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글] 양자역학, 강독모임을 마치며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 갈무리글
영주
장회익 선생님의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를 읽고, 온생명이 ‘생명의 단위’에 대한 존재론적 수정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낱생명의 존재론에서, 온생명으로 존재론적 수정을 통해서, 여러 생명현상들에 관해서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신비를 헤치지 않으면서, 생명에 대한 겸허한 태도와 바른자세를 앎에 바탕한 삶으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존재론적 수정을 통해, 안다고 생각한 자득적 앎이 새로워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큰 이해로 가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런 이끌림 따라서 장회익 선생님 활동을 찾다가, 녹색아카데미를 만나고, 강독모임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의 부재 ‘양자역학이 불러온 존재론적 혁명’ 또한 앞서 적은 생명의 단위에 대한 존재론적 수정처럼 여러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겠다, 싶었습니다. 물리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서, 양자역학 정식화 이후 우후죽순 솟아오르는 여러 현상해석의 난해함에서 오는 피곤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명쾌해지는 부분들이 생겼습니다. 한편, 정식화를 통해 수학의 언어를 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공부거리도 함께 떠올랐는데, 무겁기 보단, 더 높은 차원의 이해로 나아가는 공부거리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물리수학을 공부하는 자리를 녹색아카데미가 준비해줄 수 있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 ^)
읽어가면서 기억에 남는 건 사건을 야기할 성향이 0이나 1뿐 아니라, 그 사이의 다른 값이 될 가능성이 있단 것(139p)과 존재는 동역학 법칙에 맞추어 독자적으로 변화해나가는 객체적 성격(속성)(140p)이란 것, 측정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상태전환은 대상과 변별체 사이 사건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성격(142p)이란 것입니다. 기억남는 순간들과 내용이 더 많이 있지만, 위에 적은 정도만 해도 그간 존재라고 생각한 것에 대한 그야말로 혁명적인 이해였습니다. 그에 뒤따른 정식화부터 양자마당까지 논리적 연결이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많기에 느낌만, 혹은 믿음이 있습니다 ^ ^
장회익선생님의 존재론적 수정은 실제 양자역학을 이해해가는 길을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이 아닌 존재의 수정은 더 넓은 이해로 가는 길이란 걸, 책을 읽는 내내 느꼈습니다(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에서도). 결국 이 존재적 앎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해석의 틀로 삼을 것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연결에 조심스럽기도 하지만(우석님의 우려가 느껴지지만^ ^), 그 앎이 내 삶의 새로운 생기를 북돋는 작용을 하게 되면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존재를 1,0으로 보지 않고 그 사이의 가능성에 열리고, 물리적인과(동역학적)로 변해가면서도 타자(변별체)와의 만남으로 어떤 변화가 되는 성향이란 게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유기체론과 연결된다고 느끼고, 장회익선생님의 ‘진행형’ 복합질서와 비슷한 모양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삶에서 연구주제로 재밋게 공부 해가고 싶습니다.
강독모임에서 긴 세월 앎과 삶을 순환하면서 지조있게 새길 내가는 선생님과 좋은 동무들과 함께 공부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저는 밤에 일찍 자는 편이라, 늦은 시간 다 채우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그래도 부지런히 참여할 수 있었던 건 함께 이끌어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모두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또 좋은 공부자리에서 만나뵙겠습니다.
*내일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갈무리글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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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글 무척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물리수학을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번 시도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양자역학의 상태를 성향으로 이해하자는 장회익 선생님의 제안이 어떻게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연결된다고 느끼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글 잘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
선생님이 계셔서 이런 저런 공부가 함께되는게 감사해요.
장회익 선생님의 제안도 화이트헤드에 대한 철학적 견해에 대해서 아직 공부하
고 이해를 키워갈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밝힌 것 처럼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존재를 변화(지속)해가는 유기적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어요. 유기체가 무기체의 대조되는 용어라기 보단, 일정 패턴이 생성되고 변형되어 가면서, 지속하는 존재로 이해하는 바탕이 있습니다. 그 지속은 변별체와의 관계(접촉) 속에서 상태함수(패턴, 진동적 유기체 변형)가 현실화되는 사건(화이트헤드의 공허한(빈) 사건empty event와 충만된 사건occupied event)과 연결성이 있다고 이해했어요. 패턴이 명확한 시간경과를 포함하는 지속을 필요로 하기에, 고정/멈춘(미분화동일화 된) 존재양상이 아닌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며 존속 패턴을 통해 변화/지속하는 존재양상에 가까운 존재적 이해로 변경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학과 근대세계에서 화이트헤드는 존재의 근원적인 유를 이루는 유기체를 소원체(Primate)라는 단어로 사용했는데, 근원적 유에 포함되는 종에 속하는 근원적 유기체는 하위 유기체로 분해될 수 없다고 했어요. 이는 상태함수에 대한 사건야기성향이 여기에도 존재하고, 저기에도 존재하고 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란 걸 짚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저는 온생명을 이해할 때 '진행형 복합질서'라는 존재양상이 어떤 국소질서의 증감이 있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로 지탱하며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연결 그 자체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이 장회익 선생님이 미시적 존재 양상(성격)을 이야기할 때도 비슷하게 상상되었어요. 이건 구체적으로 들어갈 땐 다른 이해들이 뒤섞일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그럼에도 거시적 존재와 미시적 존재가 맞물려서 이해되고, 거기엔 진행하고, 변화해가는 존재적 성격이 들어가 있다는 게 신비롭게 느껴져요.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화이트헤드의 철학 속에 '공허한 사건'과 '충만된 사건'이란 개념이 있나요? 제가 잘 몰라서 질문을 드립니다.
2015년에 출간된 Leemon B. McHenry (2015). The Event Universe: The Revisionary Metaphysics of Alfred North Whitehead. Edinburgh University Press. 같은 책이 관련될지 모르겠습니다.
과학과 근대세계, 제 9장 과학과 철학, 제가 가진 책 191쪽에서 봤었습니다.(과학과 근대세계/우연과 필연, 삼성출판사, 1993. 9. 1 6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