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자유 에너지에 관하여
우리는 지금 초기 우주 전체를 그 어떤 질서가 구현될 대상계와 그 배경을 이룰 주변계로 나누고, 온도 T를 지닌 배경 부분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대상계와 에너지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주변계의 구체적 사례로 여타의 물질계와 열적 평형을 이루어온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 체계를 상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우리의 관심사는 이러한 주변 배경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우주의 상태이며, 특히 이것이 지닌 정연성 O가 어떻게 출현하느냐 하는 점이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를 위해 정연성 O를 에너지 E의 함수로 설정하여 자유에너지 F를 에너지 E와 온도 T의 함수로 나타내야 하는데, 이것은 실제로 신뢰할 만한 우주론의 모형 안에서 ‘양자마당 이론’으로 대표되는 동역학 이론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장회익(2013).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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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미나 때에 최우석 선생님이 우주가 대상계이자 배경계가 되는 문제를 질문하시니까, 장회익 선생님께선 우주 전체를 대상계로 놓지 말고, 입자 하나, 서로 상호작용하는 입자 두 개,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을 대상계로 놓고, 우주를 배경계로 놓고 그때의 자유에너지의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하신 듯 합니다.
수학적 기법으로는 저렇게 하나씩 대상계로 놓고, 그걸 다 합하면 (시그마, 1~무한대까지 ) 될 듯도 합니다만...
입자 끼리의 상호작용 만을 대상계로 놓을 순 있지만, 그 입자들이 별 속에 있었다면, 그 별도 대상계로 놓아야 할 테고, 그 별이 포함된 쌍성계도 대상계가 되야 할테고, ... 은하,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 이렇게 계속 포함된 대상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 수준으로 환원을 한다 해도, 그 위로 계층이나 포함관계로 확장이 될 텐데, 그러면 다뤄야 할 대상계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겠지요. 이러한 가능한 모든 대상계의 총합이 우주라고 봐야 할테니까요.
장회익 선생님의 설명에 간단히 '그렇게 되겠네요' 라고 쉽게 수긍되지는 않네요...
또한 저렇게 입자 수준의 환원을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은 '물질' 만 이겠지요. 우주 구성 성분 중에 우리가 아는 물질은 5%도 안된다지요. 당장 '암흑물질' 에게 저런 자유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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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유 에너지로 우주의 빅뱅부터 물질의 탄생과 변화와 생명까지 설명하시려 할까요? 상상해 봅니다.
5장 통계역학에서 보여주신 태도로 보아, 온도라는 것은 허상이라고 보시는 듯 합니다. 내부에너지와 엔트로피의 변화량으로, 그것도 분모 분자가 바뀐, 꺼꾸로 된 값이 온도라고 자주 설명하셨지요. 아울러 엔트로피는 오해를 불러 오기에 피해야만 하는 물리량으로 보시는 것 같구요. 그래서 정교성이라는 다른 대체적 표현을 하시는 듯 합니다.
우주의 변천을 흔히 온도로 설명합니다. 빅뱅 때는 온도가 무한대 였는데, 점점 식어가면서 이러구 저러구 ...
온도가 뒤바뀐 허상이라면, 그걸 기준으로 우주의 변천을 설명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시고, 열역학 2법칙은 자체로도 오해가 많고, 엔트로피는 특히 오해 덩어리라고도 할 만 하니까, 다른 필연성, 법칙성을 자유 에너지 변화에서 찾으신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온도 대신에, 언제나 자유에너지로 바꿔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안 될 것 같은데요...)
또한,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등압도 아닐 텐데, 자유 에너지가 정의될까요? 결국은 새로운 자유에너지 정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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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할 때에는 시지프스님이 장회익 선생님 견해를 크게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단 뒤의 얘기부터 보면 온도를 허상으로 본다거나 엔트로피를 피해야만 하는 물리량으로 본다는 것과는 아주 상반된 입장일 겁니다. 엔트로피야말로 확고부동한 바탕을 가진 물리량이며, 그에 기초해서 경험의 정리에 불과했던 온도를 비로소 설명가능한 양으로서 정의를 했다는 게 더 정확한 장회익 자연철학의 입장이 아닐까요? 엔트로피 개념과 단위 에너지당 엔트로피 변화율의 역수라는 온도 개념은 질서 논의의 가장 탄탄한 기초 개념인 거죠. 자유에너지 개념은 열역학 제2법칙을 부분계에 대해 펼칠 수 있게 하는 중대한 개념이기 때문에 핵심 위치에 놓이는 것이지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닙니다. 자유에너지 개념 덕분에 '열죽음'을 예고하는 묵시록과 같은 느낌의 열역학 제2법칙이 우주 안의 질서의 출현을 설명하는 자연의 기본원리임을 확인하게 된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 우주의 자유에너지를 논하기 위한 개념적 정비 작업에서 장회익 선생님의 입장은 위의 인용문에 잘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입자 이야기가 나온 것은 우주의 자유에너지를 논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 원자가 형성되는 것도 자유에너지 감소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쿼크가 중간자를 이루는 등의 기본 입자들의 결합 역시 자유에너지 감소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신 것입니다. 우주의 자유에너지 이야기를 개별 입자들의 자유에너지의 합으로 환치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또 과격한 표현을 했네요 ㅠㅠ 온도가 독자적인 존재거나 물질의 고유한 속성이 아니라, 마치 함수의 종속변수 처럼, 엔트로피와 내부에너지의 변화율에 의해 정의되는, 마치 별의 겉보기 등급처럼, 우리에게 그렇게 보일 뿐인 것이라는 의미인데, 허상은 심한 표현이겠네요. 그리고 엔트로피의 오해가 많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인상은, 작년의 줌 세미나에서 다들 엔트로피 얘기만 이상하게 하던 나머지 장회익 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며 내 책 좀 읽어 보라고 말씀하신 것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나 봅니다. 자유에너지와 열역학 2법칙과의 관계는 저는 계속 생각중입니다. 어찌보면 회피이자 방향성을 더 명확히 하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 저리 표현되었군요. 좀 더 고찰을 해야 겠습니다. 개별입자의 자유에너지 합, 이건 깊어가는 세미나 때에 제 기억이 혼미하여서, 기억의 파편을 제 나름대로 메꾸어 본 것이니, 이건 녹취록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답변이 이 날은 전체적으로 더욱 어렵게 들렸습니다. // 자연사랑님 덕분에 앞으로도 저같은 오해에 미리 상세한 답글이 달렸다고 생각하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현대물리학에서 온도는 독자적인 실체도 아니고 물질의 고유한 속성도 아닙니다. 물체 하나만 있는 상황에서 온도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온도는 항상 여러 개 (그것도 대개 아주 많은 개수로)가 모여 있을 때 그런 대상에 대해 모호함 없이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물리량입니다. 온도를 종속변수로 삼는 것이 기법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온도는 열통계역학에서 대부분 독립변수입니다. 열역학 열째 법칙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줍니다. 여하간 계 A와 계 B가 열평형을 이루고 있고 계 B와 계 C가 열평형을 이루고 있다면 계 A와 계 C도 열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열역학 영째 법칙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열평형 상태에 있는 계에 대하여 항상 ‘온도’라 부르는 물리량을 모호함 없이 유일하게 할당할 수 있습니다.
자연철학에서는 이러한 물리학의 형식론에서 더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열평형이라 무엇인가, 그렇게 할당할 수 있다는 온도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가, 온도와 다른 물리량(예를 들어 부피, 열, 에너지, 압력)은 어떤 관계인가? 등등.
자연철학의 질문들은 자연과학의 성과를 기반에 둡니다. 그런데 자연과학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자칫 자연철학의 질문들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철학적 질문들이 대체로 그러하긴 하지만, 특히 자연철학의 질문들은 현실에서 너무 떨어져 있기 마련입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물질이란 무엇인가? 온도란 무엇인가? 엔트로피란 무엇인가? 확률이란 무엇인가? 요동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주체란 무엇인가? 앎이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대체로 대답이 모호하고 통일된 답이 나올 수도 없는 질문입니다. 자연철학이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