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을 마치며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을 마치며
2023.8.19 김숙인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교 책장에서 찾은 책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을 통해 장회익 선생님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이 얇고 제목이 멋져서 펼쳐보았는데 얼마 못 가 금방 덮고 말았다. 한 문장 한 문장 밀도가 높고논리가 단단하게 짜여있어 소화하기 어려웠다. 다시 그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이후 <살림의 학>이라는 학교 필수철학 및 진로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살림’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기후위기상황, 자본주의 질서 등), 앞으로 어떻게 살림을 살아나가야 할지를 다룬다는 정도의 방향성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 바탕이 되어줄 존재론적 설명을 하기 어려워 막혀있었다. 그 고민을 가지고 다시 펼친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삶>은 구원처럼 적확하고 옹골찬 내용으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덕분에 특정 종교관을 타지 않고도 세상의 존재론적 연결성을 설명하고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었다.
그 감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가, 녹색아카데미에서 장회익 선생님을 모시고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책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근대적 시각과는 매우 다른 법칙으로서 오늘날의 생활 양태, 예술 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오래된 지혜와 통할 실마리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직감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책의 부제 ‘양자역학이 불러온 존재론적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내시는지 궁금하여, 어렵겠지만 책을 한 번 읽고 말씀 들어보는 데 의의를 가지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글에 나오는 여러 수과학 용어와 공식을 잘 몰라 차근차근 전개되는 증명 논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말로 풀어 말씀해주시는 바를 듣고 이해한대로 적어보았다.
양자역학은 변화가 일어나는 최소 단위가 연속적이 아니라 양자적임을 뜻한다. 고전역학에서는 상태를 알기 위해 입자와 궤적, 0과 1의 단위로 움직임을 파악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재야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기대치를 쫓아가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이를 안다고 여겼다. 양자역학에서 다시 이해하게 된 상태란 공간에 퍼져있는 것이고, 변별자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0이나 1로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상태 하나가 여러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며 변별체에 관찰된 가장 있음직한 경로로서 움직임을 이해한다. 이를 두고 장회익 선생님은 기본적 존재 양상을 어떤 사건을 일으킬 성향으로 이해해야하며, 변별체에 영향을 줄 성향으로서 상태는 엄밀히 계산되지만 사건 자체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각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장회익 선생님의 존재론적 해석에 따라 복잡했던 원리들이 하나의 바탕에서 통하여 묶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나의 생각과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것이 수식으로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이를 기반하여 앞으로 ‘가능성, 성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와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꾸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울림처럼 남았다. 모든 게 춤처럼, 축제처럼 다가왔다는 게 일단의 단상이다. 이 명확하고 깔끔한 해석이 있고서도 복잡다단한 삶의 여정은 이어지겠지만, 해석됨으로써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매 수업 시간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참여자분들의 열정과, 아직 다 알 순 없지만 알게 될 거라며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씀해주시는 선생님께 존경을 느꼈다. 그 공부 현장에 함께 있을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었다. 하나하나 짚어 결론에 이른 게 아니라 신뢰를 가진 채로 결론을 먼저 받아들인 상황이라 앞으로 장회익 해석을 가지고 다시 살펴보고 싶은 부분이 많다. 앞으로의 배움길에서도 뵙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더하여 요청드리는 바가 있다면 청소년기 아이들도 이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쉽게 풀어 이야기해주시는 자리나 기록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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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부분에 언급하신 "청소년기 아이들도 이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쉽게 풀어 이야기해주시는 자리나 기록"과 관련하여 책을 하나 소개드리려 합니다.
지난 4월에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된 아래의 책입니다.
* 쥘리앙 보브로프,김희라 (2023)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북스힐. http://aladin.kr/p/kz1kW" target="_blank" rel="noopener">http://aladin.kr/p/kz1kW
저희 모임에도 초기에 참석하셨던 이재일 교수님이 감수를 하셨습니다. 원 제목도 수식 없이 양자물리학을 소개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만 이 책의 서술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이 점은 따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또 "아기들을 위한 양자물리학(Quantum Mechanics for Babies)"라는 당혹스러운 제목으로 유명한 책도 2017년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래 책도 유명합니다.
* 세다드 카이드-살라 페론,에두아르드 알타리바 (2020) 처음 읽는 양자물리학. 두레아이들. http://aladin.kr/p/sW3NG" target="_blank" rel="noopener">http://aladin.kr/p/sW3NG
양자물리학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