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론의 시공간 차원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2-07 14:07
조회
6463
(* 앞에서 끈이론이 시공간 차원이 26차원 또는 10차원이라는 말을 했고, 이를 간단하게 증명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아래 글도 그와 관련됩니다. 이전에 다른 곳에 써 두었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단순하게 말하면, 끈이론은 양자이론의 대상이 점입자가 아니라 1차원 끈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D$차원 시공간에서 점입자가 운동하면 세계선(worldline)이 그려지지만, 끈이 운동하면 세계면(worldsheet)이 만들어집니다. 이 세계면에서 적절하게 작용량을 선택하여 일종의 양자장이론을 전개하면 라그랑지안이든 해밀터니안이든 얻을 수 있고 이를 가지고 뭔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제2양자화 비슷하게 하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한히 많은 어울림 떨개(조화진동자)들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양자역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바닥상태의 에너지가 0이 아니라 $(1/2) \omega$라는 점입니다.
[ 양자역학으로 풀면 어울림 떨개의 고유에너지는 $\hbar \omega (n + 1/2)$이 되는데, 상대론적 양자마당이론이나 끈이론에서는 $\hbar=1$인 단위계를 사용하고, 바닥상태는 $n=0$에 해당합니다. 이를 대개 영점 에너지라 부릅니다. ]
그런데 대상이 점입자가 아니라 열린 끈이라 하면, 이 끈의 진동수는 임의의 자연수가 되기 때문에, 결국 끈의 영점 에너지는
$$\frac{1}{2} ( 1 + 2 + 3 + 4 + ... )$$
이 됩니다. 또 그 대상이 움직이고 있는 시공간이 $D$차원이라고 하면 횡방향이 $(D-2)$가 되어, 전체 영점에너지는
$$A=\frac{D-2}{2} ( 1 + 2 + 3 + 4 + ... )$$
이 됩니다. 여기에서 $( 1 + 2 + 3 + 4 + ... )$를 계산하는 게 문제가 될 터인데, 여기에 소위 제타함수 조절(zeta function regularization) 기법을 쓰면 이 값이 -1/12 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종종 인터넷 상에서 regularization을 '정규화'라고 부르는 글을 만날 수 있는데, 한국물리학회가 정하기로, '정규화'는 normalization의 공식 번역어이고, regularization은 '조절'입니다. 가령 dimensional regularization은 '차원 조절'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초대칭성이 없는 일반적인 열린 끈의 경우 이 전체 영점 에너지가 -1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1 = - \frac{D-2}{24}$$
라는 등식을 얻게 됩니다. 결국 초대칭성이 없는 열린 끈 이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시공간 차원이 $D=26$ 차원이 되어야 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결론을 얻습니다.
남부-고토 끈 이론이나 폴리야코프 끈 이론이 초기에 별로 주목받지 않은 것은 시공간이 26차원이라는 게 너무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http://math.ucr.edu/home/baez/numbers/
나중에 초대칭성(SUSY, supersymmetry)이 포함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고차원 시공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초대칭성은 간단히 말하면, 모든 페르미 입자에 각각 보슈 입자가 대응하고, 모든 보슈 입자에 페르미 입자가 대응되도록 조건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페르미 입자란 동일한 두 입자의 번호를 바꾸었을 때 그 수학적 서술에서 마이너스의 부호가 나오는 경우이며, 보슈 입자란 그 때 플러스의 부호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스핀-통계 정리에 따라 스핀이 정수(0, 1, 2)인 입자들은 모두 보슈 입자이고, 스핀이 홀수의 절반(1/2, 3/2)인 입자들은 모두 페르미 입자입니다.
가령 전자, 중성미자, 쿼크 등은 페르미 입자인데, 만일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다면 이 입자들에 대응하여 초전자(selectron), 초중성미자(sneutrino), 초쿼크(squark) 등의 보슈 입자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빛알(광자), 힉스입자, 풀알(글루온), 약력벡터보존(W, Z) 등에 대응하여 초빛알(photino), 초힉스입자(higgsino), 초풀알(gluino), 위노(wino), 지노(zino) 등이 있어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입자를 나타내는 기호 위에 물결 모양을 붙인 것이 초입자들입니다.

(그림 출처: https://ific.uv.es/sct/physics_susy)
초대칭성이 있도록 끈이론을 구성한 것을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라 부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따서 '초현이론(超弦理論)'이라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현' 대신 '끈'을 써서 '초끈이론'이 되었습니다. 超도 순우리말로 번역하면 좋을텐데, 좋은 아이디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미 '초대칭' '초중력' '초끈' 등의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변화는 어려울 듯 합니다.
구체적으로 초끈 이론은 아주 복잡하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이 있습니다.

(그림 출처: K. Becker, M. Becker, J.H. Schwarz (2006) String Theory and M-Theory: A Modern Introduction. CUP. p. 12)
이제 이 다섯 가지 초끈 이론에 대해 시공간의 차원을 계산하면, 위의 계산과 유사한 방식으로 $D=10$을 얻을 수 있습니다.
I유형, IIA유형, IIB유형, 헤테로 유형($E_8 \times E_8$), 헤테로 유형($SO(32)$) 이렇게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중성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끈이론은 양자이론의 대상이 점입자가 아니라 1차원 끈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D$차원 시공간에서 점입자가 운동하면 세계선(worldline)이 그려지지만, 끈이 운동하면 세계면(worldsheet)이 만들어집니다. 이 세계면에서 적절하게 작용량을 선택하여 일종의 양자장이론을 전개하면 라그랑지안이든 해밀터니안이든 얻을 수 있고 이를 가지고 뭔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제2양자화 비슷하게 하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한히 많은 어울림 떨개(조화진동자)들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양자역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바닥상태의 에너지가 0이 아니라 $(1/2) \omega$라는 점입니다.
[ 양자역학으로 풀면 어울림 떨개의 고유에너지는 $\hbar \omega (n + 1/2)$이 되는데, 상대론적 양자마당이론이나 끈이론에서는 $\hbar=1$인 단위계를 사용하고, 바닥상태는 $n=0$에 해당합니다. 이를 대개 영점 에너지라 부릅니다. ]
그런데 대상이 점입자가 아니라 열린 끈이라 하면, 이 끈의 진동수는 임의의 자연수가 되기 때문에, 결국 끈의 영점 에너지는
$$\frac{1}{2} ( 1 + 2 + 3 + 4 + ... )$$
이 됩니다. 또 그 대상이 움직이고 있는 시공간이 $D$차원이라고 하면 횡방향이 $(D-2)$가 되어, 전체 영점에너지는
$$A=\frac{D-2}{2} ( 1 + 2 + 3 + 4 + ... )$$
이 됩니다. 여기에서 $( 1 + 2 + 3 + 4 + ... )$를 계산하는 게 문제가 될 터인데, 여기에 소위 제타함수 조절(zeta function regularization) 기법을 쓰면 이 값이 -1/12 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종종 인터넷 상에서 regularization을 '정규화'라고 부르는 글을 만날 수 있는데, 한국물리학회가 정하기로, '정규화'는 normalization의 공식 번역어이고, regularization은 '조절'입니다. 가령 dimensional regularization은 '차원 조절'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초대칭성이 없는 일반적인 열린 끈의 경우 이 전체 영점 에너지가 -1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1 = - \frac{D-2}{24}$$
라는 등식을 얻게 됩니다. 결국 초대칭성이 없는 열린 끈 이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시공간 차원이 $D=26$ 차원이 되어야 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결론을 얻습니다.
남부-고토 끈 이론이나 폴리야코프 끈 이론이 초기에 별로 주목받지 않은 것은 시공간이 26차원이라는 게 너무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http://math.ucr.edu/home/baez/numbers/
나중에 초대칭성(SUSY, supersymmetry)이 포함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고차원 시공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초대칭성은 간단히 말하면, 모든 페르미 입자에 각각 보슈 입자가 대응하고, 모든 보슈 입자에 페르미 입자가 대응되도록 조건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페르미 입자란 동일한 두 입자의 번호를 바꾸었을 때 그 수학적 서술에서 마이너스의 부호가 나오는 경우이며, 보슈 입자란 그 때 플러스의 부호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스핀-통계 정리에 따라 스핀이 정수(0, 1, 2)인 입자들은 모두 보슈 입자이고, 스핀이 홀수의 절반(1/2, 3/2)인 입자들은 모두 페르미 입자입니다.
가령 전자, 중성미자, 쿼크 등은 페르미 입자인데, 만일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다면 이 입자들에 대응하여 초전자(selectron), 초중성미자(sneutrino), 초쿼크(squark) 등의 보슈 입자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빛알(광자), 힉스입자, 풀알(글루온), 약력벡터보존(W, Z) 등에 대응하여 초빛알(photino), 초힉스입자(higgsino), 초풀알(gluino), 위노(wino), 지노(zino) 등이 있어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입자를 나타내는 기호 위에 물결 모양을 붙인 것이 초입자들입니다.

(그림 출처: https://ific.uv.es/sct/physics_susy)
초대칭성이 있도록 끈이론을 구성한 것을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라 부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따서 '초현이론(超弦理論)'이라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현' 대신 '끈'을 써서 '초끈이론'이 되었습니다. 超도 순우리말로 번역하면 좋을텐데, 좋은 아이디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미 '초대칭' '초중력' '초끈' 등의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변화는 어려울 듯 합니다.
구체적으로 초끈 이론은 아주 복잡하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이 있습니다.

(그림 출처: K. Becker, M. Becker, J.H. Schwarz (2006) String Theory and M-Theory: A Modern Introduction. CUP. p. 12)
이제 이 다섯 가지 초끈 이론에 대해 시공간의 차원을 계산하면, 위의 계산과 유사한 방식으로 $D=10$을 얻을 수 있습니다.
I유형, IIA유형, IIB유형, 헤테로 유형($E_8 \times E_8$), 헤테로 유형($SO(32)$) 이렇게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중성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체 697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연철학 강의 공부모임>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540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540 |
공지사항 |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592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592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3064
|
neomay33 | 2023.04.20 | 3 | 13064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5848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5848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2701
|
시인처럼 | 2022.03.07 | 0 | 12701 |
682 |
[질문] 엔트로피 법칙이 무엇인가요? (1)
자연사랑
|
2025.03.13
|
추천 0
|
조회 62
|
자연사랑 | 2025.03.13 | 0 | 62 |
681 |
[자료] 물리법칙과 '나'라는 문제
자연사랑
|
2025.03.12
|
추천 1
|
조회 80
|
자연사랑 | 2025.03.12 | 1 | 80 |
680 |
[자료] 자유에너지 경관과 준안정상태의 변화
자연사랑
|
2025.02.22
|
추천 1
|
조회 105
|
자연사랑 | 2025.02.22 | 1 | 105 |
679 |
[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
2025.01.28
|
추천 1
|
조회 228
|
자연사랑 | 2025.01.28 | 1 | 228 |
678 |
[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
2025.01.27
|
추천 1
|
조회 239
|
자연사랑 | 2025.01.27 | 1 | 239 |
677 |
[자료] 고립계, 닫힌 계, 열린 계
자연사랑
|
2025.01.20
|
추천 1
|
조회 245
|
자연사랑 | 2025.01.20 | 1 | 245 |
676 |
[자료] 열역학 영째 법칙과 온도의 정의 (2)
자연사랑
|
2025.01.19
|
추천 0
|
조회 241
|
자연사랑 | 2025.01.19 | 0 | 241 |
675 |
상호작용 없는 측정(엘리추르-바이드만)과 겹실틈 실험
자연사랑
|
2024.12.25
|
추천 0
|
조회 220
|
자연사랑 | 2024.12.25 | 0 | 220 |
674 |
[자료] 푸리에 변환과 힐버트 공간
자연사랑
|
2024.12.10
|
추천 0
|
조회 301
|
자연사랑 | 2024.12.10 | 0 | 301 |
673 |
양자역학이 답하고 있는 문제: 상태를 어떻게 서술할까?
자연사랑
|
2024.12.09
|
추천 0
|
조회 257
|
자연사랑 | 2024.12.09 | 0 | 257 |
위의 글은 제가 다른 곳에 써 두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68번 글과 함께 읽으면 조금 더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상 조금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이미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어울림 떨개(조화진동)라는 게 알고 보면 용수철의 진동을 모형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제4장에서 푸리에 변환이라는 것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이것은 곧 세상의 모든 신호들을 다 삼각함수들의 조합으로 볼 수 있다는 푸리에 급수에서 나온 것입니다. 푸리에 급수를 직관적으로 말하면, 세상의 온갖 다양한 현상들이 알고 보면 여러 진동수의 용수철 진동, 다시 말해 어울림 떨개(조화진동)들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끈 이론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가장 정교한 수학적 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