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원자 문제와 존재표출성향의 계산
지난 번 세미나에서 수소원자 문제를 다루었는데, 수학적으로 구한 상태함수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41쪽 중간 쯤에 나오는 다음 문장이 핵심이 됩니다.
"(4-3)식으로 도입된 상태에서 계수 $c_j$의 제곱 즉 $|c_j|^2$이 위치 $\xi_j$에 놓인 변별체 위에 사건을 유발하는 확률에 해당한다." |
미분방정식을 풀어서 수식으로 구한 상태함수, 즉 (6-55)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c_j$입니다.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에는 그냥 $c$라고 나타냈지만, 사실은 이와 같은 함수가 됩니다. 또 그냥 포괄하여 말할 때에는 $j$라는 무릎번호(아래첨자) 하나만 썼지만, 수소원자문제의 경우 문제를 풀면 $n$ 말고도 $\ell$이라는 무릎번호(아래첨자)가 있어야 합니다.
더 분명한 서술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60쪽에 나오는 다음 문장입니다.
상태함수는 1차원 위치와 시각의 함수 $\Psi (x, t)$로 쓸 수 있다 이 때 $$|\Psi (x ,t)|^2 = \Psi^* (x, t) \Psi (x, t)$$는 대상이 $x$와 $t$를 중심에 둔 단위 공간, 단위 시간 안에서 대상이 표출될 확률을 나타낸다. |
질량이라는 것을 계산할 때 같은 물질이라도 더 많이 있으면 더 무겁습니다. 그래서 두 물체가 어느 것이 더 무거운가 따지려면 부피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흔한 농담으로 "쇳덩어리 1킬로그램과 솜뭉치 1킬로그램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운가?"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의외로 쇳덩어리가 더 무겁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직관적으로 솜뭉치는 더 가벼운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솜뭉치 1킬로그램을 만들려면 엄청난 부피가 필요합니다. 이를 개념화한 것이 바로 '밀도(密度 density)'입니다. 영어 density나 중세 프랑스어 densité의 어원은 라틴어 densitas는 '빽빽한' 또는 '두꺼운'이란 뜻의 densus에서 왔고, 동아시아에서 이를 密度라 번역한 것도 원래의 의미에 충실합니다.
질량은 밀도와 부피의 곱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M = \rho V$와 같이 씁니다. 따라서 밀도는 질량은 부피로 나눈 것으로 정의되는 셈입니다. $$\rho=\frac{M}{V}$$ 이를 흔히 "단위부피당 질량"이라고 부릅니다. 초중등학교 수준에서 이를 아래 그림처럼 나타내기도 합니다.
밀도라는 개념은 아주 유용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개념에 대해 밀도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밀도는 단위 부피당 질량을 가리키지만, 전하량의 경우에도 전하밀도(electric charge density)를 단위 부피당 전하량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단위부피당 확률을 확률밀도함수(probability density function, pdf)라 부릅니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상태함수의 절대값제곱은 확률이 아니라 확률밀도함수가 됩니다. 뒤에 $\mathrm{d}x$ 또는 3차원이라면 $\mathrm{d}V$를 곱해주어야 비로소 확률이 됩니다. 여기에서 3차원 측도 $\mathrm{d}V$는 $$\mathrm{d}V = \mathrm{d}x \ \mathrm{d}y \ \mathrm{d}z$$와 같이 세 방향의 측도를 곱한 것으로 정의합니다. 직각좌표계 대신 구면좌표계 $(r, \theta, \varphi)$를 쓴다면 $$\mathrm{d}V = r^2 \sin\theta \ \mathrm{d}r \ \mathrm{d}\theta \ \mathrm{d}\varphi$$가 됩니다. (더 상세한 것은 "구면좌표계에서의 미분과 적분" 참조.)
앞의 글 "수소원자문제: (6-55)식과 그림 6-2의 의미"에서 s 오비탈의 그림과 그래프를 소개했습니다.
[그림 출처: chem.libretexts.org]
여기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한 상태함수는 $$\begin{align} \psi_{100}(\mathbf{r}) & = R_{10}(r) Y_{00} = \frac{1}{\sqrt{\pi}}{a_0}^{-3/2} e^{-r/a_0} \\ \psi_{200}(\mathbf{r}) & = R_{20}(r) Y_{00} =\frac{1}{4\sqrt{2\pi}}{a_0}^{-3/2}\left(2-\frac{r}{a_0} \right)e^{-r/2a_0} \\ \psi_{300}(\mathbf{r}) & = R_{30}(r) Y_{00} = \frac{1}{81\sqrt{3\pi}}{a_0}^{-3/2} \left(27-18 \frac{r}{a_0} + 2\frac{r^2}{{a_0}^2} \right)e^{-r/3a_0} \end{align}$$입니다. 참고로 $Y_{00}=1/\sqrt{4\pi}$이므로 $$\psi_{n 0 0}=\frac{R_{n 0}(r)}{\sqrt{4\pi}}$$입니다.
그런데 눈여겨 보면 위 그림의 (c) 그래프의 세로축이 $\Psi^2$이 아니라 $\Psi^2 r^2$입니다. 따로 설명이 없다면 왜 $r^2$을 곱해 주었는지 궁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s 오비탈은 구대칭이라서 각 $\theta$, $\varphi$에 대한 의존이 없습니다. 그러면 $$\mathcal{P}(r) \mathrm{d}r = |\psi (r)|^2 \mathrm{d}V = |\psi(r)| 4\pi r^2 \mathrm{d}r$$이 됩니다. 이를 아래와 같은 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출처: Raymond A. Serway & John W. Jewett (2019). Physics for Scientists and Engineers with Modern Physics. 10th Ed. p. 1117]
수학자의 관점에서는 불만족스러울 텐데, 물리학자는 이런 식의 그림을 많이 그립니다. 수박이나 오렌지나 양파처럼 구 모양에서 아주 얇은 구껍질(球殼)을 생각하면 겉보기에는 구면이지만 이것을 쫙 펴서 얇은 직육면체처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표면적이 $4\pi r^2$이므로 거기에다가 아주 얇은 두께인 $\mathrm{d}r$을 곱하면 그 구껍질의 부피가 됩니다. 이렇게 구한 부피는 눈에 모이는 물체(구껍질)의 부피를 나타낼 뿐 아니라 추상적인 공간, 가령 확률값을 나타내는 어떤 이상한 공간의 부피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일반화시켜 버립니다. 거기에 밀도(그냥 질량의 밀도가 아니라 가령 확률밀도)를 곱하면 우리가 원하는 어떤 수학적인 값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하간 전자의 존재표출성향이 $|\psi(r)|^2$이 아니라 $4 \pi r^2 |\psi(r)|^2$ 또는 $|\psi(r)|^2 r^2$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실상 더 위의 그림 중 (c)에서 세로축은 확률이 아니라 확률밀도입니다. 확률은 그 곡선 아래의 넓이로 주어집니다. 가령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출처: http://hyperphysics.phy-astr.gsu.edu/hbase/quantum/hydrng.html#c1 ]
비슷한 그림으로 아래의 그림이 더 분명합니다.
[그림출처: https://nanohub.org]
이 그림에서 파란색 그래프는 존재표출성향이고 빨간색 그래프는 그로부터 계산한 확률입니다. 쉽게 볼 수 있듯이, $r^2$을 곱해주지 않았다면 그 값이 최대가 되는 것이 $r=0$일 때가 됩니다. 직관적으로 봐도 원점 주변에서 존재표출성향이 가장 크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듭니다. $r^2$을 곱해 주고 나니까 존재표출성향이 가장 큰 곳이 $r=a_0$ 즉 보어 반지름 주변입니다. 이 그림이 있는 사이트는 미국 퍼듀 대학의 현대물리학 강의인데, 친절하고 상세해서 들어보면 아주 유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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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3.06.23 | 0 | 1399 |
맨 아래 그림이 포함된 퍼듀 대학의 강의가 유용합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으니 한번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Purdue PHYS 342: Modern Physics (Ron Reifenbe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