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6장. 기학의 표현주의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12-09 16:44
조회
84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4에서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이정우. 2021. 길)을 읽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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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
1장. ‘과학기술’의 탄생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2절. 새로운 과학혁명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6장 기학적 표현주의
1절. '기'의 표현으로서의 세계
2절. 사람의 마음
3절. 역사의 의미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8장. 계몽의 시대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맺는 말
6장. 기학적 표현주의
p.289-291.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표현주의는 각각 내재성의 철학과 제작적 세계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공히 형이상학적 표현주의이다. …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의 표현주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철학체계를 우리는 동북아의 기 일원론 철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왕부지 등 기 일원론자들이 극복하고자 한 것은 오히려 리기 이원론이었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가 표백한 세계에 다시금 형이상학의 생기를 부활시키고자 했다.
반면에 기 일원론자들은 리기 이원론에서 형이상학적인 리를 제거하고자 했다. …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가 제거한 생명의 차원을 복원하고자 했다면, 기 일원론자들은 생명으로서의 기를 틀짓던 리라는 격자를 벗겨내고자 한 것이다. …
서경덕(1489-1546), 왕부지(1619-1692), 대진(1724-1777), 최한기(1803-1879) 등으로 대변되는 리기 이원론의 성리학 전통을 의식하고 그것과 대결하면서 전개된 기 일원론…
1절. ‘기’의 표현으로서의 세계
§1. ‘有’와 ‘物’의 철학
p.293.
새로운 시대를 사유하려 했던 왕부지에게 ‘변’/동’을 사유하는 것은 중요했다. 왕부지는 모든 것을 선험적인 리들의 원융한 체계로 이해하는 주자학으로써는 이런 변/동을 사유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에게는 이런 흐름을 끌어안을 수 있는 보다 역동적인 개념이, 리의 체계에 갇히지 않고 자체로서 생(生)하는 원리가 필요했다. 서경덕, 황종희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생성존재론을 사유의 기초로 삼았다.
p.296.
… 왕부지는 ‘물’에만 몰두한 자연철학자가 아니라 ‘심’ 등 형이상학적 원리들을 재사유함으로써 성리학의 전통을 새롭게 하고자 한 인물이었다. 불교와 양명학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유에는 불교적 요소(‘심’의 중요성)와 양명학적 요소들(마음의 주체성, 실천에의 의지 등)도 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장재에서 왕부지로
p.297-300.
… 왕부지의 기 일원론이 단지 장재의 철학을 보다 구체화한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 왕부지가 장재를 발전시켜간 방향이 곧 주희를 극복해간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왕부지는 기의 배후에서 그것을 조직하는 초월적 원리는 없다고 강조한다.
태극은 단지 기의 잠재적 차원일 뿐이다. 기는 자체의 잠재성의 차원—태화인온의 상태—으로부터 즉 음과 양이 혼효된 상태로부터 현실화된다. 즉, 음과 양이 현실적으로 또 ‘상호침투적인 동적 상관성’을 통해 작동함으로써 만물이 생성해간다고 본 것이다.
§3. 음양의 이론
p.302.
왕부지는 음과 양은 항상 상보적임을 역설했고, 음효/양효의 뒤에는 항상 그 상보적 존재로서 양효/음효가 잠존하는 것으로 보았다. …
음과 양에 대한 왕부지의 파악은 이중적이다. 서양에서의 근대적 사상들 전반이 그랬듯이, 왕부지의 경우에느 ‘정’보다 ‘동’이 본래적이다. ‘정’은 ‘동’의 특별한 어떤 경우일 뿐이다. 이 점에서 그의 사유는 늘 ‘동’보다 ‘정’을 근본으로 생각했던 주돈이 이래의 전통에서 벗어난다.
2절. 사람의 마음
§1. 심, 성, 정
p.309.
왕부지가 추구하는 것은 “존천리거인욕”이 아니다. 왕부지의 천리에는 이미 존재론적으로 인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욕은 인성의 하부구조/형이하를 이루며, 상부구조/형이상인 도덕성은 이 하부구조의 토대 위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역으로 말하면, 도덕성도 결국 구체적인 인욕의 장에서 표현될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떠나 하늘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욕망을 떠나 이치[도덕성]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왕부지, 『사문록』, 내편.)
§2. 인식과 도덕
p.312.
왕부지는 질측지학, 즉 과학적 인식만으로 인식의 개념이 소진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피노자의 제3종 인식(‘직관’)에 해당하는 경지를 추구했다. 이 경지가 곧 ‘치지’이다. 주희는 격물을 강조했고 왕수인은 치지를 강조했지만, 왕부지는 격물과 치지를 보완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격물이 치지를 위한 것이지, 치지가 격물을 위한 것은 아니다.
p.314-315.
왕부지에게서 ‘치지’는 이미 인식론적 마음만이 아니라 도덕적 마음도 포괄한다. “마음의 전체대용”은 삶 전체에 대한 앎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당연히 도덕적 맥락에서의 앎도 포함된다. 그것은 세계를 대상화해서 인식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인식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든 측면들까지도 포괄한 ‘전채대용’의 앎의 차원이다. 이 앎의 중핵을 이루는 것은 바로 ‘시비지심’이다.
왕부지에게서 인의는 단지 윤리학적 의미만이 아니라 우주론적 의미를 띠거니와, 이는 인의 역시 기 일원론의 구도 내에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의의 차원에 도달한다는 것은 윤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이치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3절. 역사의 의미
p.316.
스피노자・라이프니츠와 달리 왕부지의 철학에서 역사철학—역사형이상학—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동북아세계의 거대한 변모를 겪으면서 살았던 그가 역사에 둔감할 수는 없었다.
§1. 역사의 형이상학적 기초
p.316-317.
왕부지의 사유는 ‘기화’의 사유이다. … 그에게 역사철학은 그의 사유의 추상적 원리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
기화의 생성존재론은 시간을 그 중심축으로 한다. … 기화는 시간의 면면한 흐름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왕부지는 훗날 베르그송, 후설, 제임스 등에 의해 이루어질 정교한 시간론을 예기하고 있었다. 현재와 과거, 미래는 세 시간이 아니라 시간의 세 차원이며, … “뒤에 행하는 바는 필히 앞에 행한 것을 잇게 되고, 지금 행하는 바는 필히 이후 행할 것을 염두에 둔다.” …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인간은 하늘로부터 그 본성을 부여받았다. 이 점에서 역사의 의미는 성, 심, 정의 구도에 근간한다고 할 수 있다.
p.318-320.
왕부지는 사람이 하늘의 꼭두각시가 아님을 강조한다. 인간은 천리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그것을 실현한다. … 역사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주체인 것이다. …
그렇다면 천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다시 말해 인간의 성에 각인된 역사의 근본 방향성과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간단히 말해 이화세계, 인문세계의 발전이다. 왕부지는 문명/문화의 발달을 역사 발전의 기본으로 본다는 점에서 ‘진보사관’을 주창했다고 할 수 있다. …
왕부지의 이런 역사철학은 동북아 철학사에 중요한 이정표 … 예전에 역사철학은 대개 퇴보사관이거나 순환사관이었기 때문이다. … 왕부지는 이 오랜 상고주의의 전통을 벗어났으며, … 이런 역사철학은 그의 형이상학과 배리된다. 그의 발전사관은 ‘일음일양지위도’를 근간으로 하는 형이상학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그는 역사 자체에 관해서도, 전통적인 오행설에 기반한 순환사관은 배격하지만, 줄곧 내려운 (‘일음일양지위도’의 역사철학 버전인) ‘일치일란(一治一亂)’의 구도를 이어받고 있다. ‘일치일란’의 순환사관과 발전사관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그는 역사란 그저 단순히 직선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논한다. … 우주와 달리 역사에는 어떤 차이,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차이가 도래할 수 있다. 왕부지 사유에서의 이 대목이 바로 성리학적 원융의 세계에 어떤 열림이 도래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 결국 왕부지에게서 순환적 존재론과 발전사관의 결합은 나선형의 역사철학으로 귀결한다고 할 수 있다.
§2. 리(理)와 세(勢)
p.320-321.
왕부지는 역사가 일치일란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나선형적으로 발전하는 이치를 ‘리’와 ‘세’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설명한다. … 리/성은 천리로서 주어지는 이념이지만, 정은 개별자들이 갖가지 상황들에서 관계 맺으면서 살아갈 때 드러나는 현실적 차원, 욕망의 차원이다. …
‘세’는 현실차원의 객관적 상황/얼개이다. 그것은 한 국면에서 나타나는 정치-군사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 전체이다.
§3. 왕부지 역사철학의 한계: 중화중심주의
p.324.
원과 청은 중원을 평정한 통일국가들이었고, 이 때문에 중화민족이 아니라는 점과 대통일을 이루었다는 점 사이에 모순이 생겨난다. 그에게는 천하가 통일된 것이 ‘치’의 기준인데, 원과 청의 경우는 통일국가를 이루었음에도 ‘난’의 이미지로 보는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다. …
왕부지는 자신의 진보사관에 입각해 중화주의를 해체하는 데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화’를 실체화함으로써 역사의 현실을 외면했다.
***
p.326-328.
근대 인식론은 근대 초에 새롭게 이루어진 과학적 성과에 대한 메타적 반성으로부터 발아한 것이 아니다. 근대에 새롭게 형성된 인식론적 장 안에서 근대 과학이 가능했던 것이다. … 이 인식론적 반성은 중세의 사유가 함축하고 있던 형이상학적 전제들에 대해 회의하면서 이루어졌고, 때문에 형이상학과의 불가분한 관계를 통해서 가능했다.
근대적 사유는 현상 저편과 감각 저편의 두 심층을 연결하는 이 끈, ‘자연의 빛’을 끊어버렸을 때 성립했다. 이런 과정은 칸트에게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근대적 사유의 전형을 칸트에게서 찾을 것인가? …
하지만 그는 현상을 주체에 의해 일정하게 구성되는 인식질료로 파악함으로써 근대 사유의 또 하나의 핵심은 비켜 갔다. 19세기 사유의 ‘전반적인’ 흐름은 객체의 가변성과 주체의 가변성 사이에서 성립하는 우연을 그 핵으로 한다.
우연을 기초로 한다는 것은 가변적 주체와 가변적 객체의 마주침을 통해 형성되는 것, 그 이전의 어떤 것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이 마주침에 의해 생겨난 결과를 순수하게 주어진 것으로서, ‘사실’로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콩트가 생각한 ‘실증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곧 경험을 통해서 가능하다. …
근대 사유는 우연을 토대로 하는 경험의 사유이다. 그리고 경험의 한계는 끝없이 넓어지지만 결코 끝나지 않으며, 때문에 인식에서의 유한성은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진다.
p.339.
(왕부지에게)기는 물질성, 생명성, 정신성을 모두 내함한다.
p.340 (각주43)
...동북아 사유와 문화에서는 우리가 신체적 훈련을 통해서 기에, 우리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6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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