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원리 또는 최소작용량 원리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91-93쪽에는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변분법을 써서 얻는 과정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이작 뉴턴은 운동의 법칙 세 가지를 다른 근거를 대지 않은 채 그냥 공리로 제시했고,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이를 미적분학을 이용하여 지금 널리 알려진 형태 $$m\frac{d^2 x (t) }{dt^2} = F$$의 형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p=m\frac{dx}{dt}, \quad \frac{dp}{dt}=F$$의 꼴로 쓸 수 있습니다. 라그랑주는 이를 더 일반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 V(x) = - \int F(x) dx$$로 정의된 함수를 도입했습니다. 또 $$K=\frac{1}{2}m v^2 = \frac{p^2}{2m}$$이라고 하면, 그런 경우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운동방정식을 $$ p = \frac{\partial K}{\partial v}, \quad \frac{d}{dt}p = -\frac{\partial V}{\partial x}$$로 쓸 수 있습니다. 이 식을 한꺼번에 쓰기 위해 $$L[x, v] := K - V$$라고 정의하면, 위의 식은 $$ p = \frac{\partial L}{\partial v}, \quad \frac{d}{dt}p = \frac{\partial L}{\partial x}$$이 됩니다. 한꺼번에 쓰면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 = \frac{\partial L}{\partial x}$$가 됩니다. 이것이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92쪽의 (2-34)식입니다.
해밀턴 원리는 이러한 과정을 주먹구구 또는 임시방편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원리로부터 유도하려는 시도입니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모든 종류의 상호작용에 대한 운동법칙을 최소작용량 원리(Principle of Least Action, PLA)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는 매우 강력한 존재론적 주장입니다.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버트는 이러한 믿음을 동역학의 기초에 대한 공리주의적 체계화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그가 재직하던 괴팅겐 대학을 중심으로 이 관념이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도 물리학자로서 그에 대한 믿음을 형이상학적 실재론으로 발전시켰습니다.
Jeremy Butterfield (2004) "Between Laws and Models: Some Philosophical Morals of Lagrangian Mechanics" https://doi.org/10.48550/arXiv.physics/0409030.
Vladislav Terekhovich (2018). "Metaphysics of the principle of least action"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Part B: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Modern Physics, 62: 189-201, https://doi.org/10.1016/j.shpsb.2017.09.004.
최소작용량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명료하고 간단한 설명은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 담겨 있습니다.
Feynman Lectures on Physics 19: The Principle of Least Action (Richard Feynman)
https://www.feynmanlectures.caltech.edu/II_19.html
이 내용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종의 보론처럼 들어간 것입니다. 이 강의에서 매우 유명한 칠판 필기가 등장합니다.
"역학(보존력의 경우에만)에서 작용량 $S$는 어떤 시간 적분으로서, $t_1$일 때 처음 위치와 $t_2$일 때 나중 위치 사이의 참된 운동에 대해 최소값이 된다. 비상대론적이고 자기장이 없을 때에는 $$S=\int (\mbox{운동에너지}-\mbox{위치에너지})dt$$가 된다. 예를 들어 1차원에서 단일한 입자의 경우 위치에너지를 $V(x)$라 하면 $$S=\int_{t_1} ^{t_2} \left[ \frac{m}{2}\left( \frac{dx(t)}{dt}\right)^2 - V (x(t))\right] dt$$이다. (여기에서 '최소값'은 실제로는 반드시 최소가 아니라 최소와 최대를 포함하는 극치이면 된다. 극치라는 말은 일차 변화가 0이라는 뜻이다.)"
뭔가 특별해 보이는 이 주장의 출발점 중 하나는 피에르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7-1665)의 최소시간 원리입니다. 기하광학에서 거울면에 입사한 빛이 반사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것은 11세기의 이븐알하이쌈 시절부터 알려져 있었고, 데카르트도 <굴절광학>에서 이를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왜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은 걸까요? 이를 설명하는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페르마의 최소시간 원리입니다. 빛은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진행할 때 항상 시간을 최소로 하는 경로를 따라간다는 겁니다. 빛이 직진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반사의 경우 아래 그림을 참조하면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은 것이 빛의 경로에서 가장 빠르게 가는 경로임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feynmanlectures.caltech.edu/II_19.html )
마찬가지로 굴절의 경우도 페르마의 최소시간 원리로부터 소위 스넬의 법칙을 정확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feynmanlectures.caltech.edu/II_19.html )
이 페르마의 원리를 역학의 일반원리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발표한 것은 피에르 루이 모페르튀(Pierre Louis Maupertuis 1698-1759)입니다. 이보다 앞서 라이프니츠가 관련된 내용을 이미 정리한 편지가 나중에 발견되었지만, 모페르튀는 이를 책의 형태로 발표했으며 이후에 사람들은 모페르튀의 서술을 줄곧 인용했습니다.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1744년에 출간된 Methodus Inveniendi Lineas Curvas Maximi Minive Proprietate Gaudentes의 부록에서 최소작용량 원리에 해당하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현재 정립된 형식으로 이를 정리하고 발표한 것은 아일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로원 해밀턴(William Rowan Hamilton 1805-1865)이었습니다.
W. R. Hamilton, "On a General Method in Dynamic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1834) p.247-308; (1835) p. 95-144.
작용량(action)을 $$S[x(t), v(t)] = \int_{t_1}^{t_2} L [ x(t), v(t)] dt$$로 정의하면,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은 다름 아니라 $$\delta S = 0$$이라는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된다는 겁니다. 상세하고 엄밀하게 이 유도과정을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변분을 나타내는 $\delta$라는 기호가 적분기호나 미분기호와 순서를 바꾸어도 된다는 것을 증명 없이 이용하기로 합니다. $$\delta S=\delta \int_{t_1}^{t_2} L[x(t), v(t)] dt = \int \delta L[x(t), v(t)] dt$$ 여기에서 함수들의 함수(범함수)인 $L$의 변분 $\delta L$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x(t)$가 변화하여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v(t)$가 변화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delta L = \frac{\partial L}{\partial x} \delta x +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v$$ 모양으로 보면 미분과 똑같은 형태이지만, 내용으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여기에서 $v = \frac{d}{dt} x$임을 이용하면 $$\delta v = \delta \frac{d}{dt} x = \frac{d}{dt}\delta x$$이므로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v = \frac{\partial L}{\partial v} \frac{d}{dt} \delta x = \frac{d}{dt}\left(\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right) - \frac{d}{dt}\left(\frac{\partial L}{\partial v}\right) \delta x$$가 됩니다.
여기에서 $$\frac{d}{dt} (f g) = f \frac{d}{dt} g + g \frac{d}{dt} f$$이므로 $$f \frac{d}{dt} g = \frac{d}{dt} (f g) - \left( \frac{d}{dt} f \right) g$$임을 이용했습니다. 적분법에서는 이를 '부분적분'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계산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미분과 적분은 이런 식으로 대응관계가 있어서, '곱의 미분'은 곧 '부분 적분'과 같은 내용이 됩니다.
결국 $$\begin{align} \delta S &=\int \left[ \frac{\partial L}{\partial x} \delta x +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v \right] dt \\
& =\int \left[ \frac{\partial L}{\partial x} \delta x +
\frac{d}{dt}\left(\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right)
- \frac{d}{dt}\left(\frac{\partial L}{\partial v}\right) \delta x \right] dt \\
& = \int \left[\frac{\partial L}{\partial x}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right] \delta x dt
+ \int \frac{d}{dt} \left(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 \right) dt \end{align}$$를 얻게 됩니다. 이 식에서 마지막 항은 미적분학의 기본정리에 따라 피적분함수와 같습니다. 즉 $$\int_{t_1}^{t_2} \frac{d}{dt} \left(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 \right) dt = {\left[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right]}_{t_1} ^{t_2}$$이 됩니다. 여기에서 대괄호 $[ \quad ]$를 놓고 오른쪽 끝에 아랫첨자와 윗첨자로 $t_1$과 $t_2$를 적은 것은, 정적분의 정의입니다. 즉 $$\frac{dF(t)}{dt} = f(t)$$라 하면, $$\int f(t) dt = F(t) +C$$이고 $$\int_a ^b f(t) dt = \left[ F(t) \right]_a ^b \equiv F(t)\biggr\rvert_a ^b = F(b) - F(a)$$입니다.
만일 변분의 양 끝에서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면 $$\delta x (t_1) = \delta x (t_2) = 0$$이므로 바로 $${\left[ \frac{\partial L}{\partial v} \delta x\right]}_{t_1} ^{t_2}=0$$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식에서 마지막 등호 다음의 첫 항이 0이 됩니다. 즉 $$\int \left[\frac{\partial L}{\partial x}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right] \delta x dt =0$$는 . 그런데 이 때 $\delta x$는 어떤 것도 다 허용됩니다. 따라서 이 표현이 0이 되려면, 대괄호 안의 표현이 항상 0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 \frac{\partial L}{\partial x}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 =0$$ 또는 $$\frac{\partial L}{\partial x}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를 최종적으로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작용량 최소의 원리(Principle of Least Action)"으로부터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유도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은 뉴턴 운동법칙의 일반화로서 사실상 모든 경우에 다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결과입니다. 위의 유도과정을 보면 힘을 위치에너지의 미분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므로 보존력의 경우만 가능합니다. 또 자기장이 있는 경우는 위와 같은 형식체계가 좀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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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m이 아니라 p=mv아닌가요?
오타입니다.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 막 몇 줄 보다가 세미나 시간이 되어 거의 못보고 이제야 돌아와 보는 중입니다.
오오~ 맨날 보던 F에 관한 수식, 즉 가속도를 x에 대한 t의 2차 미분으로 표시한 게 오일러가 정리한 거였나요? @@
그리고 2-34식을 간단히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그냥 원래 알던 역학적 에너지, 운동 에너지, 위치 에너지, 운동량 같은 기본적인 개념들을 확장해서 제 편한대로 이해하는 중입니다. 이번 기회에 ‘작용량’의 물리적 정의가 뭔지를 그래도 분명히 알고 넘어가게 되어 좋습니다. 식을 혼자 유도할 자신은 없지만 올려주신 부분을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넘어갑니다. 이렇게 충실한 설명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손으로 풀지도 않고 양자역학 본문의 수식을 눈으로 훑다가 머리에서 쥐가 날 뻔 했는데, 이제야 말끔히(?) 정리가 됩니다.
그나저나 제가 좀 지저분하게 필기하는 타입인지…ㅠㅠ…맨날 편미분 기호와 델타기호를 혼동되게 써서 맨날 식 유도하다가 실수했던 악몽이 되살아나네요. 이 두 개를 어떻게 써야 갈겨써도 안헷갈리게 잘 쓸 수 있을까요? 비법 있으시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