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실재 (아인슈타인 1936) - 독일어본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에 인용되어 있는 "물리학과 실재"의 원문을 올려 놓습니다.
Physics and Reality (Albert Einstein 1936)
이 글은 아인슈타인이 Journal of the Franklin Institute이란 학술지에 1936년에 실은 글입니다. 영어본은 진 피카드(Jean Piccard)가 번역했습니다.
Physics and reality (https://doi.org/10.1016/S0016-0032(36)91047-5)
Physik und Realität (https://doi.org/10.1016/S0016-0032(36)91045-1)
1. 과학방법에 대한 일반적 고찰
2. 역학, 그리고 역학에 물리학 전체의 기반을 두려는 시도
3. 마당 개념
4. 상대성이론
5. 양자이론과 물리학의 토대
6. 상대성이론과 입자
요약
이 구성을 보면 물리학 전체를 아우르는 과감함이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과학이라는 방법의 성격에 대해 논의한 뒤, 아인슈타인 자신이 가장 익숙한 물리학에서 역학, 또는 소위 고전역학을 먼저 다룹니다. 특히 '역학(Mechanik)'을 모든 물리학의 기반에 놓으려는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밝힙니다. 여기에서 역학은 처음 아이작 뉴턴이 정립하고 이후 250여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어 온 바로 그 이론이자 개념틀입니다. 결국 이후의 모든 논의가 다 2절의 주장들에 바탕을 둡니다.
그런 다음 전기와 자기를 다루는 '마당(場)' 개념을 말합니다. '마당'은 전기와 자기에 국한되지 않고 중력도 역시 '마당'으로 서술되어 '중력장'이 물리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됩니다. 전기와 자기의 문제를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성이론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인슈타인의 관념에서는 전기와 자기의 대칭성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상대성이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05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논문 제목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임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솔베이 국제학술회의에서 당시 막 발표된 양자역학에 대해 심각한 반론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니면 나중의 재구성인지 등에 대해 과학사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 무렵 막스 보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래된 존재가 주사위 놀이를 할 리가 없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뒤 10년 가까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깊이 고민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고 반유대인 법안들이 통과되어 목숨의 위협을 받던 중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고, 간신히 미국 뉴저지의 고등과학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935년 젊은 물리학자 보리스 포돌스키와 네이썬 로젠과 공저로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역학적 서술은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고, 닐스 보어가 이에 대해 같은 제목의 논문으로 반박을 하고, 다시 이 논문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던 중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얽힘'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가을에 논문을 냈습니다. 그 논문에 유명한 '고양이 사고실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Journal of the Franklin Institute에 실은 이 논문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포함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습니다. 그 뒤 일반상대성이론과 자신의 유명한 업적을 논의한 뒤 논문을 맺습니다.
널리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인용문 "세계의 영원한 신비는 이것이 이해된다는 것이다."는 제1절에 있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문맥 안에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ass die Gesamtheit der Sinneserlebnisse so beschaffen ist, dass sie durch das Denken (Operieren mit Begriffen und Schaffung und Anwendung bestimmter funktioneller Verknüpfungen zwischen diesen sowie Zuordnung der Sinneserlebnisse zu den Begriffen) geordnet werden können, ist eine Tatsache, über die wir nur staunen, die wir aber niemals werden begreifen können. Man kann sagen: Das ewig Unbegreifliche an der Welt ist ihre Begreiflichkeit. Dass die Setzung einer realen Aussenwelt ohne jene Begreiflichkeit sinnlos wäre, ist eine der grossen Erkenntnisse Immanuel Kants.
Wenn hier von "Begreiflichkeit" die Rede ist, so ist dieser Ausdruck hier zunächst in seiner bescheidensten Bedeutung gemeint. Er bedeutet: durch Schaffung allgemeiner Begriffe und Beziehungen zwischen diesen Begriffen, sowie durch irgendwie festgelegte Beziehungen zwischen Begriffen und Sinneserlebnissen zwischen letzteren irgend eine Ordnung herstellen. In diesem Sinne ist die Welt unserer Sinneserlebnissen begreifbar, und dass sie es ist, ist ein Wunder."
이를 대략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각 경험 전체가 사고(즉 개념을 조작하고 개념들 사이의 명확한 기능적 연결을 창조/적용하며 개념에 감각 경험을 할당하는 것)를 통해 정렬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동시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세계에 대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누엘 칸트의 위대한 통찰 중 하나는 그러한 이해가능성 없이는 실재하는 외부 세계의 상정이 무의미하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해가능성"을 말할 때, 이 표현은 여기에서 가장 온건한 의미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개념과 이러한 개념 사이의 관계를 생성하고 개념과 감각 경험 사이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감각 경험 사이에 설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감각 경험의 세계는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은 기적이다."
장회익 선생님의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26-28쪽에 이 구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즉 이것은 감각경험들 사이에 어떤 질서를 형성시키는 일인데, 이것은 (1) 일반적 개념들의 창출, (2) 이들 개념 사이의 관계들, 그리고 (3) 개념들과 감각경험 사이를 잇는 특정의 관계들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의 감각경험들이 이해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이것이 이해된다고 하는 사실이야말로 하나의 기적이다."
장회익 선생님은 "(1) 일반적 개념들의 창출"을 존재론(ontology)으로, "(2) 이들 개념 사이의 관계들"을 형식체계(formalism)로, "(3) 개념들과 감각경험 사이를 잇는 특정의 관계들"을 인식론(epistemology)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서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아인슈타인이 1952년 5월 7일에 모리스 솔로빈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과학이론에 대한 그림이 참고가 될 수 있겠습니다. 우연히 관련되는 게 아니라 그 무렵 솔로빈이 아인슈타인의 글 몇 편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있었고, 1936년에 발표된 <물리학과 실재>에 드러난 인식론적인 문제에 대해 편지로 질문을 하자, 그에 대한 답장을 쓰면서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직접 연결됩니다.
그림을 더 선명하게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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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 중에 나중에 덧붙인 내용이 있습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에는 잊고 있었는데, 아인슈타인이 1952년 5월 7일에 모리스 솔로빈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과학이론에 대한 그림이 1936년에 발표한 "물리학과 실재"의 서술 내용과 맞닿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 무렵 솔로빈이 아인슈타인의 글 몇 편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있었고, 1936년에 발표된 <물리학과 실재>에 드러난 인식론적인 문제에 대해 편지로 질문을 하자, 그에 대한 답장을 쓰면서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직접 연결됩니다.
Gerald Holton (1979) Constructing a Theory: Einstein's Mode. The American Scholar Vol. 48, No. 3, pp. 309-340 https://www.jstor.org/stable/41210527
제럴드 홀턴은 물리학자이자 과학사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의 사상의 흐름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고, 아인슈타인뿐 아니라 양자역학의 역사적 전개에도 의미 있는 연구논문과 연구서를 여럿 내기도 했습니다. "Constructing a Theory: Einstein's Mode"이란 제목의 논문답게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이론을 구성해 나간다고 말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문은 주로 이 그림과 그에 연관된 텍스트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와..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과학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를 직접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하였다니! 흥미롭습니다. 1) 감각(경험)으로부터 이론을 만들고, 2)이 이론을 근거로 연역해서 명제들을 만들고, 3)처음의 감각(경험)들을 합리적으로 설명, 이해한다. 1)의 과정은 비논리적이라고 했는데 제 생각엔 이해할 수 없다고, 비논리적이라고 신비롭다라곤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뇌세포 수준에서 전개되는 작용들은 기존의 경험이나 기억치, 바깥 환경의 자극들을 토대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니까요.
감각(경험)을 세계로 바꾸어도 같겠네요...그리고 ''세계의 영원한 신비는 이것이 이해되어 진다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ㅎㅎ 김재영선생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공부할 마음만 내면 여긴 보물창고네요. 김재영선생님 과학지니같으셔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