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료] 2월 녹색문명공부모임 - 『인포메이션』 & 모임 후기
모임 정리
녹색문명공부모임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02-12 12:49
조회
993
녹색문명공부모임 2023년 2월 모임(2/11)에서 책 내용을 소개한 발제자료를 공유합니다. 파일(pdf)을 이 글 끝에 첨부하였습니다.
『인포메이션』 발제자료 보기 (이 링크를 클릭하셔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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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글은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2017) 발췌, 요약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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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글은 모임 후기겸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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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모임(2/11)에서는 그동안 온라인 책읽기모임에서 읽은 책 『인포메이션』(제임스 글릭. 동아시아)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워낙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고 재밌는 일화도 많이 담고 있는 책이라 모임에서 내용 전부를 다 다루지는 못해서 좀 아쉬웠습니다만, 이야기를 하면서 책과 정보, 정보이론, 의미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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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으로 모임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보이론이 뭔지, 저자가 가장 얘기하고 싶어하는 게 뭔지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애초에 무엇때문에 이 책을 보려고 했는가도 다시 생각해보았는데, 단순하고 소박한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소위 '정보의 홍수' 시대에 우리는 정보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뭐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보려고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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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하면서 또 모임을 한 다음에 생각을 해보니 이 책과 '정보'라는 것을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정보라는 것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시켜서 원래의 메시지를 비슷하게 혹은 동일하게 옮길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살펴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섀넌의 정보이론이었던 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섀넌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노버트 위너에 비해) 우호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섀넌은 정말 뛰어나고 성실한 과학자라고 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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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들 중에 저는 잉여성이 가장 새로웠고 의미 깊었습니다. 이 개념은 책에서 세 군데 정도에서 나오는데요, 사용되는 잉여성의 개념이 동일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아프리카의 '말하는 북'(talking drum)에서 사용되는 잉여성과, 전자기적 신호 전달에서 나오는 잉여성, 그리고 DNA의 잉여성이 그 세 가지인데,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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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는 북에서 나오는 잉여성은 먼 곳으로 말을 전달할 때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수식구를 더 넣는 방식을 말한 것입니다. 전자기적 신호 전달에서는 반복되거나 동일한 패턴을 잉여성이라 보고 그런 것들을 없애거나 압축시킴으로써 전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줄인다는 의미로 쓰인 것 같습니다(여긴 어려워서 잘 모르겠습니다). DNA에서 잉여성은 유전자가 발현될 때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말하는 북의 잉여성과 DNA의 잉여성이 조금 비슷해보이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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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자기적 신호 전달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잉여성을 줄일 때에는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의미를 제거하고 일반화, 보편화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치 역학에서 힘의 작용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대상에서 질량이라고 하는 특성을 뽑아내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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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에서는 자꾸 정보에서 의미를 없앴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는 잘 모르겠습니다.("정보이론은 정보에서 의미를 가차 없이 제거함으로써 탄생했다." 책 p.567) 정보를 물리적으로 처리했을 뿐인 것 아닌가? 물리적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의미가 제거될 수 있나? 살짝 의문이 들었습니다. 읽은 내용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지 못해서 오해했을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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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책과는 별도로 생각해본 것이 있는데요. 우리가 어떤 이슈나 담론을 만들 때에도 잉여성이라는 문제가 관련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특히 경제 상황을 다룰 때 거의 수치로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 수치는 아주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탄생했을 것이고 사회라는 장에서 펼쳐졌을 때에도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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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임이 녹색문명공부모임인 만큼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다룰 때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기후위기는 전지구에 걸쳐서 다양한 지역,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생물들에게 일어나는 문제이고 상황인데 우리는 이 문제를 1.5도, 이산화탄소 농도, 해수면 상승 높이, 탄소 제로 ... 이렇게 수치나 특정한 상황을 담은 정보를 가지고 주로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실제로 정책을 통해 실현될 때에는 교통정책, 주거정책, 산업정책 등 구체적인 일들을 통해서 펼쳐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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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유튜브, 다큐, 영화, 티비 프로그램, 언론 등 다양한 매체에서 기후위기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정작 등장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내용, 탄소 제로와 같이 정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나 담론들, 기후과학 이런 것들을 주로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나마도 해주니 감사하고,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어서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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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성이라는 말을 이 분야에 가져오는 게 환경문제,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라는 것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제거와 선택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보면 전혀 무관한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잉여성이 맥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맥락 혹은 잉여성을 제거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압축해서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선전 문구, 패러다임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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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임 후기 삼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평을 하자면 정보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역사적인 과정을 훑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잘 읽히고요. 흔히 접하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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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라면 섀넌을 중심으로 한 정보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꽤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공부를 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보라는 것에 대한 통찰이라고나 할까요, 좀 더 큰 시각을 얻기에는 좀 부족했습니다. 이 책의 위치를 매겨보자면 현대 정보이론에 대한 전문 서적과 정보에 대한 큰 담론에 대한 책의 중간 정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문 서적을 읽을 때 그리고 정보에 대한 큰 담론을 다룬 책을 읽을 때 『인포메이션』은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는 훌륭한 부교재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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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녹색문명공부모임은 3/11(토)이고,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을 가지고 이야기나눕니다. 이 책은 온라인 책읽기모임 '책밤'에서 최근에 다 읽은 책입니다.
어제 모임 중에는 제가 착각을 하고 '책새벽-화'에서 읽고 있는 『저주받은 원자』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때까지 다 못 읽을 것 같습니다. ^^;
마침 3.11이라 원자력 얘기를 하기에 시기가 맞을 수도 있지만 『우연과 필연』은 이미 다 읽었고 『... 원자』는 한참 남아서요. 3월에는 자크 모노입니다! 따로 공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