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매질이 물체에 하는 최대 일
열역학 둘째 법칙을 자유에너지로 표현하기 위한 여러 유도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깔끔한 것이 아래 책에 있어서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L.D. Landau, E.M. Lifshitz. Statistical Physics. §20 (pp. 57-60). (링크를 클릭하면 본문 내용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절의 제목은 "외부매질이 물체에 하는 최대 일"입니다. 물체가 외부 매질(배경) 안에 있습니다. 매질의 온도와 압력은 각각 $T_0$, $P_0$이고, 물체의 온도와 압력은 각각 $T$, $P$입니다. 무릎번호(아랫첨자) 0이 붙는 것은 모두 매질에 대한 것이고, 무릎번호가 없는 것은 물체에 대한 것으로 약속합니다.
일반적으로 매질과 물체의 온도와 압력은 같지 않습니다. 매질은 매우 커서 물체와 연관된 과정이 매질의 온도와 압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따라서 매질의 온도와 압력은 상수입니다.
매질(배경)이 없다면 물체의 상태변화 즉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를 알 때, 물체가 하는 일은 물체의 내부에너지 변화와 같을 것이며,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로부터 확졍됩니다. 매질(배경)이 있다면 물체가 하는 일의 값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이 때 물체의 상태가 변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의 최대값을 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체가 하는 일의 최대값은 매질이 물체에 하는 일의 최소값과 같습니다.
물체의 내부에너지의 변화를 주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외부의 원천이 물체에 하는 일 $W$과 매질이 하는 일과 매질로부터 물체가 얻는 열입니다. 매질의 압력이 일정하므로 매질이 하는 일은 압력과 부피변화를 곱한 값 $P_0 \Delta V_0$으로 주어집니다. 매질이 물체에 주는 열은 $-T_0 \Delta S_0$입니다. 따라서 물체의 내부에너지 변화는 $$\Delta U = W + P_0 \Delta V_0 - T_0 \Delta S_0$$가 됩니다. 이 식은 $$W= \Delta U - P_0 \Delta V_0 + T_0 \Delta S_0$$라 쓸 수 있습니다.
매질과 물체의 부피 전체는 일정하기 때문에 $$\Delta V_0 = - \Delta V$$입니다. 물체와 매질을 합한 것은 고립계이기 때문에 열역학 둘째 법칙으로부터 $$\Delta S + \Delta S_0 \ge 0$$입니다. 따라서 $$\Delta S_0 \ge -\Delta S$$가 됩니다. 이 세 식으로부터 \begin{align} W &\ge \Delta U - T_0 \Delta S + P_0 \Delta V \\ &= \Delta (U - T_0 S + P_0 V)\end{align}를 얻습니다. 여기에서 $T_0$와 $P_0$가 $\Delta$ 기호 뒤로 갈 수 있는 것은 매질(배경)이 매우 커서 그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W \ge W'_{min}$$ $$W'_{min} = \Delta (U - T_0 S + P_0 V)$$ 또는 $$ W \le W_{max} $$ $$W_{max}= - \Delta (U - T_0 S + P_0 V)$$를 얻습니다.
물체가 변화 과정의 매순간 평형 상태에 있다면(다만 매질과 평형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식을 아주 작은 미분변화량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mathrm{d} W'_{\min} = \mathrm{d}U - T_0 \mathrm{d}S + P_0 \mathrm{d}V$$입니다. 열역학 첫째 법칙으로부터 물체의 내부에너지는 $$\mathrm{d}U = T \mathrm{d}S - P \mathrm{d}V$$이므로, 이 표현을 넣으면 결국 $$\mathrm{d} W'_{\min} = (T- T_0) \mathrm{d}S - (P- P_0) \mathrm{d}V$$를 얻습니다.
위에서 얻은 식 $$W \ge W'_{min}$$ $$W'_{min} = \Delta (U - T_0 S + P_0 V)$$ 또는 $$ W \le W_{max} $$ $$W_{max}= - \Delta (U - T_0 S + P_0 V)$$의 특별한 경우를 생각합니다. 만일 물체의 부피와 온도가 일정하며, 물체의 온도가 매질의 온도와 같다면 $$W'_{min}=\Delta (U - TS) = \Delta F$$가 됩니다. 여기에서 $F = U - T S는 헬름홀츠 자유에너지입니다. 요컨대, 부피와 온도가 일정할 때에는 최소의 일이 물체의 헬름홀츠 자유에너지 변화와 같습니다.
만일 물체의 온도와 압력이 일정하며, 매질의 온도와 압력과 같다면, $$W'_{min}=\Delta (U - TS + PV) = \Delta G$$가 됩니다. 여기에서 $G = U - TS +PV = F+ PV$는 기브즈 자유에너지입니다. 요컨대, 온도와 압력이 일정할 때에는 최소의 일이 물체의 기브즈 자유에너지 변화와 같습니다.
외부 매질 안에 있는 물체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 물체에 아무 일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자연발생적인 비가역과정을 통해 물체는 평형에 이르게 될 겁니다. 이 때 일은 $W=0$과 같습니다. 따라서 $$\Delta ( U - T_0 S + P_0 V) \le 0$$이 됩니다. 즉 자연발생적으로 비가역과정을 통해 평형에 이른다면 자유에너지가 감속하는 방향으로 과정이 일어납니다.
온도와 부피가 일정하다면 $\Delta V=0$이므로 $$\Delta (U - T_0 S) \le 0$$이 되며, 비가역과정의 방향은 헬름홀츠 자유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온도와 압력이 일정하다면 기브스 자유에너지가 감속하는 방향으로 비가역과정이 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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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다비도비치 란다우(Лев Дави́дович Ланда́у 1908-1968)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물리학자로서 응집물질의 이론에서 탁월한 업적들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아제르바이젠의 영토인 바쿠에서 태어났는데, 12-13살에 미적분을 배우고 13살에 고등학교(귐나지움)를 졸업했습니다. 14살에 바쿠 대학에 입학하여 물리학/수학과 화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2년 뒤 레닌그라드 대학으로 옮겨가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러시아어뿐 아니라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능숙했고 영어와 덴마크어로도 의사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1962년 노벨물리학상을 비롯하여 물리학계에서 크게 인정받는 물리학자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ev_Landau]
특히 10권으로 구성된 이론물리학 강의 교과서가 매우 유명합니다. 물리학 전공자라면 란다우와 리프쉬츠 등이 저술한 이 교과서를 빼곡하게 공부한 경험이 있기 마련일 정도입니다. 그 중 다섯 번째가 <통계물리학>입니다. 위에 요약해 놓은 것은 그 책의 20절 내용입니다. 맨 위의 링크에서 영어번역본의 해당 부분을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 러시아어 원본의 해당 부분을 그림으로 만들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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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사드립니다. 지나가는 말로 적은 댓글에 이렇게 정성스레 포스팅을 주셨네요. 더구나 archive.org에서 직접 인용하신 책의 페이지까지 링크 걸어주시다니요…올려주신 요약을 먼저 공부하고 본문도 읽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눈으로 대충 훑는 것으로는 내용을 소화하기 충분치 않은 듯해 아예 노트 하나를 새로 만들어 게시판에서 선생님께 배우는 내용을 정리해가는 중입니다.
저로선 올려주신 내용을 훑어보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만 혼자 이걸 독학해서 알아내야 했을 경우의 아찔함을 떠올리게 되면,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하네요. ^^
아, Stella님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셨나 봅니다. 이 글은 제가 지난 2020년 7월에 올린 “열, 일, 내부에너지, 온도, 엔트로피, 자유에너지”이란 제목의 글에서 잘못 쓴 부분을 지난 번 보조세미나에서 시지프스님이 예리하게 지적하셨고, 그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찾아 시간이 허락할 때 새로 글을 올리겠다고 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글에 보충이 되는 글은 “엔트로피 최대 원리와 열평형 요건의 유도”입니다.
며칠 전에 시지프스님이 “자유에너지 유도에서 의문점”이란 글을 올리셨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서 제가 “열역학 둘째 법칙과 헬름홀츠 자유에너지의 최소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덧붙여 이러한 유도과정의 난점을 전혀 만나지 않는 프리고진의 접근을 본세미나에서 다룰 [질문]의 하나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란다우의 책에서 관련 내용을 정리하여 여기에 올렸습니다. 6월 9일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면서 토론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한 예비적인 자료이기도 합니다.
ΔS(0)≥ ΔS 가 typo인 것 같습니다. 뒷쪽에 마이너스 부호가 빠졌습니다.
ΔS(0)≥ - ΔS 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쓸 때 아랫첨자(무릎번호)는 S_0 와 같이 밑줄을 이용하여 표시합니다. 윗첨자(어깨번호)는 x^4와 같이 삿갓 모양의 부호를 이용하여 표시합니다. 이 녹색아카데미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에는 LaTeX 명령을 처리하는 모듈이 설치되어 있어서 달러 기호를 이용하면 수식을 편리하게 쓸 수 있습니다.
위의 수식은 \Delta S_0 \ge - \Delta S 라 쓴 것을 달러 기호 사이에 넣었습니다. 달러기호를 두 개 붙여서 쓰면 수식이 독립된 한 줄로 표시되어 보기가 더 편합니다.
맥락에서 벗어나지만 자연사랑님이 맘껏 수식을 표현할 수 있게 녹색아카데미 홈페이지에 LaTex 모듈을 단 게 홈페이지를 만든 제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