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의견] 뉴턴의 보편중력 개념은 잘못된 형이상학
뉴턴의 '보편중력' 개념은 기계론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물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떤 마술적이고 신비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입니다. 직접 닿지 않아도 서로를 당긴다는 것은 데카르트의 자연철학이나 그 후예인 데카르트주의 자연철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르네상스 신비주의라고 부르는 마술적 세계관에서나 그런 황당한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유럽대륙의 데카르트주의자들은 뉴턴의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뉴턴 자신은 중력이나 빛에 대한 연구보다 오히려 종말론적 신학과 연금술 연구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열정을 쏟았습니다. 중력이나 빛을 연구한 것도 그 기본동기는 연금술이었습니다. 뉴턴으로서는 모든 것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생각이 신비주의라고 여겨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는 무리한 주장입니다.
당혹스러운 것이 있다면, 19세기 말 일본에 유학한 대한제국의 지식인들이 '만유인력(萬有引力)'이라는 고색창연한 이름으로 이 이론을 한반도에 보급할 때 그 의미를 아무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21세기에도 그것을 학교에서 여전히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고 가르칠 때, 학생들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를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말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과학시간 또는 물리학 강의에서 말한다는 점입니다. 안타깝지만, 학생들은 납득할 수 없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암기하고 스스로 세뇌시키고 나이가 들어도 그 오류를 반복합니다.
조금 강한 주장이긴 하지만, 저는 물리학 강의에서 만유인력을 가르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법칙을 외우고 시험까지 치르게 하는 것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임금님의 새 옷"처럼 어리석은 일이라 믿습니다.
뉴턴 자신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1692년에 리처드 벤틀리(Richard Bentley)에게 보낸 편지에서 뉴턴은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That one body may act upon another at a distance through a vacuum without the mediation of anything else, by and through which their action and force may be conveyed from one another, is to me so great an absurdity that, I believe, no man who has in philosophic matters a competent faculty of thinking could ever fall into it."
Four letters from Sir Isaac Newton to Doctor Bentley
하지만 1713년에 나온 [프린키피아]의 2판에 "일반 주석"을 달아 "I have not yet been able to discover the cause of these properties of gravity from phenomena and I feign no hypotheses. ... It is enough that gravity does really exist and acts according to the laws I have explained, and that it abundantly serves to account for all the motions of celestial bodies."라고 쓰고 있습니다. 소위 만유인력의 원인을 알 수 없고 자신은 그에 대해 어떤 가설도 세우지 않겠다면서, 중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자신의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 사이에 뉴턴에게서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폐국(Mint)의 국장, 즉 조선시대로 보면 호조참판 내지 호조판서 급의 고위직으로 승진했을 뿐 아니라 1662년에 설립된 런던 왕립협회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지식인들 내지 자연철학자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권위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겸손한 척 할 필요도 없고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도 대놓고 비판할 사람조차 없게 된 때였습니다.
뉴턴이 틀렸다는 것은 결국 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밝혀집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체가 있으면 그 주변의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고 곡률이 생깁니다. 이것을 중력장이라고 불러도 되니까, 물체는 중력장을 만듭니다. 다른 물체가 있으면 그 물체는 그 물체가 있는 위치에서 중력장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습니다. 멀리 있는 물체가 무슨 신비한 힘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용문이 있습니다.
"I have indeed been accused of insinuating "that Sir Isaac Newton was but a sorry philosopher." But it is impossible that an impartial person should read my essays on the subject of light without being sensible that I have as hight a respect for his unparalleled talents and acquirements as the blindest of his followers, and the most parasitical of his defenders. ... But, much as I venerate the name of Newton, I am not therefore obliged to believe that he was infallible. I see, not with exultation, but with regret, that he was liable to err, and that his authority has, perhaps, sometimes even retarded the progress of science." ["Dr. Young's reply to the animadversions of the Edinburgh Reviews, on some papers published in the Philosophical Transactions" (1804), p. 201.]
뉴턴의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사람들 때문에 과학의 진보가 늦춰진 게 아닌가 하는 토머스 영의 탄식입니다.
저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110년 전에 뉴턴의 보편중력 이론이 잘못된 것임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교육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이름으로 그 잘못된 주장을 반복해서 가르쳐도 될까요? 또는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안은 무엇일까요?
손쉬운 대답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우는 것은 너무 어렵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상세한 모든 것을 배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납득할 수도 없고 사실도 아닌 만유인력 어쩌구 하는 것을 강변하고 강요하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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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유인력이 있다는겨, 없다는겨 하면서 의문스러웠었는데~~ 분명히 알려주시고 의견도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어디가서나 떳떳하게 말하겠어요. ㅎㅎ
이것은 저의 믿음 또는 의견일 뿐입니다.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미나에서 더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세미나 때 저의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냥 지나가면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장현광과 데카르트와 뉴턴의 관계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또 이 문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으로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