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 강의 심학십도 제3도와 시간-공간의 관계론-실체론 논쟁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19-12-24 16:39
조회
4555
심학십도의 제1도는 장현광의 우주설과 답동문을 기반으로 변화의 문제를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설정합니다. 이것은 변화를 핵심에 두었던 주역 기반의 성리학적 자연철학의 전통 속에 있다고도 할 수 있고, 고대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로 이어지는 소위 '됨의 철학사상'의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2도에서 데카르트와 뉴턴의 이름으로 고전역학적 틀이 제시됩니다. '고전역학적'이라고 관형사로 말한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이 굳이 고전역학 자체일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세상의 모든 변화를 특성(주어)과 상태(술어)로 설정하고, 상태의 변화를 일련의 법칙 또는 원리로 설명하려는 것이 고전역학적 틀입니다.
뉴턴 방정식 또는 뉴턴 역학의 틀은 이 틀이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그 공과에 대해 이견이 있더라도 여하간 인류 역사의 엄청난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습니다. 변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특성이든 상태든 모든 규정들보다도 논리적으로 앞서서, '먼저'와 '나중'을 가르는 기준이 있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시간'에 대해 존재론적으로(형이상학적으로) 그 무엇보다 앞서서 확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 '시간'을 측정하거나 재거나 말하려면, 그게 정확히 무엇이든 여하간 '변화'를 보아야 합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곳에는 '시간'을 규정할 수 없고 잴 수도 없습니다. 사실상 그런 상황에서는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실상 그에 앞서 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든 사람이 있긴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른스트 마흐입니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역학>에서 마흐는 뉴턴 역학의 거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아주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특히 뉴턴 역학이 전제하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파고듭니다. 바로 이 마흐의 책을 아인슈타인이 20대에 심각하게 읽고 토론합니다. 대학졸업 후 직장도 못 구하고 학위과정도 못 하고 소위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물리개인교습 공지를 내면서 우연찮게 만들어진 '올림피아 아카데미'에서는 당대의 심각한 책들을 읽고 밤늦도록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흐뿐 아니라 이마누엘 칸트나 프랑스의 앙리 푸앵카레의 책도 매우 중요한 목록에 속했습니다.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에는 바로 이 시간의 문제가 근본적인 방식으로 논의됩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지식일반에 대한 인식론적 저술이지만, 특히 선험적 감성론에서 다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어떤 면에서 뉴턴 역학에 깔려 있는 자연철학적 기반과 바탕을 상세하게 해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틀림없이 그 책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겁니다.
칸트의 논의가 장현광의 형 없는 형, 상 없는 상과 통하는 바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합니다. 칸트는 모든 판단은 주어/술어의 이항적 관계임을 주장했습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을 물리학의 역사에서 보면 뉴턴역학과 맥스웰 전자기학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려는 새로운 이론일 뿐이지만, 자연철학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새로운 사상이 됩니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시공간이라는 부르는 4차원 연속체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아이디어는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수학자만이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자는 4차원은커녕 임의의 n차원에 대해서 온갖 이상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놓고 풀어내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면 변화의 법칙과 원리를 해명하여 예측적 앎을 만들어낸다는 제1도의 기본틀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제3도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문제가 됩니다.
저는 표준적인 '고유시간'의 개념 대신 '메타-시간'이란 개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메타-시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거나 측정하는 그런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에 대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과 변화를 말하기 위해 선험적으로 그리고 논리상 최우선으로 설정되고 전제되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측정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시간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는 실상 뉴턴 시대부터 심각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빌헬름 라이프니츠입니다. 뉴턴은 자연철학자로서 절대시간과 상대시간을 구별하고 절대공간과 상대공간을 구별하긴 했지만, 시간과 공간이 독자적인 실체라는 믿음을 굳게 유지합니다. 라이프니츠는 공간은 물체들 사이의 공간적 관계일 뿐이며, 물체가 없는 공간이 별개로 존재하지 않음을 멋지게 논증합니다. 게다가 시간도 변화의 관계일 뿐이기 때문에 물체가 없고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별개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논증합니다. 논증은 실상 여러 전제들을 가지고 우기는 셈이라서 그 전제들을 비판하고 공격하면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여하간 제3도에서 시간과 공간과 운동과 변화가 어떻게 연관될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2도에서 데카르트와 뉴턴의 이름으로 고전역학적 틀이 제시됩니다. '고전역학적'이라고 관형사로 말한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이 굳이 고전역학 자체일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세상의 모든 변화를 특성(주어)과 상태(술어)로 설정하고, 상태의 변화를 일련의 법칙 또는 원리로 설명하려는 것이 고전역학적 틀입니다.
뉴턴 방정식 또는 뉴턴 역학의 틀은 이 틀이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그 공과에 대해 이견이 있더라도 여하간 인류 역사의 엄청난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습니다. 변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특성이든 상태든 모든 규정들보다도 논리적으로 앞서서, '먼저'와 '나중'을 가르는 기준이 있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시간'에 대해 존재론적으로(형이상학적으로) 그 무엇보다 앞서서 확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 '시간'을 측정하거나 재거나 말하려면, 그게 정확히 무엇이든 여하간 '변화'를 보아야 합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곳에는 '시간'을 규정할 수 없고 잴 수도 없습니다. 사실상 그런 상황에서는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실상 그에 앞서 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든 사람이 있긴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른스트 마흐입니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역학>에서 마흐는 뉴턴 역학의 거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아주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특히 뉴턴 역학이 전제하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파고듭니다. 바로 이 마흐의 책을 아인슈타인이 20대에 심각하게 읽고 토론합니다. 대학졸업 후 직장도 못 구하고 학위과정도 못 하고 소위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물리개인교습 공지를 내면서 우연찮게 만들어진 '올림피아 아카데미'에서는 당대의 심각한 책들을 읽고 밤늦도록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흐뿐 아니라 이마누엘 칸트나 프랑스의 앙리 푸앵카레의 책도 매우 중요한 목록에 속했습니다.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에는 바로 이 시간의 문제가 근본적인 방식으로 논의됩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지식일반에 대한 인식론적 저술이지만, 특히 선험적 감성론에서 다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어떤 면에서 뉴턴 역학에 깔려 있는 자연철학적 기반과 바탕을 상세하게 해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틀림없이 그 책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겁니다.
칸트의 논의가 장현광의 형 없는 형, 상 없는 상과 통하는 바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합니다. 칸트는 모든 판단은 주어/술어의 이항적 관계임을 주장했습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을 물리학의 역사에서 보면 뉴턴역학과 맥스웰 전자기학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려는 새로운 이론일 뿐이지만, 자연철학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새로운 사상이 됩니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시공간이라는 부르는 4차원 연속체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아이디어는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수학자만이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자는 4차원은커녕 임의의 n차원에 대해서 온갖 이상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놓고 풀어내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면 변화의 법칙과 원리를 해명하여 예측적 앎을 만들어낸다는 제1도의 기본틀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제3도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문제가 됩니다.
저는 표준적인 '고유시간'의 개념 대신 '메타-시간'이란 개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메타-시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거나 측정하는 그런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에 대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과 변화를 말하기 위해 선험적으로 그리고 논리상 최우선으로 설정되고 전제되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측정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시간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는 실상 뉴턴 시대부터 심각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빌헬름 라이프니츠입니다. 뉴턴은 자연철학자로서 절대시간과 상대시간을 구별하고 절대공간과 상대공간을 구별하긴 했지만, 시간과 공간이 독자적인 실체라는 믿음을 굳게 유지합니다. 라이프니츠는 공간은 물체들 사이의 공간적 관계일 뿐이며, 물체가 없는 공간이 별개로 존재하지 않음을 멋지게 논증합니다. 게다가 시간도 변화의 관계일 뿐이기 때문에 물체가 없고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별개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논증합니다. 논증은 실상 여러 전제들을 가지고 우기는 셈이라서 그 전제들을 비판하고 공격하면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여하간 제3도에서 시간과 공간과 운동과 변화가 어떻게 연관될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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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관계론 vs 실체론 논쟁이 궁금해서 링크를 따라와서 읽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