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오펜하이머]나 [스톤 오프 하트]는 양자역학과 직접 연관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과학자들이 뭔가 열심히 계산하고 실험하는 것은 모두 양자역학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락액션영화인 [스톤 오프 하트]에는 '하트'라 부르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여 세상의 모든 정보를 쥐락펴락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대 사회의 과학기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초급 단계의 교육을 강조합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아예 초등학교 수준에서 양자물리학을 가르치는 것도 시험해 보았다고 하고,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초급단계의 양자역학 교육이 점점 많아지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사클레 대학 교수인 물리학자 쥘리엉 보브로프는 2022년 10월에 낸 책 [새로운 양자혁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컴퓨터, 암호학, 인터넷, 우주 등 : 21세기는 왜 양자세기가 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 Julien Bobroff (2022). Bienvenue dans la nouvelle révolution quantique: Ordinateur, cryptographie, Internet, spatial, etc. : pourquoi le XXIᵉ siècle sera quantique. Flammarion. https://bit.ly/47HwLJp
출판사의 책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초 프랑스는 주요 기술 혁신의 신호인 18억 유로 규모의 양자 계획을 발표했다. 건강, 환경, 화학, 생물학, 금융, 항공학, 암호학, 빅데이터, 인공 지능 등 모든 분야가 양자 “성배”, 즉 SF에서 많이 자랑하는 미래 컴퓨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빛알(광자)이나 단일 원자를 조작하는 능력 뒤에는 다른 획기적인 발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감도의 센서, 새로운 시뮬레이터, 심지어 새로운 통신 방식까지... 이 혁명의 기초는 무엇일까? 내일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 구체적인 응용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쥘리엉 보브로프(Julien Bobroff)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가장 유명한 실험실의 문을 열었다. 그는 얽힘의 신비와 "큐비트"의 미묘함을 매우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21세기는 양자 세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발견을 우리와 공유한다."
양자물리학 내지 양자역학은 그냥 하나의 새로운 세계관이나 재미로 보는 물리학 이론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근본적인 혁명의 토대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스운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지난 7월에 한국의 몇몇 젊은 과학자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해서 꽤 떠들썩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초전도체의 전문가가 쥘리엉 보브로프입니다. 연구자로서도 꽤 업적을 쌓아지만, 특히 보브로프는 과학의 대중화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 나온 책 <나의 위대한 양자역학>과 <다른 양자: 수식 없이 보장하는>도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 Julien Bobroff, Marine Joumard (illust.). (2019). Mon grand mécano quantique. Flammarion. (https://bit.ly/3YQDHjw)
- Julien Bobroff (2020) La quantique autrement: Garanti sans équation! Flammarion. (https://bit.ly/3QPle4I)
2020년 책의 한국어 번역판은 지난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 쥘리앙 보브로프,김희라 (2023)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북스힐. http://aladin.kr/p/kz1kW
저희 모임에도 초기에 참석하셨던 이재일 교수님이 감수를 하셨습니다. 원 제목도 수식 없이 양자물리학을 소개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Chapter 1 양자물리학과의 만남: 파동-입자 이중성
Chapter 2 52번째 편지: 파동함수
Chapter 3 세계는 불연속적이다: 양자화 원자를 그려줘: 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Chapter 5 불확실한 물리학?: 불확정성 원리
Chapter 6 벽 통과하기: 터널 효과
Chapter 7 양자물리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측정과 결잃음
Chapter 8 진동하는 고양이: 상태의 중첩
Chapter 9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입자들: 얽힘
Chapter 10 단순한 쌍둥이가 아니다: 구별 불가능성
Chapter 11 모두 함께, 모두 함께!: 페르미온 기체와 보손 기체
Chapter 12 특별 세션 ‘물리학의 우드스톡’: 초전도성
Chapter 13 당신의 컴퓨터 속 고양이들: 양자 컴퓨터
Chapter 14 양자물리학과 우리: 양자물리학이 생물, 미래 그리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양자역학 또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그대로 반복합니다. 첫 장이 아예 '입자-파동 이중성'으로 시작합니다. 2장에서 막스 보른이 등장하여 소위 프시($\psi$) 함수 또는 상태함수가 '확률'이란 말이 살짝 나오다가 프시 함수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보른의 접근을 그냥 단순히 "입 다물고 계산이나 해"의 입장인 양 얘기하기도 합니다. 또 아쉽게도 번역하신 분이 물리학 특히 철학적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실재(le réel, reality)를 '현실'이라고 옮기셔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핵심 개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상태의 중첩이란 개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 채 아예 고양이의 진동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본문에는 고양이가 진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자얽힘은 텔레파시인 듯 이야기합니다. (역시 본문에서는 다르게 말합니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책을 써야 책이 더 많이 읽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양자역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보다는 뭔가 신비하고 알쏭달쏭한 스토리텔링이 더 강력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013년에 처음 출간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책이 있습니다. "아기들을 위한 양자물리학 (Quantum Physics for Babies)"라는 제목인데, 2016년에는 한국어판("아이들을 위한 양자역학")도 나왔습니다.
[그림 출처: https://csferrie.wordpress.com/2016/11/19/quantum-physics-for-babies/ ]
이 책이 어떻게 그렇게도 인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탓도 있을 겁니다.
2017년에 나온 <아기는 양자물리학을 사랑해!>라는 제목의 책도 무척 인기가 좋았습니다.
- Ruth Spiro, Irene Chan (2017) Baby Loves Quantum Physics! Charlesbridge https://amzn.to/45I4AYS
2017년에 나온 "양자물리학의 내 첫 책 (Mi Primer Libro de Fisica Cuantica)"이라는 제목의 책도 꽤 흥미롭습니다. 2020년에 한국어판도 나왔습니다.
- 세다드 카이드-살라 페론, 에두아르드 알타리바 (2017/2020) 처음 읽는 양자물리학(Mi Primer Libro de Fisica Cuantica). 두레아이들. http://aladin.kr/p/sW3NG
생애 처음으로 읽는 양자물리학 책답게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만 되어 있는 그림책입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체로 양자물리학/양자역학에 대한 신비화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라도 흥미를 유발하는 게 옳은 것일지, 아니면 양자역학을 뭔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의견을 나누면 좋을 듯 합니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연철학 강의 공부모임>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540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540 |
공지사항 |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592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592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3064
|
neomay33 | 2023.04.20 | 3 | 13064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5848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5848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2702
|
시인처럼 | 2022.03.07 | 0 | 12702 |
682 |
[질문] 엔트로피 법칙이 무엇인가요? (1)
자연사랑
|
2025.03.13
|
추천 0
|
조회 63
|
자연사랑 | 2025.03.13 | 0 | 63 |
681 |
[자료] 물리법칙과 '나'라는 문제
자연사랑
|
2025.03.12
|
추천 1
|
조회 81
|
자연사랑 | 2025.03.12 | 1 | 81 |
680 |
[자료] 자유에너지 경관과 준안정상태의 변화
자연사랑
|
2025.02.22
|
추천 1
|
조회 106
|
자연사랑 | 2025.02.22 | 1 | 106 |
679 |
[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
2025.01.28
|
추천 1
|
조회 228
|
자연사랑 | 2025.01.28 | 1 | 228 |
678 |
[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
2025.01.27
|
추천 1
|
조회 239
|
자연사랑 | 2025.01.27 | 1 | 239 |
677 |
[자료] 고립계, 닫힌 계, 열린 계
자연사랑
|
2025.01.20
|
추천 1
|
조회 245
|
자연사랑 | 2025.01.20 | 1 | 245 |
676 |
[자료] 열역학 영째 법칙과 온도의 정의 (2)
자연사랑
|
2025.01.19
|
추천 0
|
조회 241
|
자연사랑 | 2025.01.19 | 0 | 241 |
675 |
상호작용 없는 측정(엘리추르-바이드만)과 겹실틈 실험
자연사랑
|
2024.12.25
|
추천 0
|
조회 221
|
자연사랑 | 2024.12.25 | 0 | 221 |
674 |
[자료] 푸리에 변환과 힐버트 공간
자연사랑
|
2024.12.10
|
추천 0
|
조회 301
|
자연사랑 | 2024.12.10 | 0 | 301 |
673 |
양자역학이 답하고 있는 문제: 상태를 어떻게 서술할까?
자연사랑
|
2024.12.09
|
추천 0
|
조회 257
|
자연사랑 | 2024.12.09 | 0 | 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