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체(manifold)와 거리함수(metric)
상대성이론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을 다룬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다양체(多樣體, manifold)'라는 용어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는 그런 전문적인 수학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지만, 가령 브라이언 그린은 미주에서 "수학을 조금 더 아는 독자라면..."이라고 하면서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Brian R. Greene (2003) The Fabric of the Cosmos: Space, Time, and the Texture of Reality.
박병철 옮김 (2005). 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http://aladin.kr/p/fFH2G)
스텔라님이 다양체와 거리함수에 대해 질문을 주셨는데, 거리함수에 대해 아주 단순한 입문 수준의 이야기를 "일반상대성이론 입문 1 (거리함수 텐서)"에 적어 놓았습니다. 이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나 '거리함수'를 검색해 보시면 관련된 글이 몇 편 나올 겁니다.
혹시 다음 글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일반상대성이론 입문 2 (아인슈타인 방정식) https://bit.ly/3s5ZpjG
(*) 일반상대성이론 입문 3 (리치텐서와 크리스토펠 기호) https://bit.ly/3VNpRfV
(**) 일반상대성이론 입문 4 (곡률의 의미) https://bit.ly/3s1FUJ9
(*) 일반상대성이론 입문 5 (측지선 방정식) https://bit.ly/3MLV8M4
다양체라는 용어는 조금 특이합니다. 처음에 독일어 Mannigfaltigkeit로 등장한 것이 1854년입니다. 베른하르트 리만이 교수인정학위(하빌리타치온)를 위한 논문으로 제출한 "Ueber die Hypothesen, welche der Geometrie zu Grunde liegen"(기하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들에 관하여)에서 이 용어를 처음 썼습니다. 이것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클리포드가 manifoldness라고 번역했고(점차 manifold가 됨), 1895년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variété라는 이름으로 현대적 의미의 정의를 처음 제안했습니다.
Poincaré, H. (1895). "Analysis Situs". Journal de l'École Polytechnique. Serié 11. Gauthier-Villars.
유럽 언어의 Mannigfaltigkeit, manifold, variété가 어떻게 '다양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어로는 流形라고 하고, 일본어로 多様体라고 쓰니까 여하간 일본의 수학자들이 20세기 초 언제쯤인가 이 용어를 도입했고, 일제강점기이든 해방후 포스트식민 상황에서든 일본어의 한자용어를 그래도 한국어식으로 독음한 용어가 표준용어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지금 정립된 이야기로 하면, 2차원에서 다양체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접근은 지표면입니다. 지구 전체는 구면으로 되어 있지만, 아주 작은 부분만 보면 실질적으로 평면으로 보입니다.
수학을 하려면 구면을 다루는 것은 여하간 복잡하고 어려우니까, 아주 잘 아는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게 편합니다. 기하학에서 아주 잘 아는 것은 다름 아니라 평면입니다. 두 개의 실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성립하며, 이 평면에 속한 기하학적 대상들을 다루는 것이 바로 유클리드 기하학입니다. 여하간 수학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유클리드 기하학을 공부해 왔으므로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면 전체보다는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가지고 기본적인 성질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곡선으로 말하자면, 곡선의 구불구불한 것을 다 따라가기가 어렵더라도 아주 작은 부분만 보면 직선이 됩니다. 이 직선들을 모아 놓으면 곡선이 된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러면 곡선 대신 이 직선들의 성질을 살펴보아 곡선의 성질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이 아주 작은 부분에서는 유클리드 공간과 비슷한 어떤 수학적 대상이 있다면, 그것을 ‘다양체’라고 부릅니다. 구불구불 이상한 모양의 곡면이라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 유클리드 공간처럼 보이면, 그것도 다양체입니다.
2차원 다양체는 구면, 말안장면, 컵의 표면, 도너스(토러스)의 표면, 등등 아주 많습니다. 차원을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3차원 다양체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3차원 유클리드 공간을 닮은 것입니다. 차원을 더 늘려도 이 얘기들이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그래서 독일어로 ‘마니히팔티히카이트 Mannigfaltigkeit’ 즉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다양체 개념이 가장 빛을 내는 것은 미분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에서입니다. '미분'이란 말이 들어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 유클리드 기하학의 여러 정리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안 맞을 수도 있음을 살짝 보여줍니다. 마치 곡선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보고 그 곡선에 접하는(한 점에서만 만나는) 직선들을 각 점마다 만들어 이 직선(접선)으로부터 전체를 알아내는 미분/적분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어의 설명이 아주 상세하고 친절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anifold
다양체에 대한 더 상세한 수학적 정의가 아래 유튜브 비디오에 비교적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What is a manifold? (GeometryForPhysicists): " target="_blank" rel="noopener">
Manifolds - Part 1 - Introduction and Topology: " target="_blank" rel="noopener">" target="_blank" rel="noop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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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이렇게 설명을 일목요연하게 잘하시나요? 병원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읽는 중인데, 집이었다면 각잡고 필기하며 읽고 싶네요. 올려주신 링크도 다 읽어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ㅜㅜ
카카오톡에서 질문을 보고 잠시 짬이 날 때 서둘러 두서없이 쓴 부족한 글인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양체과 거리함수 이야기를 조금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