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상태와 정규분포곡선
미시상태와 정규분포곡선
벌써 지난 달이로군요. 김정구 교수님께서 볼츠만의 엔트로피 식이 무엇인지,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와 비교하면서 친절하게 (그러나 어렵게 ㅠㅠ) 설명해 주셨습니다.
예시로 입자가 여럿 있을 때의 미시상태의 수를 계산해 주셨는데,
그 그래프는 정규분포곡선과 꼭 닮았습니다.
미시상태를 설명할 때, 각 미시상태는 모두 같은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이렇다면, 엔트로피 는 실은 미시상태의 정규분포곡선이고,
그 곡선을 적당히 잘라 나눈 것이 거시상태가 아닌가 싶네요.
(박동훈 박사님의 자문을 못 받아서 거칠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
만약 미시상태의 수가 정규분포곡선을 따른다면, 여기에서 바로 열역학 2법칙으로 연결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규분포곡선에서 가장 많은 값은 평균값이지만, 평균값 부근으로 자르기에 따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유명한 경험칙으로는 68-95-99.7 rule 이 있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68%E2%80%9395%E2%80%9399.7_rule#Table_of_numerical_values
평균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표준편차 만큼의 범위를 잡는다면, 전체에서 약 68%가 이 범위에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그 밖으로는 약 32%나 있다는 것입니다.
평균 부근으로 더 좁히면, 당연히 전체에서 차지하는 범위는 줄어듭니다. 평균에서 plus, miuns 0.5 sigma 를 한다면, 38% 로 대폭 줄어듭니다.
68% 나 38% 나, 무시하기 힘든 범위가 그 밖에 있습니다.
이런데 꼭 평균값으로만 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음 슬라이드에서는 입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을 해 주셨습니다.
소금분자가 10 다음은 100 으로 점프를 합니다.
100 일 때의 미시상태의 수가 제일 많지만, 99 일때, 98 일때 와는 그렇게 까지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는 않겠지요.
10 일 가능성보다 100 일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99 일 때, 95 일 때, 아니, 70 일 때 비교해서, 그 격차가 크니까 무시할 만하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열역학 2법칙은 최대값으로 향해야만 합니다.
최대값보다 살짝 작은 값에서 머무를 수 있을까요? 확률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값이지만, 2법칙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연철학강의> 책에 나온 비유를 보면 더욱 명확해 집니다.
윷놀이로 엔트로피의 예를 들어 주셨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는 16 이고, 가장 흔한 개 의 경우는 6 입니다.
도 나 걸 은 4/16 씩 이고, 모 나 윷은 1/16 씩 입니다.
(실제의 윷가락은 원통의 절반보다 조금 더 치우쳐서 잘려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윷놀이에선 걸이 도보다 잘 나오고, 윷이 모보다 잘 나옵니다. 책의 예시는 동전 4개를 동시에 던져서 앞 뒤가 몇 개씩 나오냐는 것과 동일한 것 같습니다. )
개는 다른 윷보다는 큰 수이지만, 전체로 보면, 6/16 입니다. 반도 안됩니다 !
이 때 열역학 2법칙에 의해서 결국 개만 나올 것이다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확률 계산으로는 개가 안 나올 가능성이 10/16 으로 되려 더 큽니다 !
이 상황에서는 열역학 2법칙과는 달리,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도 있다고 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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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이 점은 열통계역학 교과서들에서도 자주 강조되고 있습니다. 구성입자의 수가 몇백 또는 몇천 정도라면 평균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열통계역학이 다루는 분자의 수는 아보가드로 수 $N_A = 6.022 140 76 \times 10 ^{23}$입니다. 현대우주론에서 전체가 동의하는 우주의 나이가 137.9억년 즉 약 $10^{19}$초인 것이나 사람의 뇌에 있는 뉴런이 $10^{13}$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아보가드로 수가 얼마나 큰 수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 한 잔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아보가드로 수의 엄청난 크기와도 통한다고들 합니다. (아보가드로 수만큼 분자가 있는 것을 1몰(mole)이라고 부르는데, 물 1몰은 18그램입니다. 물의 분자량이 18이기 때문입니다.)
아보가드로 수를 어떻게 구했는가 하는 것은 아래 글 참조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was-avogadros-number/" target="_blank" rel="noopener"> How Was Avogadro’s Number Determined?
하지만 그렇더라도 평균에서 벗어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요동(fluctuation)입니다. 모두가 평균처럼 행동할 리가 없죠. 어긋나거나 빗나가나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요동이야말로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믿습니다. 국소질서 나아가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생겨나는 것, 즉 생명이 생겨나는 것이 바로 이 요동 때문입니다. 이 우주에서 모든 것이 평균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여하간 은하가 생겨나고 별이 생겨나고 뭔가 꿈틀꿈틀 생겨나는 것이 모두 요동 때문입니다. 이것이 에피쿠로스가 말한 ‘클리나멘(비껴남)’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상세한 글을 올리려 합니다.
미시상태가 정규분포곡선이 된다면, 평균값이 가장 많은 값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시상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는 평균값이 속한 거시상태보다 훨씬 큰) 평균값의 바깥이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미시상태로 엔트로피를 정의하고, 엔트로피의 최대화로 진행한다는 열역학 2법칙을 확률의 경향으로 해석하려는, 볼츠만의 H계획이, 많이 어긋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보면 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제가 많이 몰라서 이겠지만요.)
볼츠만의 에타 정리(H-theorem)는 열역학 둘째 법칙을 뉴턴역학으로부터 유도해 내려는 것이었습니다. (엔트로피를 거시상태수의 로그값으로 정의하는 식 $S=k \log W$를 처음 쓴 것은 볼츠만이 아니라 플랑크였습니다.) 하지만 볼츠만의 논문이 나오자 로슈비트, 체르멜로, 톰슨(켈빈경) 등이 심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대개 '시간역전반론'과 '회귀반론'이라고 부르는 반론이었습니다. 그 비판과 반론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볼츠만은 에타 정리의 함의를 확률적인 것으로 양보하는 새로운 접근을 발표하게 됩니다. 결국 열역학 둘째 법칙을 뉴턴 역학으로부터 유도하려던 볼츠만의 기획과 프로젝트는 실패한 셈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H-theorem"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en.wikipedia.org/wiki/H-theorem
그러나 볼츠만의 에타 정리는 열역학 둘째 법칙을 확률로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뉴턴 역학으로부터 둘째 법칙을 유도하려던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볼츠만의 에타 정리와 별개로 열역학 둘째 법칙을 확률의 경향으로 보는 지금의 표준적인 해석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또 에타 정리를 확률적인 것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면 볼츠만의 기획이 여전히 의미를 가집니다.
아, (볼츠만의 입장에선) 복잡하고 슬픈 과거가 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