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문] 이*현 - 빛은 특별한가? 공간이 휜다는 건 어떤 의미?
카카오톡에 올라온 질문을 게시판에 옮깁니다. → 수정해서 올려주신 질문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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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질문을 올리고 답을 들었지만 제가 워낙 우매해서 여전히 애매하고 모호하게 남아 있는 생각들 때문에 정말 어처구니 없이 초보적인 질문들을 다시 정리해서 올립니다. 저의 무지를 양해부탁드립니다.
첫째 상대성원리에 대한 제 이해가 정확한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갈릴레오의 배 위의 사례나 아인슈타인의 기차 안의 사례나 움직이는 매체 위에 올라타서 사물의 움직임을 관측할 경우, 정지한 상태에서 움직임을 관측할 때와 동일하다는 것이 상대성 원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링크에서 본 EBS 동영상에서도 기차안에서의 빛의 움직임 관측은 양쪽의 길이가 같지만, 기차 바깥에서 바라볼 때는 다르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배 위에서도 공을 차면 배 안에서는 땅 위에서 찬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이를 배 바깥의 한 지점에서 본다면 다르게 보일 겁니다. 즉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그 속도 안에서 볼때의 움직임은 정지해서 볼 때와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정지상태에서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각각의 속도 위, 즉 시공 4차원 위의 좌표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의 관측은 동일하지만 그 관측은 원래의 좌표계를 고정해서 보았을 때는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속도 변화 상태에서의 관측, 즉 4차원 좌표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와 같이 움직임은 관측되지만, 정지상태, 즉 원래의 좌표계를 고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관측값은 상대적으로 변화한다고 말하는게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좌표계 이동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이지만, 이동 전 좌표계에서 볼때는 상대적이다.
두 번째 물음은 빛에 관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문제시했던 왜 상대성원리가 다 적용되는데, 즉 좌표계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관측값은 절대적으로 동일한데 하필 전자기의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는, 즉 로렌츠 좌표변환의 문제는 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를 전제로 해서 기존의 공간, 시간에 대한 이해를 무시한 상태에서 해결했고, 민코프스키는 이를 4차원으로, 즉 시간을 허수축에 대응시킨 4차원 공간 상에서 해결했습니다.
여기서의 물음은 첫 번째 물음과 관련해서 다른 모든 움직임은 좌표계 이동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이지만, 원 좌표계를 기준으로 하면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빛은 원 좌표계를 기준으로 해도 여전히 절대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차원 공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역시 빛은 예외적으로 보입니다. 빛에, 혹은 질량이 0인 입자에 어떤 예외적 속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세 번째 물음은 수학의 신비에 관한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만약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좌표평면 위에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c는 그냥 상수에 불과하므로 1이어도 좋았을 것이라면, 휴먼 스케일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질량이 0인 입자들의 스케일에서는 4차원이 허수축이라는 성질을 가진, 그래서 공간1, 시간 1의 2차원의 구성요소라고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치 김재영샘께서 추천하신 해외 동영상에서의 space time table의 격자형 모듈의 변형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양자역학이 미시차원에서 성립하고 휴먼 스케일에서 확인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성 원리도 미시차원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하고 우리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상대성 이론도 양자역학도 모두 입자수준의 아주 미시적인 차원에서 성립하는 원리가 아닌가 싶고 그렇다면 진공과 원자밖에 없다는 고대 원자론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모두 무지한 저의 억측일뿐이지만 마저 말하자면, 그런데 가우스가 허수를 발견하고 민코프스키가 4차원을 논하고 이후 수학적으로 시간축을 허수축에 적용하여 그것이 완벽하게 성립한 것은 마치 양자역학이 수학적으로 증명은 되나 직관적으로는 설명은 안 되는 것처럼 휴먼 스케일에서는 이해가 어렵더라도 무언가 자연이, 혹은 우주/세계가 수학적으로 코드화되었다는 입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지털 정보도, 유전자도, 엔트로피도 모두 입자의 배열의 문제라면, 그 배열을 정하는 것은 수학적 코드인 건 아닐까하는 추측입니다. 완전 수포자의 추측입니다만. 수학이란 대체 왜 이토록 신비로운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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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설명 댓글이 달린 시점의 애초 질문도 아래 덧붙여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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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대담 정리를 보면서 제가 알고 있던 상대성원리는 기준축에 따라 달라진다는 잘못된 상대성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몇개 있습니다.
첫째는 김재영 선생님께서 EBS동영상에 대해 "이 영상은 빛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는데 사실 빛과 상관없이 4차원으로 해결된다"고 말씀하신 내용 관련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속도와 달리 오직 빛의 속도만 일정하다는 점에서 빛에 어떤 툭수성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질문입니다.
둘째는 관계되는 물음일지 모르겠는데, 뉴튼 역학에서 절대적인 공간과 시간의 존재를 전제한 것과 달리 상대성 이론 이후로는 공간이 휜다거나 시간과 공간은 사물에 의해 규정된다드니 하는 설명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때 공간이 윈다거나 구부러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나아가 공간과 시간의 존재론적 위상을 어떻게 보아햐 하는지요?
읽으면서 두서없이 떠오른 질문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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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첫째 질문에 나오는 말은 "제3장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동영상 2부"에 있는 구절 같습니다. 이것은 저의 말이 아니라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54-156쪽에 있는 내용입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서 두 개의 전제를 내세웁니다. 하나는 멈춰 있는 좌표계나 일정하게 움직이는 좌표계에서 물리법칙이 똑같다는 '상대성의 원리'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좌표계(정확히는 관성계)에서나 빛의 속도를 똑같다는 '광속 일정의 원리'입니다. 그 논문 전체에서 빛이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대성이론을 다룬 거의 대부분의 책에서 놀랍게도 이 두 개의 전제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그러다 보니 빛이 무슨 신비한 역할을 하는 것처러 오해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상대성이론의 문제는 빛이 지닌 무슨 특별한 성질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대등하여 4차원 시공간을 이룬다는 것에 바탕을 둡니다. 상대성이론은 실상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과 주장입니다. 빛은 곁들임이거나 보조적이거나 이해를 돕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 장회익 선생님 표현처럼 '트로이 목마'의 역할를 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아래 첨부한 그림은 상대성이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로렌츠 변환'으로 가는 다양한 경로를 도식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중에서 (1) 상대성원리와 (2) 광속일정을 출발점(전제)으로 삼는 것은 그 중 하나의 경로에 불과합니다.
[그림 출처: J. R. Lucas, P. E. Hodgson (1990) Spacetime and Electromagnetism: An Essay on the Philosophy of the Special Theory of Relativity. Oxford University Press]
이전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을 참조할 수 있겠습니다.
"아인슈타인과 광속일정의 가정"
세미나 시간에 더 이야기가 나오겠습니다만, "공간이 휜다거나 시간과 공간은 사물에 의해 규정된다느니 하는 설명"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일반상대성이론에 해당합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3장에서 182쪽까지의 내용입니다. 이 특수해서 너무나 제한된 이론에서는 장현광과 뉴턴이 심각하게 문제삼았던 그 중력, 즉 무거움에 대한 것을 전혀 다룰 수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것 때문에 1916년까지 매우 고생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916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82-189쪽에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입니다.
"공간과 시간의 존재론적 위상"은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물리철학 전체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녹색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있는 글 중 관련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장회익. 2003. 우리말 철학사전 3. 우리사상연구소 엮음
“시간”. 장회익. 2002. 우리말 철학사전 2. 우리사상연구소 엮음.
상대성이론의 존재론: 아인슈타인, 민코프스키, 로렌츠
상대성이론과 시공간의 존재론, 특히 현재주의의 위기
4차원 시공간과 세계선 그리고 블록 우주
현재주의 vs 영원주의, 3차원주의 vs 4차원주의
회원 가입하고 이제 읽었습니다. 늘 자상하고 세밀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관련 글들 링크해주신 것들을 읽어보니 정말 헉! 이란 느낌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그간 인류가 사유했던 내용들을 거의 망라하고 이후 동시대의 해석들까지 깨알같이 정리해주셔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합니다. 단번에 너무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접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분에 넘치는 답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