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평행론의 간단한 요약
심신평행론(Psycho-physical Parallelism)이란 용어에 대해 조금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어에서는 1925년에 출간된 브로드(C. D. Broad)의 책 The Mind and its Place in Nature을 인용하여 심신평행론에 대해 "The assertion is that to every particular change in the mind there corresponds a certain change in the brain which this mind animates, and that to every change in the brain there corresponds a certain change in the mind which animates this brain."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sychophysical_parallelism
그러면서 심신평행론의 세 가지 예로 말브랑슈의 기회원인론(occasionalism), 스피노자의 이중측면론(double-aspect theory),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론(preestablished harmony)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스피노자의 이중측면론을 심신평행론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William Jaworski (2011). Philosophy of Mind: A Comprehensive Introduction. Wiley-Blackwell.에서는 용어집에서 심신평행론을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습니다.
Parallelism: A noninteractionist form of substance dualism. It claims persons and bodies do not interact but merely appear to interact because they operate in parallel: their states are correlated without interacting. Leibniz endorsed the doctrine of pre-established harmony to explain the parallel operation of persons and bodies: God created the universe so that persons and bodies would operate in sync. See also Interactionism versus noninteractionism.
비교적 최근에 나온 존 헤일의 책 3장에 심신평행론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그 내용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John Heil (2019) Philosophy of Mind: A Contemporary Introduction. 4th ed.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0429506994
교과서로 쓴 책이라서 철학사적인 상세함에 신경을 쓰지 않고 개념 이해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저자의 말대로 '심신평행론'의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심신평행론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 나란히 있으되 서로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와 달리 상호작용주의(interactionism)은 송과선을 거치든 어떤 식으로든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니다. 말브랑슈의 기회원인론(occasionalism)은 몸과 마음의 평행론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이 둘의 관계에서 매우 능동적인 신의 개입을 필요로 합니다. 심신평행론의 대표적인 예는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론(preestablished harmony)으로서, 신이 어떤 식으로든 오래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서로 잘 맞물리도록 조화를 예정해 놓았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심신평행론이 그 내용에서 대개 데카르트의 주장으로 여기는 실체이원론과 같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데카르트의 주장을 상호작용주의라고 본다면 심신평행론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는 게 옳겠습니다. 만일 데카르트의 주장이 상호작용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별개의 실체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몸과 마음을 상정하는 것이라면 제가 이해하고 있는 심신평행론과 맞아 떨어진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심신평행론은 단지 몸과 마음이 따로 있을 뿐 아니라 어떠어떠한 이유로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여야 하며 이것이 상호작용의 결과가 아니어야 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데카르트를 심신평행론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피노자를 심신평행론으로 보는 것은 분명히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1913년에 나온 가톨릭 백과사전에는 이중측면론을 심신평행론의 변형 또는 발전으로 볼 수 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https://en.wikisource.org/wiki/Catholic_Encyclopedia_(1913)/Psycho-Physical_Paralle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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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Heil (2019) Philosophy of Mind: A Contemporary Introduction. 4th ed.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042950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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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어에서 스피노자 항목 중 "https://en.wikipedia.org/wiki/Philosophy_of_Spinoza#Parallelism" target="_blank" rel="noopener">스피노자의 평행론"을 보면, [에티카]의 구절들로부터 평행론이 도출됨을 보이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에티카 1~2부에 걸친 내용들을 보면서 느꼈던 바입니다. 또한 말브량슈와 라이프니치 간에 오갔던 서신들에서도...(자료를....)
말브랑슈와 라이프니츠 사이의 편지 중 어떤 것이 이 문제와 관련되는지 궁금합니다.
검색해 보니 https://www.leibniz-translations.com/malebranche1712.htm" target="_blank" rel="noopener"> https://www.leibniz-translations.com/malebranche1712.htm가 잡힙니다.
여러 편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네, 영역본으로 봤습니다^^) 어쨌든, 그 하나의 흔적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부 일로 나가봐야 해서 위 자료는 밤귀가해서 한번 읽어볼게요~~ 감사!
http://www.leibniz-translations.com/index2.php" target="_blank" rel="noopener">Leibniz Translation에는 네 편의 편지가 있습니다. 영어번역이 아닌 원래 언어(아마 프랑스어?)로 검색하면 더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네... 그러네요..
제 서고에서 검색한 거예요^^;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5장이 말브랑슈의 영혼 이론이고 6장이 스피노자의 영혼 이론이네요.
옛날에 세미나했던 (셋이서) 책을 겨우 찾았네요
5장 말브랑슈와 6장 스피노자
올려주신 사진을 이용해서 검색해 보니 Henri Bergson (1995) Leçons d'histoire de la philosophie moderne. Théories de l'âme인 것 같습니다. 베르그손의 영혼론은 익숙하지가 않네요.
철학사 강의지만, 네 베르그송의 해석이 들어가 있겠지요... 모든 교수진들이 그렇듯이요^^
자연철학시간을 가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건데, 김재영 선생님은 정말정말 검색의 신이시라는 거, 뭣보다 그 어떤 AI보다도^^ 논리적인 저장고(뇌)를 늘 지니고 계시다는 거^^... 근데 저는 그 극점에 있는 사람입니다. 깨알 같은 문자들에 코박고 있었어도 얼마 못 가서 나중엔 뇌에 남아있는 게 없다는ㅠㅠ.. 존경스러울 것이 못 됩니다.
어데 짧게 노트한 것도 있을 텐데...찾으면 그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이 뭔지 더 궁금해집니다.
피프puf에서 나온 1894년 베르그송 강의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