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23장, 24장 (p.483-513)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1-07 11:08
조회
657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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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p.484-485.
이윽고 크리스가 나에게 방문을 열라는 손짓을 한다. 나는 그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그에게 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
...
"얘야, 크리스!" 문 바깥에서 소리가 들리도록 내가 외친다. "다시 보자!" ... "어디서요?" ...
...
산에서는 아니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산은 이미 사라졌다. "대양의 바닥에서 보자!" 이렇게 내가 외친다.
이제 나는 인적이 끊어진 도시,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 홀로 서 있다. 폐허가 내 주위 사방 어느 곳으로나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나는 그 위를 홀로 걸어야만 한다.
제24장
p.488-489.
나는 관심과 질이 동일한 것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임을 지적함으로써 이제 관심과 질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따라서, 기술 공학에 대한 절망감이라는 문제가 기술 공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이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건 그들이 관심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야기되는 것이라면, 또한 관심과 질이 동일한 것의 외적 측면과 내적 측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볼 때 기술 공학을 옹호하는 사람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 양쪽 다 기술 공학이 지니고 있는 질을 제대로 파악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기술 공학에 대한 절망감의 진정한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p.490.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몇몇 중요한 개념들 - 즉,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전체를 엄청나게 바꿔놓은 몇몇 개념들 - 을 소유하게 되었다. 질이 곧 부처이고, 질이 곧 과학적 현실이며, 질이 곧 예술의 목적이라는 개념들이 바로 그것인데, 이제 우리에게는 이러한 개념들을 하나의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맥락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위해서는 내가 이제까지 줄곧 화제로 삼아왔던 것보다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소재는 따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낡은 모터사이클 수리의 문제다.
p.492.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무엇을 먼저 말할 것인가를 동시에 한꺼번에 생각하려고 하면, 일이 너무 어려워진다. 그러니 이 둘을 따로 떼어놓아라. 먼저 네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어떤 순서로든 상관없으니 차례로 열거해놓아라. 그리고 후에 가서 적당한 순서를 생각하도록 해라.
"예를 들면요?" 그가 묻는다.
"글쎄다, 엄마한테 무얼 말하고 싶니?"
"여행에 대해서요."
"여행에 관해 무얼 이야기하고 싶니?"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올라갔던 산에 대해서요."
"그래? 그럼 그것에 대해 써라." 내가 말한다.
그거 그것에 대해 글을 쓴다.
...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차례로 열거하면서 글쓰기를 계속하더니, 세 장의 편지지를 가득 채운다.
...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한 통의 편지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가 말한다.
...
"제일 좋은 것들을 고르기만 하면 돼." 내가 이렇게 말한다. 이어서 우리는 밖으로 나와 다시금 모터사이클에 오른다.
p.493.
꼼짝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 이것이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의 주제다.
... 공인된 과학적 방법이 모터사이클 수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내가 논의했던 것을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그러한 논의의 목적은 고전적 합리성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이는 데 있었다.
이제 나는 질이 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합리성의 고전적 패턴이 엄청나게 개선될 수 있고 확장될 수 있으며, 또한 한결 더 효과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p.496.
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은 당신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확인하는 데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진위를 테스트하는 데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당신이 가야 하는 곳이 과거에 당신이 가고 있던 곳으로부터 이탈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곳이 아닌 경우, 당신이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창조성, 독창성, 창의력, 직관, 상상력 - 한마디로 말해,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능력" - 은 완벽하게 이 영역 바깥쪽에 존재한다.
p.500.
주체와 객체로 나누어놓는 영원히 이원론적인 모터사이클 접근 방법이 우리에게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는 항상 현실 위에 덧씌워놓은 인위적 해석일 뿐이다. 이는 결코 현실 그 자체가 아니다. ... 전통적 합리주의가 세계를 주체와 객체로 나눠놓을 때, 질은 밖으로 추방되고 만다.
p.503.
가치는 더이상 구조의 우발적 부산물이 아니다. 가치는 구조를 선행한다. 가치란 대상에 대한 지적 활동 이전에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지적인 인식으로, 구조를 낳는 것은 이 전지적인 인식이다. 우리의 구조화된 현실은 가치에 근거하여 미리 선택된 것으로, 구조화된 현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현실의 모태가 된 근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p. 507.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상황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와 같은 상황이야말로 그 모든 진정한 이해로 우리를 인도하는 영적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하는 상항에 처해 자존심을 버리고 이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질 전체애 대한 이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다른 일에서도 그렇지만 기계를 다루는 일에서도 그러하다.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질에 대한 이같은 이해로 인해, 너무도 자주 스스로 깨우친 정비사는 제도 안에서 훈련받는 정비사 - 즉,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배운 사람 - 에 비해 그처럼 탁월한 정비사가 되는 것이다.
p.510-511.
고원 지대의 꼭대기에 있는 아이다호 주의 그레인지빌에서 우리는 폭염을 피해 냉방 시설이 된 식당으로 들어선다. ...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카운터에 앉아 있는 고동학생 하나가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와 눈길을 주고 받는 것이 내 주의를 끈다. 여자아이는 매력적이며, 이에 눈길을 던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음식 시중을 들고 있는 카운터 반대편 쪽의 여자아이가 화난 표정으로, 그 여자아이의 생각으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런 표정으로 그들에게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일종의 삼각 구도다. 우리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은 채 타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소소한 순간들을 계속 스쳐 지나간다.
다시 폭염 속으로 나온다.
...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든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태울 듯한 폭염 속의 이 황무지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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