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을 위한 FLRW 거리함수의 유도
현대우주론의 표준모형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출발점은 프리드만-르메트르-로버트슨-워커(FLRW) 거리함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거리함수는 두 사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함수로서, 아주 작은 양을 미분량으로 나타내면 $$\mathrm{d} s^2 = -c^2 \mathrm{d} t^2 + a(t)^2 \left(\frac{\mathrm{d} r^2}{1-kr^2} + r^2 \mathrm{d} \theta^2 + r^2\sin^2\theta \mathrm{d} \phi^2 \right)$$가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Friedmann–Lemaître–Robertson–Walker_metric
이 거리함수를 유도해 보기로 합니다. 이는 곧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06-308쪽에 서술된 내용을 따라 (6-2)식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출발점은 다음의 가정입니다.
(1) 시간과 공간은 분리되어 있다.
(2) 공간은 어느 위치나 어느 방향이나 대등하다. 즉 공간은 균질하며 등방적(homogeneous and isotropic)이다.
이 두 가정 중 두 번째를 먼저 생각합니다. 공간의 어느 위치나 대등하고 또한 어느 방향이나 대등하다면, 거리함수에도 그것이 나타나야 합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00-301쪽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 우주의 물질분포는 어느 위치에서나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나 거의 동일하며, 우주의 모든 위치는 모두 대등하다는 가정이다. 후에 '우주론적 원리'라고 불리게 될 이 가정은 우주의 중심이 따로 없다는 것을 함축한다. ... 우주의 공간이 4차원의 구면을 형성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4차원 [공간에 있는] 공의 표면은 3차원 구면을 이루는데, 이 공의 표면 위에 있는 모든 위치는 서로 대등함을 알 수 있다. [보통의] 공의 표면은 물론 2차원 공간이지만, 4차원 구의 표면은 3차원 공간이면서 여전히 모든 위치가 대등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주의 물질분포와 무관하게 공간의 대칭성(불변성)을 가정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균질하고 등방적인 공간의 가장 쉬운 예는 유클리드 공간입니다. 이는 $$\mathrm{d} \ell^2 = \mathrm{d} \mathbf{x}^2 \equiv \mathrm{d}x^2+ \mathrm{d}y^2+ \mathrm{d}z^2 $$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회전이동하든, 어느 점으로 평행이동하든 거리는 같은 값(불변량)이므로 공간의 균질성과 등방성을 충족시킵니다.
그 다음으로 4차원 유클리드 공간에서 정의된 구의 표면을 생각하면 이것도 균질하고 등방적입니다. 4차원 구의 표면은 3차원이기 때문에 이를 수학에서 $S^3$이라 나타내고 '3차원 구면'이라 부릅니다. (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의 용어법이 좀 다릅니다. 기하학자는 4차원 공간 안에있는 구면을 4차원 구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물리학자들도 이런 약속을 따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https://mathworld.wolfram.com/Hypersphere.html 참조)
4차원 구의 표면 $S^3$에서의 거리함수는 $$\mathrm{d}\ell^2 = \mathrm{d} \mathbf{x}^2 +\mathrm{d}w^2 , \quad w^2 + \mathbf{x}^2 = a^2$$으로 쓸 수 있습니다.
$S^3$을 상상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으므로, 3차원 구의 표면 즉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공 표면을 생각하면 조금 낫습니다. 공 표면은 2차원이므로 이를 수학에서는 $S^2$라 표기합니다. 3차원 유클리드 공간에서 거리가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라 주어진다면 $$\mathrm{d} {\ell_3}^2 =\mathrm{d}x^2+ \mathrm{d}y^2+ \mathrm{d}z^2$$이지만, 세 위치좌표 $(x, y, z)$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공 표면에 있기 때문에 $$x^2 + y^2 + z^2 = a^2$$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mathrm{d} {\mathbf{x}_2}^2 = \mathrm{d}x^2+ \mathrm{d}y^2$$라 쓰기로 하면, 위의 거리함수는 $$\mathrm{d}{\ell_3}^2 = \mathrm{d} {\mathbf{x}_2}^2 +\mathrm{d}z^2 , \quad {\mathbf{x}_2}^2 + z^2= a^2$$라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3차원 유클리드 공간 안에 매장된(embedded) 2차원 구면의 거리함수입니다.
3차원 구면, 즉 4차원 유클리드 공간 안에 매장된(embedded) 일반화된 구면은 여기에 공간좌표를 하나 덧붙여서 차원을 늘리면 됩니다. 그래서 4차원 구의 표면 $S^3$에서의 거리함수는 $$\mathrm{d}\ell^2 = \mathrm{d} \mathbf{x}^2
+\mathrm{d}w^2 , \quad w^2 + \mathbf{x}^2 = a^2$$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수학적으로 약간 더 들어가야 하지만, $$\mathrm{d}\ell^2 = \mathrm{d} \mathbf{x}^2 - \mathrm{d}w^2 , \quad w^2 - \mathbf{x}^2 = a^2$$인 경우도 균질성과 등방성을 갖는 3차원 공간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begin{align} \mathrm{d} \ell^2 &= \mathrm{d} \mathbf{x}^2 \equiv \mathrm{d}x^2+ \mathrm{d}y^2+ \mathrm{d}z^2 \\ \mathrm{d}\ell^2 &= \mathrm{d} \mathbf{x}^2 +\mathrm{d}w^2 , \quad w^2 + \mathbf{x}^2 = a^2 \\ \mathrm{d}\ell^2 &= \mathrm{d} \mathbf{x}^2 - \mathrm{d}w^2 , \quad w^2 - \mathbf{x}^2 = a^2 \end{align}
좌표의 스케일을 $$\mathbf{x}'\equiv a \mathbf{x} , \quad w'\equiv aw$$로 재정의한 뒤 프라임 기호를 떼고, 거리함수를 다시 쓰면,
\begin{align} \mathrm{d} \ell^2 &= a^2 \mathrm{d} \mathbf{x}^2 \\ \mathrm{d}\ell^2 &=
a^2 \left(\mathrm{d} \mathbf{x}^2 +\mathrm{d}w^2 \right), \quad w^2 + \mathbf{x}^2 = 1 \\ \mathrm{d}\ell^2 &= a^2\left(\mathrm{d} \mathbf{x}^2 - \mathrm{d}w^2\right) ,
\quad w^2 - \mathbf{x}^2 = 1 \end{align}이 됩니다. $w^2 \pm \mathbf{x}^2 = 1$로부터 $w \mathrm{d}w = \mp \mathbf{x}\cdot\mathrm{d}\mathbf{x}$이므로, $$\mathrm{d}w^2 = \frac{(\mathbf{x}\cdot\mathrm{d}\mathbf{x})^2}{w^2} = \frac{(\mathbf{x}\cdot\mathrm{d}\mathbf{x})^2}{1\mp \mathbf{x}^2}$$이 됩니다.
위의 세 경우를 한꺼번에 쓰면 $$\mathrm{d} \ell^2 = a^2 \left[ \mathrm{d}\mathbf{x}^2 + K \frac{(\mathbf{x}\cdot\mathrm{d}\mathbf{x})^2}{1 - K \mathbf{x}^2}\right]$$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K=+1$은 구면, $K=0$은 평면, $K=-1$은 쌍곡면입니다. 이를 각각 타원적(elliptic), 포물선적(parabolic), 쌍곡선적(hyperbolic)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직각좌표계(데카르트 좌표계) 대신 구면좌표계를 써서 \begin{align} x &= r
\sin\theta\cos\phi \\ y&= r \sin\theta\sin\phi \\ z&=r\cos\theta \end{align}로 나타내면, $$\mathrm{d} \ell^2 = a^2 \left(\frac{\mathrm{d}r^2}{1-Kr^2}+ r^2 \mathrm{d}\theta^2 + r^2 \sin^2\theta \mathrm{d}\phi^2\right)$$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더 상세하게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면좌표계의 정의로부터
\begin{align} \mathrm{d} x &= \sin\theta\cos\phi\mathrm{d}r + r\cos\theta\cos\phi\mathrm{d}\theta-r\sin\theta\sin\phi\mathrm{d}\phi \\
\mathrm{d}y &= \sin\theta\sin\phi\mathrm{d}r + r\cos\theta\sin\phi\mathrm{d}\theta+r\sin\theta\cos\phi\mathrm{d}\phi \\
\mathrm{d}z&=\cos\theta\mathrm{d}r - r\sin\theta\mathrm{d}\phi\end{align}이므로,
\begin{align}\mathrm{d}\mathbf{x}^2 & = \mathrm{d}x^2 + \mathrm{d}y^2 +\mathrm{d}z^2 \\ & = \mathrm{d}r^2 + r^2 \mathrm{d}\theta^2 + r^2\sin^2\theta\mathrm{d}\phi^2 \end{align}이고,
\begin{align}\mathbf{x}\cdot\mathrm{d}\mathbf{x} = & x \mathrm{d}x+y\mathrm{d}y+z\mathrm{d}z \\ = & r\sin\theta\cos\phi (\sin\theta\cos\phi\mathrm{d}r +r\cos\theta\cos\phi\mathrm{d}\theta -r\sin\theta\sin\phi\mathrm{d}\phi) \\ & +r\sin\theta\sin\phi (\sin\theta\sin\phi\mathrm{d}r + r\cos\theta\sin\phi\mathrm{d}\theta + r\sin\theta\cos\phi\mathrm{d}\phi) \\ & +r\cos\theta(\cos\theta\mathrm{d}r -r\sin\theta\mathrm{d}\theta) \\= & r\mathrm{d}r (\sin^2\theta\cos^2\phi +\sin^2\theta\sin^2\phi+\cos^2\theta) \\ &+r^2\mathrm{d}\theta(\sin\theta\cos\theta\cos^2\phi +\sin\theta\cos\theta\sin^2\phi -\sin\theta\cos\theta)\\ &+r^2\sin^2\theta\mathrm{d}\phi (-\cos\phi\sin\phi+\sin\phi\cos\phi) \\ = & r\mathrm{d}r \end{align}입니다.
이를 대입하면 \begin{align} \mathrm{d}\ell^2 &= \mathrm{d}r^2 +r^2\mathrm{d}\theta^2 + r^2\sin^2\theta\mathrm{d}\phi^2 +\frac{K r^2\mathrm{d}r^2}{1-Kr^2} \\ &= \left(1+\frac{Kr^2}{1-Kr^2}\right)\mathrm{d}r^2 + r^2\mathrm{d}\theta^2 + r^2\sin^2\theta\mathrm{d}\phi^2 \\ &= \frac{1-\cancel{Kr^2}+\cancel{Kr^2}}{1-Kr^2}\mathrm{d}r^2 +r^2\mathrm{d}\theta^2 + r^2\sin^2\theta\mathrm{d}\phi^2 \\ &= \frac{\mathrm{d}r^2}{1-Kr^2} +r^2\mathrm{d}\theta^2 + r^2\sin^2\theta\mathrm{d}\phi^2\end{align}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로버트슨-워크 시공간은 위와 같은 공간 거리함수에 시간 거리함수 항을 더한 것입니다. 즉 $$\mathrm{d}s^2 = -c^2 \mathrm{d}t^2 +\mathrm{d} \ell^2 = -c^2 \mathrm{d}t^2 +a^2 \left(\frac{\mathrm{d}r^2}{1-Kr^2}+ r^2 \mathrm{d}\theta^2 + r^2 \sin^2\theta \mathrm{d}\phi^2\right)$$
이 때 스케일 인수 $a$는 일반적으로 $a(t)$와 같이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프리드만-르메트르-로버트슨-워커 거리함수는 다음과 같이 주어집니다.$$\mathrm{d}s^2 = -c^2 \mathrm{d}t^2 +\mathrm{d} \ell^2 = -c^2 \mathrm{d}t^2 +a(t)^2 \left(\frac{\mathrm{d}r^2}{1-Kr^2}+ r^2 \mathrm{d}\theta^2 + r^2 \sin^2\theta \mathrm{d}\phi^2\right)$$
네 사람의 이름이 붙어서 조금 긴 느낌이 있습니다만, 프리드만(1922), 르메트르(1927), 로버트슨(1935-36), 워커(1937) 이 네 명이 서로 독립적으로 이 거리함수를 유도하고 이를 사용하여 우주의 변화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이론을 펼쳤기 때문에, 네 명의 이름을 모두 적어주는 게 옳을 것입니다.
* Friedmann, Alexander (1922), "Über die Krümmung des Raumes", Zeitschrift für Physik A, 10 (1): 377–386.
* Friedmann, Alexander (1924), "Über die Möglichkeit einer Welt mit konstanter negativer Krümmung des Raumes", Zeitschrift für Physik A, 21 (1): 326–332.
* Lemaître, Georges (1927), "Un univers homogène de masse constante et de rayon croissant rendant compte de la vitesse radiale des nébuleuses extra-galactiques", Annales de la Société Scientifique de Bruxelles, A47: 49–56.
* Lemaître, Georges (1931), "Expansion of the universe, A homogeneous universe of constant mass and increasing radius accounting for the radial velocity of extra-galactic nebulæ",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91 (5): 483–490.
* Lemaître, Georges (1933), "l'Univers en expansion", Annales de la Société Scientifique de Bruxelles, A53: 51–85.
* Robertson, H. P. (1935-36), "Kinematics and world structure", Astrophysical Journal, 82: 284–301; 83: 187–201; 83: 257–271.
* Walker, A. G. (1937), "On Milne's theory of world-structure", Proceedings of the London Mathematical Society, Series 2, 42 (1): 90–127.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연철학 강의 공부모임>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811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811 |
공지사항 |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3875
|
시인처럼 | 2024.09.12 | 0 | 3875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3432
|
neomay33 | 2023.04.20 | 3 | 13432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6229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6229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2969
|
시인처럼 | 2022.03.07 | 0 | 12969 |
687 |
New [질문/토론] 온도가 크게 올라가면, U≦TS가 되어 F<0이 되는 경우가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8
|
추천 1
|
조회 18
|
자연사랑 | 2025.04.18 | 1 | 18 |
686 |
[나의 질문] 최우석 - '선택의 여지' 그리고 '앎과 실재' (2)
시인처럼
|
2025.04.14
|
추천 0
|
조회 45
|
시인처럼 | 2025.04.14 | 0 | 45 |
685 |
[질문/토론] 대상 물체의 현재 온도가 낮을수록 △S의 값이 크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4
|
추천 1
|
조회 48
|
자연사랑 | 2025.04.14 | 1 | 48 |
684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범심론 (9)
유동나무
|
2025.03.30
|
추천 2
|
조회 168
|
유동나무 | 2025.03.30 | 2 | 168 |
683 |
[질문] 앎의 세 모드(역학 모드, 서술 모드, 의식 모드)와 포퍼의 세 세계
자연사랑
|
2025.03.24
|
추천 0
|
조회 151
|
자연사랑 | 2025.03.24 | 0 | 151 |
682 |
[질문] 엔트로피 법칙이 무엇인가요? (1)
자연사랑
|
2025.03.13
|
추천 0
|
조회 207
|
자연사랑 | 2025.03.13 | 0 | 207 |
681 |
[자료] 물리법칙과 '나'라는 문제
자연사랑
|
2025.03.12
|
추천 1
|
조회 216
|
자연사랑 | 2025.03.12 | 1 | 216 |
680 |
[자료] 자유에너지 경관과 준안정상태의 변화
자연사랑
|
2025.02.22
|
추천 1
|
조회 205
|
자연사랑 | 2025.02.22 | 1 | 205 |
679 |
[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
2025.01.28
|
추천 1
|
조회 325
|
자연사랑 | 2025.01.28 | 1 | 325 |
678 |
[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
2025.01.27
|
추천 1
|
조회 337
|
자연사랑 | 2025.01.27 | 1 | 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