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의 공리와 양자 동전(주사위) 던지기
측정의 공리: '측정'에서 상태의 변화
어떤 대상이 $\Psi_Q=\sum_{j} c_j \delta_{ij}(\xi_i)$로 표현된 상태에 있을 때, 지점 $?$에 해당하는 자리에 변별체를 설치해 이 대상과 조우시킬 경우, 이 대상은
(1) 확률 $|c_l |^2$으로 $\delta_{il}(\xi_i)$만을 가진 상태, 곧 $\Psi'_Q = \delta_{il}(\xi_i)$로 전환되면서 변별체 위에 흔적을 남기거나[사건 형성],
(2) 확률 $1-|c_l |^2$으로 $\delta_{il}(\xi_i)$만 빠진 새로운 상태 $\Psi''_Q = \sum_{j\not=l} c'_j \delta_{ij}(\xi_i)$로 전환되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빈-사건 형성].
이 측정의 공리를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소위 '양자 동전'을 던지는 상황을 설정합니다.
양자 동전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었지만, 그냥 동전 던지기와 비슷합니다. 양자 동전을 던지면 앞면 아니면 뒷면이 나옵니다. 보통은 그 확률이 똑같을 터라 둘 다 1/2이라고 하겠지만, 편리를 위해 동전의 뒷면이 약간 무거워서 뒷면이 나올 확률이 36% (즉 0.36)이고, 앞면이 나올 확률이 64% (즉 0.64)가 되게 만들었다고 해 보죠.
이 양자 동전의 상태는 $$\psi = c_1 \phi_1 + c_2 \phi_2$$(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c_1$, $c_2$를 실수로 택하기로 합니다)로 쓸 수 있습니다. 나올 수 있는 $x$의 값이 둘 중 하나(앞면 아니면 뒷면)라서, 상태함수를 간단하게 쓸 수 있습니다.
앞에서 도입한 양자동전의 상태함수는 $$\psi = \frac{3}{5} \phi_1 + \frac{4}{5}\phi_2$$라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phi_1$는 양자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오는 것에 해당하는 상태함수이고, 마찬가지로 $\phi_2$는 양자동전을 던질 때 뒷면이 나오는 것에 해당하는 상태함수입니다.
앞에서 36%와 64%라고 확률값의 숫자를 선택한 것은 이렇게 3/5과 4/5를 계수로 맞추려고 그런 겁니다. $$ \left(\frac{3}{5}\right)^2 = 0.36 , \quad\left(\frac{4}{5}\right)^2 = 0.64$$
자, 이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에서 살고 죽는 확률이 1/2이라는 것 자체는 이상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주사위 놀이나 고전 동전을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확률이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동전을 던진 뒤의 상태가 어떻게 서술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소위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고양이 상자의 뚜껑을 여는 행위, 양자동전을 던지는 행위, 측정을 하는 행위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합니다. 측정 전에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선물상자의 포장을 뜯기 전까지는 선물상자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포장을 뜯는 행위가 선물상자 안의 선물이 무엇인지 정해진다는 것이니까 무척 황당한 이야기가 됩니다.
여러 세계 해석이라 부르는 접근에서는 동전을 던질 때마다 세계가 두 배 네 배 여덟 배로 계속 끊임없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결풀림 해석에서는 가령 고양이 털이 너무 많아서 그걸 고려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양자간섭항이 사라져 버리게끔 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해석의 핵심은 아래와 같은 [측정의 공리]에 있습니다.
측정의 공리: '측정'에서 상태의 변화
어떤 대상이 $\Psi_Q=\sum_{j} c_j \delta_{ij}(\xi_i)$로 표현된 상태에 있을 때, 지점 $?$에 해당하는 자리에 변별체를 설치해 이 대상과 조우시킬 경우, 이 대상은
(1) 확률 $|c_l |^2$으로 $\delta_{il}(\xi_i)$만을 가진 상태, 곧 $\Psi'_Q = \delta_{il}(\xi_i)$로 전환되면서 변별체 위에 흔적을 남기거나[사건 형성],
(2) 확률 $1-|c_l |^2$으로 $\delta_{il}(\xi_i)$만 빠진 새로운 상태 $\Psi''_Q = \sum_{j\not=l} c'_j \delta_{ij}(\xi_i)$로 전환되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빈-사건 형성].
이것을 조금 덜 일반적이면서 조금 더 알아보기 쉽게 적은 것이 <자연철학 강의>의 [공리 4]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자동전 이야기를 설명하면 이렇게 됩니다. 먼저 양자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되는지 뒷면이 되는지 직접 볼 수 없다고 하고, 그 대신 양자동전이 앞면으로 되면 파란색 발광다이오드가 켜지는 장치가 있다고 해 보죠. 이것을 흔히 '측정장치'라고 하는데,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34-236쪽에서는 이를 "사건유발 능력을 지닌 외부 물체"라고 길게 부릅니다. 짧은 이름은 "변별체"입니다. 영어로 discerner라 이름붙였습니다.공리4: '측정'에서 상태의 변화
대상이 상태 $$\Psi = \sum_{i} c_i \phi_i$$에 있을 때, 지점 $j$에 해당하는 위치에 '측정장치'를 놓아 대상과 접촉시키면
(1) 확률 $|c_j |^2$으로 '측정장치'에 흔적을 남기고 대상은 $$\Psi'=\phi_j$$로 전환되거나
(2) 확률 $1-|c_j |^2$으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phi_j$가 빠진 새로운 상태 $$\Psi'' = \sum_{i} c'_i \phi_i$$로 전환된다.
양자 동전 던지기를 [공리 4]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양자 동전의 상태함수는 $$\psi = \frac{3}{5} \phi_1 + \frac{4}{5} \phi_2$$입니다. 이 양자동전에 앞에서 말한 파란색 발광다이오드가 달린 장치를 붙여 둡니다. 양자동전의 앞날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가 됩니다.
(1) 장치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확률 0.36), 양자동전의 새로운 상태는 $\psi'=\phi_1$로 전환되거나
(2) 아니면 장치에 파란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확률 0.64), 양자동전의 상태는 $\psi''=\phi_2$로 전환된다.
만일 (1)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할 때,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그 파란색 다이오드 장치를 다시 그 양자동전에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양자동전은 앞면이 되었으므로, 그 장치를 다시 붙이기까지 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또 파란 불이 들어올 겁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될 확률이 1입니다. '틀림없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런 뜻입니다.
이 상황은 [공리4]와 충돌하지 않을까요? 예, 당연히 충돌하지 않습니다. 이 새로운 상태는 $$\psi' =1\cdot \phi_1 + 0\cdot \phi_2$$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이 1, 뒷면이 나올 확률이 0입니다.
이 대목에서 질문이 나옵니다. '측정의 공리'에서 말하는 상태의 전환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34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이처럼 알려진 상태 $\Psi$에 대한 관측과 관련해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리해 보았지만, 이것만으로는 관측이 어떻게 가능하고 관측 이후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관측,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대상과 외부 존재물 사이에 발생할 '사건'에 관련해 부가적인 공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즉 측정 과정(관측)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별도의 측정의 공리이며, 이 측정의 공리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을 말해 줍니다.
양자 동전과 파란색 등이 붙어 있는 장치 이야기는 순전히 [공리 4]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것이었는데, 마침 상태를 양자택일로 하는 바람에 직관적인 이해가 확 오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양자동전 대신 양자 주사위를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그 경우 양자 주사위를 던지기 전의 상태는
$$\psi = \frac{1}{\sqrt{6}}\phi_1+\frac{1}{\sqrt{6}}\phi_2+\frac{1}{\sqrt{6}}\phi_3 + \cdots +\frac{1}{\sqrt{6}}\phi_6$$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phi_i$ ($i=1,\cdots, 6$)는 각각 주사위의 "1", "2" 등이 나오는 것에 대응하는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파란색 등이 달린 장치를 주사위 "1"이 나올 때에만 불이 켜지도록 주사위에 붙여 놓습니다.주사위를 던져 장치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 이제 주사위의 상태는 $$\psi' = \phi_1$$로 전환됩니다. 만일 파란 불이 안 들어오면, 이제 주사위의 상태는$$\psi'' = \frac{1}{\sqrt{5}}\phi_2+\frac{1}{\sqrt{5}}\phi_3 + \cdots +\frac{1}{\sqrt{5}}\phi_6$$로 전환됩니다.
여기에서 뒤의 이야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빈 사건 null-event'으로 규정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부과한 것은 장회익 선생님의 독보적인 기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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