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슈뢰딩거 방정식의 유도
장회익 선생님의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논리를 따라가면, (5-9)식에서와 같이 상태함수의 푸리에 변환을 통해 위치 $x$ 및 시각 $t$의 상반변수 $k$와 $\omega$는 $$\hat{k}=-i \frac{\partial}{\partial x} , \quad \hat{\omega}=i\frac{\partial}{\partial t}$$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푸리에 변환을 도입하는 대신 소위 불확정성 관계식 또는 불확정성 원리를 출발점으로 삼아서 이 두 관계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미분연산자 형태로 쓰는 대신 $\Psi (x, t) = e^{i k x - i\omega t}$를 이용하면 $$-i \frac{\partial}{\partial x}\Psi (x, t) = (-i)(i k) e^{i k x - i\omega t} = (-i)(i k) \Psi (x,t) = k \Psi (x, t)$$이며, $$i \frac{\partial}{\partial t}\Psi (x, t) = i ( - i \omega) e^{i k x - i\omega t} = \omega \Psi (x, t)$$이므로, 쉽게 $$ -i \frac{\partial}{\partial x} = k , \quad i \frac{\partial}{\partial t} = \omega$$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분연산자의 고유값 문제에 해댱합니다. 고유값 문제라는 것은 어떤 연산자에 대하여 $$\hat{A} f = a f$$와 같이 연산자를 함수에 작용했을 때 그 결과가 원래의 함수에 비례하며, 그 앞에 숫자 $a$가 곱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Psi (x, t) = e^{i k x - i\omega t}$에 굳이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여 평면파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냥 삼각함수의 한 형태이며, 단지 미분연산자의 고유함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편리합니다.
이 독특한 함수를 이용하면 $$-i\frac{\partial}{\partial x} e^{i k x - i \omega t} = k e^{i k x - i \omega t}$$이고 $$i\frac{\partial}{\partial t} e^{i k x - i \omega t} = \omega e^{i k x - i \omega t}$$이므로 $$ - i\frac{\partial}{\partial x} = k , \quad i\frac{\partial}{\partial t} = \omega$$라는 형식적 관계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푸리에 변환과 연결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수함수가 푸리에 변환의 정의에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지수함수에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차후의 과정이며, 단지 이 함수의 매우 특수한 성격 때문에 $x$와 $k$ 그리고 $t$와 $\omega$가 서로 상반적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플랑크-아인슈타인-드브로이 관계식 $$p=\hbar k , \quad E=\hbar \omega$$에 적용하면 $$\hat p = -i \hbar \frac{\partial}{\partial x} , \quad \hat{E}=i\hbar \frac{\partial}{\partial t}$$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상대성이론을 고려하지 않는 고전역학에서 에너지가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으로 주어짐을 알고 있으므로 $$E = \frac{p^2}{2m} +V(x)$$이며, 위에서 얻은 운동량과 에너지에 대한 표현을 넣으면 $$i \hbar \frac{\partial }{\partial t} = \frac{1}{2m} \left(-i \hbar \frac{\partial}{\partial x}\right)^2 + V(x)$$가 됩니다.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식이 어떤 함수 $\Psi(x, t)$에 작용하는 연산자를 나타낸다고 하면, $$i \hbar \frac{\partial }{\partial t} \Psi (x, t) = \frac{1}{2m} \left(-i \hbar \frac{\partial}{\partial x}\right)^2 \Psi (x, t) + V(x) \Psi (x, t)$$가 됩니다. 이를 더 보기 좋게 정리하면 $$i \hbar \frac{\partial \Psi}{\partial t} = - \frac{\hbar^2}{2m} \frac{\partial^2 \Psi}{\partial x^2} + V(x) \Psi$$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입니다.
1925년 슈뢰딩거는 상대성이론에 따른 에너지 관계식 $$E^2 = c^2 p^2 + m^2 c^4$$에서 출발하여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을 얻었지만, 이 내용을 다룬 투고논문을 곧 철회해 버렸습니다. 그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으로부터 수소원자의 에너지를 계산하면, 파셴의 실험결과와 상충하는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상세한 것은 "상대론적 파동방정식" 참조)
요컨대, 단순하게 비상대론적 에너지 관계식 $$E = \frac{p^2}{2m} +V(x)$$에서 출발하여 소위 '양자화'를 거치면 아주 쉽게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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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유도는 초급 수준의 일반물리학에서 늘 등장하며, 제 자신이 오래전에 장회익 선생님께 이와 같은 유도를 배웠습니다. 또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에서 상세하게 서술한 것처럼, 슈뢰딩거나 클라인, 포크, 드동데, 판덴둥겐, 드브로이, 쿠다르, 이바넨코, 란다우, 고르돈 등이 이러한 방법으로 파동방정식을 유도했습니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1)의 단계에서 위치와 시각의 상반변수에 해당하는 $k$와 $\omega$의 미분 형태를 얻기 위해 소위 불확정성 관계식을 쓸 것인가, 아니면 푸리에 변환에서 출발할 것인가 하는 점이 다릅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5.2절 "양자역학의 동역학 방정식"에서는 상대론적 에너지 관계식에서 질량이 위치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다소 무리한 논변을 포함시킨 뒤, 결국은 비상대론적 근사를 이용하여 복잡하게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형식체계는 여하간 선택의 자유가 항상 있는 법이지만, 이렇게 굳이 복잡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통찰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질량 없는 경우와 질량 있는 경우를 구별하면서도 이 둘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상 질량 없는 경우라는 것은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인 클라인-고르돈 방정식 $$\frac{\partial ^2 \Psi }{\partial x^2} - \frac{1}{c^2}\frac{\partial ^2 \Psi}{\partial t^2} = \frac{m^2 c^2}{\hbar^2} \Psi$$에서 $m=0$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은 질량이 있든 없든 상대론적인 에너지-운동량 관계를 충족시키는 파동방정식입니다. 결국 질량 없는 경우와 질량 있는 경우로 구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론적 파동방정식과 비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의 구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에너지 관계식이 상대론적인가, 아니면 비상대론적인가를 나눈 뒤에 거기에 '양자화' 규칙을 적용하면 손쉽게 클라인-고르돈 방정식 또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상 7장 양자마당이론에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으며, (7-35)식으로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을 명시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5.2절 "양자역학의 동역학 방정식" 중 "질량 없는 대상의 동역학 방정식"의 서술에서 난점이 있습니다. 수학적 형식체계로부터 $$\frac{\partial ^2 \Psi }{\partial x^2} - \frac{1}{c^2}\frac{\partial ^2 \Psi}{\partial t^2} = 0$$이라는 동역학 방정식을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실상 고전적인 파동의 운동을 서술하는 전형적인 파동방정식입니다. 즉 양자역학의 동역학 방정식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방정식을 따르는 실제의 대상이 현재의 양자물리학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질량이 0인 경우의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은 고전적 파동방정식과 같은 모양입니다.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 전자기파는 고전적 파동방정식으로 서술됨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밝혔습니다. 이 전자기파에 빛과 여러 라디오파(전파), 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엑스선 등이 포함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이 방정식은 파동의 이동속도가 $c$임을 말해 줍니다.
양자역학으로 접근하면 질량이 0인 경우의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을 충족시키는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광속 $c$로 움직이는 대상은 질량이 없어야 하며, 그런 기본입자로 현재 알려진 것은 빛알(광자)과 중성미자뿐입니다. 중성미자도 질량이 완전히 0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여하간 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빛알뿐입니다. 그러나 빛알은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을 충족시키지 않습니다. 빛알에 대한 올바른 동역학 방정식은 맥스웰 방정식이며, 양자마당이론에서는 스핀이 1인 맥스웰 마당 $A_\mu (\vec{x}, t)$로 빛알을 서술합니다. 맥스웰 마당의 성분들이 각각 파동방정식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질량이 0인 클라인-고르돈 방정식과 충돌하지 않지만, 여하간 빛알에서는 성분들 사이의 관계가 핵심적이기 때문에 빛알의 동역학 방정식은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이 아닙니다.
현재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스핀이 0인 클라인-고르돈 마당으로 서술되는 유일한 기본입자는 힉스 보존(Higgs boson)입니다. 1960년대에 브라우트-엉글레르-힉즈 메커니즘(BEH mechanism)이 제안되었고, 이로부터 중성이며 스핀이 0인 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유도되었지만, 오랫동안 실험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2012년에 드디어 그 실험적 증거가 나왔는데, 힉스 보존의 질량은 $125.25 \pm 0.15 \ \mbox{GeV}/c^2$로서 양성자의 133배 정도로 매우 무겁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유도과정과 그러한 선택에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인데 제가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질문을 드립니다. 다음 세미나 시간에 상세하게 이야기 나누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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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과 맥락은 다르지만 관련된 글을 2020년 초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4) 상태변화의 원리, 슈뢰딩거 방정식"
슈뢰딩거 방정식을 더 기본적인 가정으로부터 유도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3년에도 다음과 같은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WP Schleich, DM Greenberger, DH Kobe, and MO Scully (2013). "Schrödinger equation revisited" Proc Natl Acad Sci USA. 2013 Apr 2; 110(14): 5374–5379. doi: 10.1073/pnas.130247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