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빅뱅 우주론의 개요와 몇 가지 오해
부족하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본문을 봤을 때 대체로 맞지만 몇 개를 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1. 빅뱅은 공간의 팽창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팽창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모든 것이 한 곳에 뭉쳐져 있어야 한다는 사건을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한 곳에 뭉쳐져 있으면 당연히 온도와 압력이 높을 것이고 마치 폭발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에 대해서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시면 안 되고, 빛이 지나온 거리는 정확히 137억 년이 맞습니다. 이 거리를 광행거리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시간과 빛의 속도를 곱한 것입니다. 다만 보통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에 대해서 말할 때는 광행거리가 아니라 동차거리를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137억 년 동안의 팽창이 고려된 거리를 사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 동차거리가 465억 광년입니다. 만약 팽창이 없다면 광행거리와 동차거리가 동일합니다.
3. 마지막 (6)에서 은하단의 크기는 은하들로 정의되는 것이 아닙니다. 은하단과 같은 collapsed structure의 크기는 virial radius와 같은 물리량으로 정의됩니다. 이 크기는 우주의 팽창과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지만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서 조금씩 커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좀 어려운 개념인데 우주가 팽창할 수록 중력적으로 뭉치는 물질이 많아지고 배경 밀도가 낮아져서 스스로 중력적으로 뭉칠 수 있는 경계면이 점점 성장해서 그렇습니다.
하여튼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은하단의 크기는 커지는 것이 맞습니다. 해당 답변에 맞는 질문은 은하나 은하단의 크기가 아니라 가까운 은하끼리의 거리가 무조건 멀어지나요? 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하를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멀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전혀 아닙니다. 우주의 팽창에 따른 멀어짐은 관측가능하고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리량입니다. 멀어질 수록 크기도 작아질 것이고 (좀 복잡해서 너무 멀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밝기도 어두워집니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오랫동안 은하를 보면 크기와 밝기의 변화가 보입니다. 우주공간 팽창에 따른 거리 변화는 확인할 수 없는 물리량이 아니라 실제로 physical distance가 증가하는 실체가 있는 물리량임을 아셔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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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빅뱅 우주론의 개요와 몇 가지 오해"에 대한 논평이신 것 같습니다. 논평을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의 질문과 대답은 Charles H. Lineweaver and Tamara M. Davis (2005)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misconceptions-about-the-2005-03/" target="_blank" rel="noopener">Misconceptions about the Big Bang. Scientific American에 있는 것을 요약하여 적은 것입니다.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의 필진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긴 하지만, 잡지 자체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서 곧잘 부정확한 내용도 실릴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더 정확하게 하다 보면 너무 깊이 들어갈 것을 우려하여 적당히 '생략'하거나 '축소'하기도 합니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을 듯 합니다.
저는 물리학을 공부했고 우주론도 나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오고 있긴 하지만 우주론 전공은 아닙니다. 우주론의 철학적 문제와 우주론 연구의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논평에서 다소 과학철학적인 질문을 드린다면, "바라보면", "보면" "확인할 수 있는" 등의 표현에서 우리가 은하와 관련한 '관찰'을 한다고 말할 때, 정말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 늘 궁금한 문제였습니다. 갈릴레오가 장난감 같은 스파이글래스(Dutch spyglass)을 가지고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다는 책을 발표하자, 보헤미아의 자연철학자 마르티누스 호르키(Martinus Horký)가 여기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을 폈습니다. 그 새로운 장치가 보여주는 것이 장치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정말 목성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Strebel, C. (2006). Martinus Horky und das Fernrohr Galileis. Sudhoffs Archiv, 90(1), 11–28. http://www.jstor.org/stable/20778010" target="_blank" rel="noopener">http://www.jstor.org/stable/20778010
과학의 역사를 휘그주의적으로 진보를 향한 쉼 없는 전진으로 여긴다면 호르키의 반론은 낡은 관념을 고수하는 어리석은 보수주의자의 생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더 깊이 고민한다면, 정말 우리가 우주와 지구 밖의 일에 대해 무엇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우주론에서 다루는 여러 거리 개념은 꽤 혼동스럽습니다. 아래의 논문에서 여러 거리 개념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있습니다.
Davis, T., & Lineweaver, C. (2004). Expanding Confusion: Common Misconceptions of Cosmological Horizons and the Superluminal Expansion of the Universe. 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 21(1), 97-109. doi:https://doi.org/10.1071/AS03040" target="_blank" rel="noopener">10.1071/AS03040
대중과학서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파인만이나 와인버그 같은 대가급의 물리학자들도 이 문제에서 혼동을 일으킬만한 서술을 하거나 옳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첨부파일 : davis-lineweaver2004_expanding-confusion-common-misconceptions-of-cosmological-horizons-and-the-superluminal-expansion-of-th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