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김재권 [마음의 철학] 목차
심학제8도부터 다루어지는 내용은 자연철학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주제입니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 그리고 안다는 것을 해명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핵심이 되는 철학 분야가 바로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 또는 마음의 철학입니다.
심리철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그 심오함과 폭넓음에 감탄하게 되고, 여전히 해명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는 학문분야입니다. 자연철학 세미나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저명한 심리철학자 김재권 선생님의 책 Philosophy of Mind (2010) 3판의 목차를 여기에 옮겨옵니다.
목차의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하고 보충하는 일은 시간이 나는 대로 더 해보겠습니다.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서론 부분(1장)에서는 마음의 철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음과 몸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지 기본 틀을 제시합니다. 특히 물질주의(materialism)와 물리주의(physicalism)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하고, 다양한 정신현상의 특징을 이야기합니다.
2장은 마음의 철학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이원론(dualism)을 상세하게 이야기합니다. 표준적인 방식대로 이원론의 주창자는 데카르트입니다. 다만 데카르트의 실체이원론을 독립적인 이원론이 아니라 상호작용주의 실체이원론으로 서술합니다. 몸과 마음이 왜 다른 것인지 해명하면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다루어진 엘리자베트 공주와 데카르트의 대화를 다룹니다. 이어서 실체이원론과 속성이원론의 차이를 해명합니다.
3장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로서 행동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다룹니다. 이는 심리학 또는 심리철학에서 행동주의가 그만큼 중요한 기둥이 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4장에서 마음을 뇌로 이해하려는 흐름들을 상세하게 검토합니다. 지금은 뇌신경과학이라는 개별과학에서 뇌와 신경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실상 뇌에 대한 연구는 이미 아이작 뉴턴보다 더 이전에 토머스 윌리스(Thomas Willis 1621-1675) 무렵부터 차근차근 수행되어 왔습니다. 여하간 뇌가 없이는 마음이 없는 듯이 보이니까 마음과 뇌가 사실상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더 논의하기에 앞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여러 논의를 요약하여 보여줍니다.
먼저 데카르트의 인과적 상호작용주의(causal interactionism)입니다. 데카르트는 여하간 몸과 마음의 인과적 상호작용이 뇌 안에 있는 송과선에서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동물의 정기'입니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상호작용주의는 실체이원론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를 만납니다. 비물질적이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마음 또는 영혼이 어떻게 물질적이고 공간을 차지하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그러한 몸이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해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비판했던 라이프니츠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예정조화설(preestablished harmony)로 설명했습니다. 신이 몸과 마음을 만들 때 맨 처음부터 이 둘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모든 것을 예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라이프니츠의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다음은 니콜라 말브랑슈의 기회원인론(occasionalism)은 몸과 마음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매순간 신이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진정한 원인은 오직 신뿐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신의 개입을 믿지 않는다면 기회원인론이 자리를 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스피노자의 이중측면론(double-aspect theory)입니다. 몸과 마음은 단일한 실체이며, 정신적 현상과 물질적 현상은 이 단일한 실체가 드러내는 측면(즉 안과 밖)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 설명에는 신의 예정조화도 필요없고 아무 때가 개입하는 신도 들어올 여지가 없습니다. 현대이론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중립일원론(neutral monism)에서 계승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토머스 헉슬리의 부수현상론(epiphenomenalism)입니다. 영장류의 뇌를 상세하게 연구했던 헉슬리는 무신론자로서 라이프니츠나 말브랑슈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헉슬리는 마음이 뇌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것임을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현상적 phenomenal'이란 말은 '정신적 mental'이란 말과 거의 동의어입니다. 정신적인 것이 뇌에서 생겨나지만 반대로 정신적인 것이 뇌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가령 팔을 들어올릴 때 나의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마치 달의 위상변화가 조수간만을 가져온다는 주장처럼 연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한 것입니다. 지구와 달과 태양 사이의 위치 변화가 달의 위상변화도 가져오고 조수간만도 가져오는 것처럼,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에 팔을 들어올린다는 생각과 실제로 팔을 들어올리는 운동을 모두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현대 뇌신경과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점입니다.
나아가 새뮤얼 알렉산더 등이 제안한 창발론(emergentism)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정신현상과 신경현상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아가 정신현상이 신경현상에서 생겨나지만 정신현상을 신경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창발론에서는 하향인과를 인정하기 때문에 정신현상이 신경현상을 일으키는 인과적 능력을 허용합니다.
끝으로 정신신경 동일성 이론(psychoneural identity theory)이 있습니다. 정신현상과 신경현상의 관계를 가령 번개와 전기방전의 관계로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17세기 이전에는 번개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던 것이 이후 비가 올 때 공기 중의 수증기 때문에 전하의 흐름이 생겨나 방전하는 것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전기방전 이외의(over and above, or in addition) 번개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은 것처럼,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과정 이외의 정신적 사건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 정신신경 동일성 이론의 핵심 주장입니다. 이와 같이 신경생리학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 신체현상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진 정신현상은 실상 신경현상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 장의 뒷부분에서는 주로 정신신경 동일성 이론에 초점을 맞추어 그러한 주장의 근거와 비판자들의 논의를 잘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5장은 마음을 계산기계로 보는 기계기능주의(machine functionalism)를 다룹니다. 이 장에서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이 튜링 기계입니다. 1940년대에 앨런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튜링 기계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이것이 발전하여 결국 컴퓨터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심리철학에서는 이 상황이 반전됩니다. 기계기능주의라 부르는 입장은 마음이 일종의 튜링 기계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어 방 논변'으로 이어지고, 최근에는 AI와 딥러닝이 각광을 받으면서 다시 이러한 논의가 심리철학계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6장은 마음을 인과시스템으로 보는 인과이론적 기능주의입니다. 7장에서는 정신적 인과를 다루면서 수반과 부수현상론 등을 상세하게 해명합니다.
9장의 제목이 "의식이란 무엇인가?"인데, 이것은 곧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앎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해명하는 심리철학의 주요 과제와 직접 연결되면서도 그와는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는 문제입니다. 여기에서는 감각질(qualia)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하고, 일인칭 관점과 삼인칭 관점의 관계가 논의되기도 합니다.
10장은 자연스럽게 의식과 몸-마음 문제의 관계를 심화하여 논의합니다. 그리고 왜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문제인가 하는 문제도 상세하게 다룹니다. 이와 관련하여 '환원', '창발', '수반'이라는 세 접근방식과 주장에 대해 더 이야기합니다.
마음의 철학은 무척 어렵지만 또 그만큼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은 마음의 철학이 인지과학 및 뇌과학과 깊이 연결되어서 더 심화되고 더 세련된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목차
제1장 서론
제2장 비물질적 실체로서의 마음: 데카르트의 이원론
제3장 마음과 행동: 행동주의
제4장 두뇌로서의 마음: 심리-신경 동일론
제5장 계산 기계로서의 마음: 기계 기능주의
제6장 인과적 시스템으로서의 마음: 인과론적 기능주의
제8장 심적 내용
제7장 심성 인과
제9장 의식이란 무엇인가?
제10장 의식과 심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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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처럼님이 모임 공지에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7장까지는 과학에 가까웠고 8장부터는 철학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전역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통계역학, 우주론, 생명론은 일종의 과학으로서 이야기된 것이 아니라 자연철학의 기반인 동시에 자연철학의 핵심 내용으로 논의된 것이었습니다. 대략 현대물리학이나 생명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간, 공간, 운동, 물질, 생성, 변화 등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주체-객체, 몸-마음, 자유의지, 앎과 지식 등의 주제는 전통적으로 철학이라 부르는 학문분야에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자연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주제들도 최신 자연과학의 성과를 수용하여 논의해야 할 논제입니다. 또 이것이 또 다른 자연과학이 아니라 물리학 기반의 논의와 맞물리면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과학과 철학을 대비시키고, 7장까지는 과학에 가까운 것을 다루고 8장부터는 철학에 가까운 것을 다룬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논의되는 주제영역과 대상이 달라지는 것일 뿐 자연철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과학과 철학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7장까지의 논의를 비교적 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8장부터를 더 어렵게 느끼고, 반대로 7장까지의 논의를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8장부터는 비교적 익숙하게 느끼는 것 같아서 그게 과학에 가까운 논의와 철학에 가까운 논의의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던 건데 말씀 듣고보니 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네요. 공지글에 썼던 이야기는 철회입니다~ ^^;; (고치기는 좀 귀찮은데 어쩔까나... ㅠㅠ)
7장까지와 8장부터를 크게 보아 과학에 가깝거나 철학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관점이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제 의견으로는 과학과 철학을 나누는 것이 적절하지 않는 면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19세기까지 마음, 주체-객체, 앎은 사변적인 철학의 개념화에 크게 의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이라는 해괴망칙한 아이디어가 20세기까지도 이야기될 정도였습니다. 저는 마음에 대한 논의가 사변적인 철학의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가장 최신의 세련된 뇌신경과학 및 동물행동학의 성과와 맞물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음의 과학, 주체/객체의 과학, 앎의 과학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것이 자연과학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자연철학으로까지 승화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자연철학의 접근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김재권의 [마음의 철학] 목차와 함께 대략의 내용을 소개한 것은 이것이 현대의 '마음의 철학' 즉 '심리철학'의 핵심을 가장 잘 정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되었지만 많은 독자를 모았고, 그래서 3판까지 개정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심리철학 강의의 훌륭한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잘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엇인가를 놓고 (1) 마음은 비물질적 실체이다 (2) 마음의 행동의 근원이다 (3) 마음은 뇌와 같다 (4) 마음은 계산기계이다 (5) 마음은 인과적 시스템이다 등의 견해가 차례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국한될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여러 견해를 차근차근 다루고 그 근거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비판들도 소개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마음의 철학에서 여러 주장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고 이를 다시 저자(김재권)의 통찰이 돋보이는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볼만합니다.
이 책은 한국어 번역판도 2024년에 나왔습니다.
김재권 (2024) 심리철학. 제3판. 필로소픽 http://aladin.kr/p/TQqQ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