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상수 논란, 잠정적 이론의 앎의 뫼비우스에서의 위치
[강석기의 과학카페] 모두가 동의하는 허블상수 구할 수 있을까?
과학동아의 2019년 7월 기사인데, 지금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0251
요약하자면, 허블 상수 측정 방식에 따라서 상수 값이 다르며, 정밀도가 높아졌는데도, 상수 값이 일치하지 않는다.
세페이드 변광성 방식 : 74.03 (+1.42, -1.42)
우주배경복사에서 : 67.66 (+0.42, -0.42)
적색거성 으로 : 69.8 (+1.9, -1.9)
이렇게 논란이 있는데, 과연 빅뱅 우주론을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처럼 받아들여야 하느냐 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로서는 별 대안이 없는, 그래서 이런저런 난점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고수하는, 그런 잠정적인 체계가 아닐까요? (쿤의 정상과학 같네요) 빅뱅 우주론과 입자론의 표준모델 이 이런 예가 되겠지요.
그러면 이렇게 잠정적인 과학 이론은 장회익 선생님의 앎의 체계에선 어떤 위치에 놓을 수 있을까요? 또한 한 때 정설이었지만, 이제는 한계를 드러낸 과학 이론을, 장회익 선생님은 그래도 다 품고 가시려는 것일까요? 뉴턴 역학은 이제와서는 거시상황에서는 근사적으로 에너지가 작은 경우에만 맞는 이론이고, 양자역학에선 전혀 맞지 않는다고 대걔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당당히 한 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계가 있다는 말씀은 하셔도, 폐기해야 한다거나, 그렇게 변화의 원리를 구성하면 안된다던가, 이런 말씀은 없던 것 같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변화의 원리 도식 자체가 뉴턴 식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이 문제는 앎이란 무엇인가 할 때도 다시 꺼내서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작용-반작용을 설명하시다가 곤란을 겪으신 물리 선생님이 실은 뉴턴 역학은 틀렸고, 상대론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왜 틀린 걸 배워야 하냐고, 상대론도 그 다음 이론이 나올 수도 있으니, 역시 배울 필요가 있겠냐고, 그러니 수업 그만 하시고 놀자고 하다가 다들 혼만 났지요 ^^ 그런데, 학생들 말이 맞는 얘기 아니었나요? ^^ )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연철학 강의 공부모임>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811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811 |
공지사항 |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875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875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3432
|
neomay33 | 2023.04.20 | 3 | 13432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6229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6229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2969
|
시인처럼 | 2022.03.07 | 0 | 12969 |
687 |
New [질문/토론] 온도가 크게 올라가면, U≦TS가 되어 F<0이 되는 경우가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8
|
추천 1
|
조회 18
|
자연사랑 | 2025.04.18 | 1 | 18 |
686 |
[나의 질문] 최우석 - '선택의 여지' 그리고 '앎과 실재' (2)
시인처럼
|
2025.04.14
|
추천 0
|
조회 45
|
시인처럼 | 2025.04.14 | 0 | 45 |
685 |
[질문/토론] 대상 물체의 현재 온도가 낮을수록 △S의 값이 크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4
|
추천 1
|
조회 48
|
자연사랑 | 2025.04.14 | 1 | 48 |
684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범심론 (9)
유동나무
|
2025.03.30
|
추천 2
|
조회 168
|
유동나무 | 2025.03.30 | 2 | 168 |
683 |
[질문] 앎의 세 모드(역학 모드, 서술 모드, 의식 모드)와 포퍼의 세 세계
자연사랑
|
2025.03.24
|
추천 0
|
조회 151
|
자연사랑 | 2025.03.24 | 0 | 151 |
682 |
[질문] 엔트로피 법칙이 무엇인가요? (1)
자연사랑
|
2025.03.13
|
추천 0
|
조회 207
|
자연사랑 | 2025.03.13 | 0 | 207 |
681 |
[자료] 물리법칙과 '나'라는 문제
자연사랑
|
2025.03.12
|
추천 1
|
조회 215
|
자연사랑 | 2025.03.12 | 1 | 215 |
680 |
[자료] 자유에너지 경관과 준안정상태의 변화
자연사랑
|
2025.02.22
|
추천 1
|
조회 205
|
자연사랑 | 2025.02.22 | 1 | 205 |
679 |
[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
2025.01.28
|
추천 1
|
조회 325
|
자연사랑 | 2025.01.28 | 1 | 325 |
678 |
[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
2025.01.27
|
추천 1
|
조회 337
|
자연사랑 | 2025.01.27 | 1 | 337 |
지난 자연철학 세미나에서 제가 크게 잘못된 발언을 했습니다. 허블 상수(더 정확하게는 현재의 허블 파라미터)의 값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이 지난 10여년 간 별로 없었다고 잘못 말했습니다. 제가 아래 글에 첨부하고 슬라이드에 넣었던 2001년 허블우주망원경(HST) 데이터 이후에 많은 측정이 있었습니다. 그 그래프를 포함시킨 것은 허블 상수의 값 때문이 아니라 1929년 에드윈 허블의 논문에 있던 그래프에 비교하여 2001년 무렵 먼 은하의 '후퇴속력'과 '거리' 사이에 대략 비례하는 관계가 성립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르메트르 법칙을 경험적으로 보여주는 관측 데이터의 용도였습니다.
이와 별도로 허블 상수의 값을 측정하려는 노력은 끈질기게 계속되었습니다. 위키피디어에 관련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Hubble%27s_law#Determining_the_Hubble_constant" target="_blank" rel="noopener">Determining the Hubble constant
(첨부된 그림의 출처는 위키피디어입니다)
SH0ES (Supernovae, H0, for the Equation of State of Dark energy)나 Pantheon+ (https://arxiv.org/abs/2202.04077" target="_blank" rel="noopener">The Pantheon+ Analysis: Cosmological Constraints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는데, 제가 왜 그런 엉뚱한 말씀을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행여 혼동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우주론/천문학 전공자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더 정확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제가 그 분들의 노고를 폄훼하는 발언을 한 셈이어서 서둘러 정정하고자 합니다.
중등 과학교육에서 뉴턴역학으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꽤 있는 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시험삼아 중등 과학교육에서 뉴턴역학을 빼고 양자역학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 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듯 합니다.
양자역학이 뭔가 정밀하게 계산하고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이라면 초심자가 배우기에 너무나 복잡하고 고도의 이론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처럼 시작한다면, 오히려 양자이론이야말로 친근감 있게 초급 수준에서 과학을 접할 때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강석기 기자의 글은 종종 읽을 기회가 생기는데, 아무래도 전문성은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소위 '허블 갈등 Hubble tension'은 현재의 허블 파라미터의 값, 즉 허블 상수의 값을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많이 생기는 점을 비롯하여 우주론의 기본 상수를 정하는 문제에서 나오는 여러 이견들과 논쟁을 가리킵니다. 이런 우주론 기본 상수를 정하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 우주론자나 천체물리학자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기존의 이론과 시나리오에 모든 데이터가 잘 맞아 떨어지면 "새로운 물리학"이 나올 여지가 막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수준이나 교육의 맥락에서는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 관측 결과가 못마땅할지 몰라도, 전문적인 연구의 맥락에서는 그런 불일치야말로 새로운 것이 등장할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리뷰논문은 110쪽의 비교적 뚱뚱한 분량으로 소위 '허블 갈등'의 여러 측면을 요약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접근과 시도를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Eleonora Di Valentino et al 2021 Class. Quantum Grav. 38 153001
https://doi.org/10.1088/1361-6382/ac086d"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doi.org/10.1088/1361-6382/ac086d
The Crisis in Cosmology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튜브에서 다루기도 하지요. 정리된 논문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 우주론을 비롯하여 입자물리학 분야에서는 '이론'이란 말을 잘 쓰지 않고 '모형(모델)'이나 '시나리오'라는 용어를 더 많이 씁니다.
1960년대를 풍미한 토머스 쿤의 과학철학은 단순화시키면 논리실증주의를 비판적으로 넘어가면서 실증적 경험보다 이론(더 나아가 패러다임과 같은 존재론적 전제들)을 더 중시 여기는 입장으로서 종종 '포스트실증주의'라 부릅니다.
21세기에 들어와 과학철학자들 중에 포스트실증주의도 넘어서서 '이론'이란 개념을 최소화하고 '모형 만들기(modelling)'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과학 활동은 실험이나 관측을 통해 세계에 대한 모형을 만들고, 다시 원리나 가설들로부터 이론적 모형을 만들어 이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모형 만들기'에 주목하는 과학철학에서는 시지프스님이 언급하신 비관적 반실재론의 소박한 버전 즉 "어차피 현재의 이론도 언젠가는 모두 반증될 터이므로 존중할 필요가 없거나 심지어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현대 우주론에서 일종의 표준모형 역할을 하는 것은 '람다-CDM 모형"($\Lambda$-CDM model)입니다. 이것은 공간의 균질성 및 등방성에서 유도된 FLRW 시공간과 완전유체에서 유도된 뜨거운 빅뱅(대폭발) 모형을 근간으로 삼아 진공에너지(람다 $\Lambda$) 또는 암흑에너지, 그리고 차가운(=비상대론적) 암흑물질(Cold Dark Matter, CDM) 및 보통의 물질이라는 세 종류의 존재자들로 우주의 변화를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모형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ambda-CDM_model"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en.wikipedia.org/wiki/Lambda-CDM_model
우주론 모형에 람다-CDM 모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것처럼, 가령 (1) 수정된 뉴턴 동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 (2) 엔트로피 중력(entropic gravity), (3) 수정된 중력(modified gravity), (4) 가변 물질 밀도 이론(theories of large-scale variations in the matter density of the universe), (5) 이중거리함수 중력(bimetric gravity), (6) 진공의 스케일 불변 모형(scale invariance of empty space), (7) 암흑물질 붕괴 모형(decaying dark matter, DDM) 등 여러 대안적 모형들이 있습니다.
과학활동은 끊임없이 꿈틀꿈틀 성장하고 사라지고 달라지는 과정이며, 주장되는 것이 곧 '진리'인 것이 아닙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온전한 앎'이 '완전한 앎' 또는 '완벽한 앎'이 아님을 강조하신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하겠습니다.
어제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장회익 선생님께서 '온전한 앎'이 '완전한 앎' 또는 '완벽한 앎'이 아님을 강조하신 것" 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면 "끊임없이 꿈틀꿈틀 성장하고 사라지고 달라지는 과정" 인 과학을 뫼비우스 띠 안에 어떻게 놓아야 할 것이냐 라는 문제가 있는데 ... 그건 계속 고민하다가 온전한 앎 진도일 때 논의를 해 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