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뉴턴의 힘과 질량 개념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2장은 고전역학이라 불리는 뉴턴의 자연철학을 상세하게 다룹니다. 이를 위해 미분/적분을 하고 떨어지는 물체나 용수철 끝에 달린 물체의 운동을 미적분학의 언어로 직접 방정식을 풀고 수식을 다루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곰곰 생각해 볼만합니다.
그와 관련하여 초급물리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특별한 이야기를 약간 덧붙이고자 합니다. 그것은 소위 ‘초기조건’이라 부르는 것의 의미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심학십도 도식에서는 이것이 곧 상태변화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 정보로서 ‘초기상태’가 됩니다.
(1) 먼저 왜 하필 위치와 운동량을 운동상태를 규정하는 물리량으로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은 이야기를 명쾌하고 간결하게 전개하기 위해 $$\frac{\mathrm{d} p}{\mathrm{d}t}=F$$만을 언급하셨지만, 실상 상태변화의 원리는 두 가지의 수식으로 이루어집니다. $$ \frac{\mathrm{d} x}{\mathrm{d} t}=\frac{p}{m}, \qquad \frac{\mathrm{d} p}{\mathrm{d} t} = F $$이 그것입니다. 상태를 서술하는 두 가지 물리량을 위치와 운동량으로 선택했으므로,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기본방정식도 두 가지가 되어야 합니다. 앞쪽의 수식을 그냥 운동량의 정의로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논리전개를 깔끔하게 체계적으로 한다면, 운동의 변화를 나타내는 운동방정식도 두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위치와 운동량은 물체가 어떤 궤적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하는 이야기지만, 이 개념을 확장하면 얼마든지 추상적인 양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물가의 현재 값을 ‘위치‘라 하고, 물가변동의 요인을 ’운동량‘이라 하면 물가변동을 방정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19세기에 전개된 소위 근대경제학의 기본 출발점입니다. 현대 경제학도 대단히 정교하고 복잡하지만, 특히 미시경제학은 이 아이디어의 연속선 위에 있습니다.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기상예보를 하는 것도 정확히 이 안에 들어 있습니다. ’위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기의 흐름 속도, 압력, 밀도, 습도 같은 것을 넣고, 다시 이것이 어떻게 변동할지를 말해주는 변수들을 ’운동량‘으로 삼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악명높은 방정식이 바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입니다. 실제로 이 방정식은 풀어내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이를 단순화시킨 여러 다른 형태의 방정식을 수퍼컴퓨터로 풀어냅니다. 대표적으로 로렌즈 방정식이 있습니다.
(2) 그런데 뉴턴이 처음 제안할 때에도 ’힘‘과 ’질량‘의 개념은 꽤 낯설고 일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학사학자들에게 뉴턴의 힘 개념과 질량 개념은 깊이 탐구해야 할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뉴턴 연구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과학사학자 아이 버나드 코엔이 [뉴턴에 관한 케임브리지 철학 참고서]에 한 챕터로 실은 글이 바로 ”뉴턴의 힘 개념과 질량 개념 및 운동법칙에 관한 노트“입니다.
- Cohen, I. B. (2016). Newton’s concepts of force and mass, with notes on the laws of motion. In R. Iliffe & G. E. Smith (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Newton (pp. 61–92). chapte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3) 낙하운동이나 용수철 끝에 달린 물체의 운동의 특별한 점은 물체에 힘이 계속 작용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낙하운동의 경우는 일정한 힘(중력)이 시간과 무관하게 계속 작용하고, 용수철 끝 물체의 운동에서는 현재의 물체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힘이 계속 작용합니다. 뉴턴 이전까지 힘이란 항상 충돌에 의한 힘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름으로 중세유럽 대학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자연철학도 그렇고 데카르트의 자연철학도 그렇고, 힘은 항상 순간적으로 톡 치는 바로 그런 충격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뉴턴도 물체에 가해진 힘(vis impressa; impressed force)에 세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충력력, 압력, 구심력이 그 세 가지입니다. 충격력이라는 것은 공이 다른 공에 부딪칠 때처럼 직접 맞닿아서 다른 쪽의 운동을 바꾸는 것을 가리킵니다. 압력은 누르는 힘입니다. 19세기 열역학으로 가면 압력이 다른 의미가 되지만, 뉴턴 당시에 압력을 손으로나 무엇인가로 꾸욱 누르는 그런 힘을 말합니다. 구심력이 문제인데, 이것은 직접 닿지 않고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뉴턴에게 힘은 운동의 양을 바꾸는 근본적인 것이고 신에게서 나온 것이든 아니든 여하간 이 자연 속에 실재하는 것이었습니다.
(4)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예시로 풀어낸 문제는 실상 뉴턴의 저작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frac{dp}{dt}=F$나 $m a =F$와 같은 식도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미분과 적분을 써서 방정식의 형태로 뉴턴의 운동법칙을 처음 서술한 것은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였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뉴턴 방정식 $F=ma$가 처음 나오는 부분을 아래에 그림으로 첨부했습니다. 1752년에 베를린학술원 회보에 실린 논문 "새로운 역학 원리의 발견"에 있습니다.
- Euler, L. (1752) Découverte d'un nouveau principe de mécanique. Mémoires de l'académie des sciences de Berlin, Volume 6, pp. 185-217. Opera Omnia Series 2, Volume 5, pp.81-108.
[출처: Euler (1752) https://scholarlycommons.pacific.edu/euler-works/177/ ]
위의 그림을 더 살펴볼만합니다. XX절은 "아주 작은 물체의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있고, 그 질량이 $M$이라 하자."로 시작하여 그 물체에 힘 $P$가 작용하면, 시간요소 $dt$ 동안 원점으로부터의 물체의 위치 $x$가 $x+dx$만큼 달라진다면 $$2M d d x = \pm P dt^2$$가 성립한다는 구절이 보입니다. 이 식에서 $$ 2M \frac{ d d x}{dt^2} = \pm P$$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의 표준적인 방정식$$ m \frac{ \mathrm{d} ^2 x}{\mathrm{d}t^2} = F$$과 다른 것은 질량이 $m$이 아니라 $2M$이고, 위치의 변화방향과 힘의 변화방향을 고려하여 $\pm$가 있는 점입니다.
3차원인 경우는 XXII절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XXIII절 직전에 있는 수식 $$ 2M d d x = P dt^2 ; \quad 2M d d y = Q dt^2 ; \quad 2M ddz=R dt^2$$이 있습니다. 3차원 위치는 $(x, y, z)$로 나타내고, 힘의 세 방향 성분은 $(P, Q, R)$로 적고 있습니다.
오일러는 요즘 물리학 초급 교과서 나오는 이야기들의 거의 원조가 되는 저서를 여럿 남겼습니다. 특히 라이프니츠와 뉴턴이 만들어낸 새로운 수학인 미적분학을 직접 운동에 대한 이론, 즉 역학에 적용한 사람이 바로 오일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뉴턴 이전까지 ‘충격력‘ 즉 공을 부딪친다거나 망치를 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물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다루는 것이 번거롭게 되었습니다. 미분과 적분을 쓴다는 것은 곧 힘이나 위치나 운동량 같은 것이 연속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이를 흔히 연속함수의 가정이라고 합니다.
뉴턴이 새로 도입한 구심력 즉 일정하게 계속 작용하는 힘은 미분과 적분이 알맞지만, 톡 치고 갑자기 영향을 주는 충격력 같은 것은 다루기가 아주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초기조건‘이란 개념입니다. 중간단계를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지만, 여하간 맨 처음에 위치가 어디에 있었다거나 운동량(즉 속도)이 얼마였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냥 문제의 조건으로 주어진 듯 다루는 것입니다.
어제 세미나에서 말-마차 문제나 도르래에 매달린 원숭이와 바나나 문제 같은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작용과 반작용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한 물체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체 A가 물체 B에 작용을 가하면, 거기에 반하여 물체 B가 물체 A에 반작용을 가한다는 것이 뉴턴의 운동법칙 중 하나입니다. 작용과 반작용은 서로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입니다. 이것이 물체 하나에 두 힘이 작용하는 경우와 혼동을 일으킵니다. 만이 그 하나의 물체에 작용하는 두 힘이 서로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면, 이것을 힘의 평형(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후자의 경우는 물체가 하나입니다. 그 하나에 두 개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죠.
이와 달리 작용-반작용의 문제는 철저하게 두 개의 물체 사이의 문제입니다. 뉴턴 자신이 이 문제가 혼동을 일으킬 것을 염려하여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 이와 관련된 논의를 아주 상세하게 해 두었습니다. 이 문제도 위에서 인용한 버나드 코엔의 글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기에 유익한 글이라 생각되어 여기에 전자파일을 첨부해 둡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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