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Re:<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서평 올립니다.
질문 및 토론
녹색문명공부모임
작성자
박 용국
작성일
2024-11-23 19:55
조회
51
서평에 대한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김재영 선생님께서는, 제가 인용한 하이젠베르크의 슈뢰딩거에 대한 회고,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에서의 슈뢰딩거에 대한 설명, 그리고 월터 무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쓰여진 슈뢰딩거의 자서전 <슈뢰딩거의 삶>에서 기술된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 모두 왜곡된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그렇다면 김재영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는 어떤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1920년대에 슈뢰딩거는 보어 및 하이젠베르크와 어떤 점에서 대립하였는지, 그리고 <부분과 전체>에서 하이젠베르크는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를 어떻게 자의적으로 왜곡하였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또한 서평에 인용된, 슈뢰딩거가 말년에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는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물리학자 월터 무어는 슈뢰딩거의 삶과 연구들을 추적하여 전기 <슈뢰딩거의 삶>을 썼고, 저는 그의 글을 신뢰했습니다. <슈뢰딩거의 삶>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불연속성에 대한 슈뢰딩거의 반감은 그가 더블린에서 이룬 마지막 주요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그 연구는 프라하와 비엔나에서 공부한 박사학위를 가진 학자 루드빅 바스와의 공동 연구였다. <광자의 질량은 0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슈뢰딩거와 바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그럴 듯한 이론을 만든다면, 맥스웰 방정식에 약간의 변화를 줄 때, 그 변화가 매우 작으면 그 이론 내에서도 아주 작은 변화만이 일어날 뿐 큰 불연속성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우리는 상정한다.” <월터 무어, 『슈뢰딩거의 삶』, 전대호 옮김, 사이언스북스, 1997, 397P>
슈뢰딩거는 사망 2개월 전인 1960년 10월, 막스 보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는 보른에게 쓴 편지에서 마지막으로 파동함수를 확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막스, 내가 자네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 사랑을 바꾸어 놓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네에게 충격을 줘야겠네. 침착하게 듣게. 자네는 아주 경솔하게, 코펜하겐 해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 앞에서도 -그 사람들은 무조건 네 말을 믿을 텐데도- 여러 번 얘기했지. 그 경솔함을 논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네... 역사의 심판이 두렵지 않나?” <같은 책 422P>
또한, 서평에 올렸듯이 동료인 신지에게 보낸 편지(1959년)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친절하고 (정말 친절하다) 친근한 동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 능력을 백분 발휘하던 시절에 (1926년 내 나이 39세일 때) 수확한 나의 위대한 업적을 내가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이젠 모든 것은 파동이다라고 주장하려 한다. 동료들은 말한다. 내가 노망 때문에 상보성이라는 위대한 발견을(닐스 보어의 발견)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평범하고 우수한 이론 물리학자들은 제정신인 사람이 코펜하겐의 성스러운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책, 416P>
카이스트 이정민 교수(카이스트 물리학과, 인디아나대 과학사과학철학 박사)는 <부분과 전체>와 <슈뢰딩거의 삶>에 대한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슈뢰딩거는 양자라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사실 평생 불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식으로는 우리가 물리학을, 물리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밑바탕에 연속적인 물리 과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평생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불연속성을 양자 역학의 가장 근본적인 혁명이라고 생각한 보어나 하이젠베르크와 대립했습니다.>
<아까 슈뢰딩거가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양자 개념이 불연속을 함축하는 것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입자를 굉장히 회의적으로 보았습니다. 물리학에서 입자는 서로 분리되어 개체성을 가진 존재인데 그는 입자마저 파동, 연속적인 전파에서 잠깐 솟아오른 일종의 물방울. 같은 파동 속으로 곧 사라지고 마는 파동의 한 모습 정도로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무어가 보기에 이 해석은 우리의 개체적 영혼과 자아 개념을 부정하는 베단타 철학과 이어집니다. 우리는 단지 어떤 절대 정신의 구성물이고 실재하는 건 모두를 아우르는 절대론적 하나일 뿐이라는 베단타 철학의 부정과 개체성을 가진 입자 대신 파동으로만 세상을 파악하려고 했던 슈뢰딩거 물리학의 부정에서 유사성이 보인다는 거지요.>
슈뢰딩거가 불연속성을 배척하고 연속성을 추구했다는 것에 대해, 하이젠베르크/월터 무어/리언 레더먼/크리스토퍼 힐 및 이정민 교수 모두 견해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슈뢰딩거 본인이 말년에 쓴 편지에서도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불만이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심지어 슈뢰딩거는 역사의 심판까지 운운합니다. 어쨌든 제가 참고한 책들에서는 슈뢰딩거의 물리학적 세계관에 대해 일치된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슈뢰딩거 본인이 쓴 편지는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바탕으로 서평을 썼습니다. 소개해주신 미셸 비트볼의 책은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저는 반년 전부터 큐비즘과 관련하여 미셸 비트볼과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 미셸 비트볼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주류적 해석'이라는 제 표현에 대한 선생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사실 제 경우는 코펜하겐 해석이 아닌 큐비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양한 해석들에 대한 연구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음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서평에 쓰인 ‘주류적 해석’을 ‘주요한 해석들 중 하나’로 수정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서평에 대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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