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세미나 질문
선생님의 이번 글을 읽으면서 칸트가 자주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모든 지식 패턴을 동일한 평면 위에서 고찰하고, 이 가운데서 패러다임에 무관한 본질적 요소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인간 사고의 기본적 구조를 밝혀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과학과 메타과학, 44쪽)이란 말에서 경험적 요소를 제거해 초월적 형식이란 껍데기를 찾고자 했던 칸트의 흔적이 느껴졌달까요. 만약 그렇다면, 감성계와 예지계의 일치 문제, 즉 매개의 문제를 고민했던 칸트처럼 찾아낸 형식을 구체적인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다시 등장할 것 같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다른 질문을 먼저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통합적 앎’을 ‘자연에 대한 앎을 연결해서 전체를 하나의 틀로 파악한 후에 얻게 되는 어떤 앎’으로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이 자연철학적 작업은 “인간의 모든 지식 패턴을 동일한 평면 위에서 고찰하고, 이 가운데서 패러다임에 무관한 본질적 요소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인간 사고의 기본적 구조를 밝혀내는 작업”에서의 물리학 버전이라고 이해해도 괜찮을까요? 자연철학적 작업이, 자연에 대한 앎(주로 물리학 위주의 지식)의 패턴을 고찰한 후 패러다임과 무관한 본질적 요소를 찾아 인간 사고의 기본적 구조를 밝혀내고자 하는 작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과연 자연 과학에서의 지식을 탐구하는 것만으로 ‘인간 사고의 기본적 구조’라는 걸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한 건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통합적 앎의 필요성을 구체화하는 부분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이번 읽기자료에서 통합적 앎이 필요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계십니다. 하나는 전문화의 과정이 ‘과학 자체의 발전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화의 경향이 ‘학문 간의 균형 잡힌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가 마주한 세계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제시하여 우리 삶은 물론 문명의 방향까지 잘못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앞의 이유는 납득이 갔으나, 뒤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게 궁금했습니다. 만약 전문화에 따른 불균형이 문제라면,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 다른 학문에 대한 교양을 쌓는 게 나은 건 아닌지, 오히려 물리학적 지식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작업 자체가 또 다른 불균형을 가져올 위험은 없는 건지, 에 대한 것입니다.
뒤의 질문을 부연하자면 이런 겁니다. 물리학적 지식 위주로 통합적 사유, 메타적 사유를 수행했을 때 찾고자 하는 게 물리학적 지식 또는 작업에서 당연히 전제하고 넘어가는 사고의 궤적(예를 들자면 당연하게 전제되는 계량화, 합리성 등 자연과학적 전제를 찾아 그것이 미친 영향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구조 또는 패턴이라면, 결국 그 구조나 패턴도 자연과학적인 전제가 들어간 입장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인간이 마주한 세계를 오도할 위험은 없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글을 충분히 더 곱씹고 질문을 끼적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날도 점점 쌀쌀해지고 일교차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모두 몸 관리 잘 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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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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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세미나3회(2021/10/14)] 갈릴레오의 <근대과학>은 성공을 이어갔으나, 장현광의 <근대학문>은 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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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을 넘어서> 장회익, 최종덕 200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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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정리] 새자연철학세미나 2회 - 채팅창에서 나눈 토론 주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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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1.10.01 | 0 | 2701 |
내일은 겨울나무님 뵐 수 있군요. 지난 번 좋은 질문도 잘 묵혀두었는데 내일 다 이야기할 수 있게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