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 없는 측정(엘리추르-바이드만)과 겹실틈 실험
겹실틈 실험과 마흐-첸더 간섭계 실험이 실상 거의 같은 형태의 실험임을 알아채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림 출처: https://arxiv.org/pdf/2005.07560 ]
위의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위의 그림(Fig 3)에서 첫 번째 빛살 가르개(BS1)에서 경로가 둘로 갈라지는 것이 아래 그림(Fig 4)에서 실틈 두 개로 경로가 갈라지는 것과 사실상 같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스크린에서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것과 마흐-첸더 간섭계의 두 검출장치에서 각각의 확률로 검출되는 것이 사실 같은 내용입니다.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ouble-slit_experiment ]
엘리추르-바이드만의 '상호작용 없는 측정'은 얼핏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겹실틈 실험과 성격이 매우 유사함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이 이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출처:
Lev Vaidman (2003). "The Meaning of the Interaction-Free Measurements".
Foundations of Physics, Vol. 33, No. 3. pp. 491-510.)
이 그림에서 (a)에 나타낸 일반적인 마흐-첸더 간섭계에서는 검출장치 D2에 아무 것도 도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b)에 나타낸 것처럼 중간에 장애물(빛으로 작동하는 아주 민감한 폭탄)이 있다면 세 가지 중 하나가 됩니다.
- (b1) 폭탄이 터진다
- (b2) 검출장치 D1에 빛이 검출된다
- (b3) 검출장치 D2에 빛이 검출된다
확률을 계산해 보면 (b1)은 50%, (b2)는 25%, (b3)은 25%가 됩니다. 여하간 폭탄이 폭발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운좋게 (b3)이 된다면, 확률 1/4로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도 폭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993년에 제안한 것은 양자역학의 기묘함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사고실험이었지만, 이듬해에 실제로 실험을 해서 양자역학의 계산상의 예측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P. G. Kwiat; H. Weinfurter; T. Herzog; A. Zeilinger; M. A. Kasevich (1995). "Interaction-free Measurement". Phys. Rev. Lett. 74 (24): 4763–4766. 10.1103/PhysRevLett.74.4763
Z. Blanco-Garcia and O. Rosas-Ortiz, (2016). Interaction-Free Measurements of Optical Semitransparent Objects, J. Phys. Conf. Ser. 698:012013.
엘리추르-바이드만 실험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슈뢰딩거의 고양이, 윌러의 뒤늦은 선택 실험, 겹실틈 실험 등과 더불어 양자역학의 기묘함을 보여주는 예로 자주 거론되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세계해석이나 봄 해석 같은 것을 가져오기도 하고, 입자-파동 이중성이나 기타 다양한 접근이 있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은 엘리추르-바이드만 실험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리4'라는 이름이 붙은 그 공리만으로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 실험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엘리추르-바이드만 실험은 양자역학의 개념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D2에 빛이 검출된다면 폭탄을 건드리지 않고도 폭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의 1993년 프로토콜에서는 전체 시도 중에 절반은 폭탄이 터져 버릴 테니 실용적이지는 않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묘한 방법이 많이 개발되었고, 지금은 폭탄이 터질 확률을 아주 작게 만드는 프로토콜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노출시간을 최소로 하여 빛이 많이 도달하지 않는 피사체의 사진을 찍는 신기한 방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Zhang Y. et al. (2019). "Interaction-free ghost-imaging of structured objects" Optics Express Vol. 27, Issue 3, pp. 2212-2224. https://doi.org/10.1364/OE.27.002212
물론 고스트 이미징이라는 이름은 과장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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