이치로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의문점이 되는 것이다. 대지 역시 하나의 (아주 무거운) 물체인데 이것이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 낸 생각이 대기大氣가 회전하면서 강한 힘으로 들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 또한 이를 담아줄 그릇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 구각이라는 엄청나게 큰 그릇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여기까지를 설혹 불가피하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러면 이 구각 자체는 무엇이 어떻게 지탱해주는가? 거기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며 구각 자체의 두께는 얼마나 되는가? (p63)
보지 않고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것은 망령된 일이다. 단지 이것이 일상의 사리(상도常道)를 따른다고 보아 말한다면 혈기를 가진 종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날개와 털, 바늘과 딱지들을 가졌고. 식물 과일 곡식 종류는 자신을 감싸기 위해 표피와 껍질을 가졌는데, 이 모두 자기 모체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기大氣가 자신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구각을 가지더라도 이것 역시 그 외각을 대기의 거친 응집물로 구성할 것이다. 어찌 특별한 조물주가 있어서 다른 기를 사용해서 이것을 만들겠는가? (p65)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이것이 잘못된 질문에 대한 잘못된 대답임에도 불구하고.,이 논의에는 철두철미 합리적인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각의 존재에 이르는 사고도 합리적 이해의 추구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또 이것의 구성물질을 생각함에 있어서도 상도常道를 따른다는 전제아래,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일부가 견고하게 응결되어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는 그 어떤 신화적 혹은 주술적 요소도 개입되지 않고 있다. (p65)
~~~~ 여기서 심정적 준비라고 하는 것은 온전한 앎을 찾아내겠다는 결의를 말하는 것이며, 도구적 준비라는 것은 이를 추구할 적정한 방법론과 이를 담아낼 개념적 구도의 마련을 의미한다.
먼저 그가 지녔던 방법론을 보면 대상으로서의 각종 존재물에 대한 직접적 관찰을 통해 그 안에 성립하는 이치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추론에 따라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대 과학의 방법론에 매우 가까이 접근해 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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