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정말 존재할까?
지난 5월 12일 자연철학 세미나가 있던 날, 과학계에서 매우 큰 뉴스가 나왔습니다.
Event Horizon Telescope라 부르는 지구 규모의 거대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우리 은하 중심부 궁수자리에서 블랙홀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하여 이를 발표했습니다.
Astronomers reveal first image of the black hole at the heart of our galaxy
(출처: Event Horizon Telescope https://bit.ly/3luheG9 )
사실은 지난 2019년에 이미 M87에 있는 블랙홀 M87*의 이미지를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약해 보이지만, 애초에 EHT 프로젝트의 목표가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을 확인하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한 발표였습니다.
도구주의 또는 반실재론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사진’으로까지 나오게 되는 블랙홀이라는 개념 또는 용어는 그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일 뿐이며 블랙홀이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즉 실재(實在)하는] 천체라고 반드시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구주의 또는 반실재론의 관점에 반대하는 실재론자라면 과학에서 제시되는 설명이 곧 자연에 정말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블랙홀이 정말 존재하기 때문에 블랙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블랙홀의 실재성을 의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Sag A*의 이미지는 2019년 4월에 발표된 M87*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조촐한 느낌마져 있지만, 우리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라는 점에서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해 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별 이름에 *를 붙이면 그 별자리나 별 주변에 있는 블랙홀을 가리킵니다.
애초에 EHT의 목표는 이 둘이었습니다. M87*는 '잡음'이 훨씬 적고 질량도 65억 태양질량으로 초거대 블랙홀인 반면, Sag A*는 질량이 4백만 태양질량으로 훨씬 더 가벼운(작은) 블랙홀입니다.
여기에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은 이 이미지가 정말 블랙홀을 "찍은" 것인가 하는 점입다. 당연히 사진을 찍듯이 찍은 것은 아니고 여하간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쳤을 것입니다. 그렇게 거친 과정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이 과정들이 여하간 자연에 실재하는 블랙홀을 잡아낸 것일까요? 아니면 여하간의 처리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덧붙여지고 변형되고 왜곡된 것일까요?
블랙홀은 원리적으로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지식의 가장자리입니다. 이런 것을 탐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는 왜 평생을 바쳐가며 이런 난제에 매달리는 걸까요? 과학의 탐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런 연구에 들어가는 막대한비용은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블랙홀의 자연철학적 함의는 무엇일까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제목은 The Edge of Knowledge All We Know이고 하버드 대학의 과학사학자 피터 갤리슨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올해 초에 넷플릭스에서 <블랙홀 - 사건의 지평면에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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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블랙홀이라는 문제를 자연철학의 화두로 삼아 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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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블랙홀을 가지고 실재론, 존재론 얘기를 하다가는 블랙홀에 빠질 것 같은데요?! ^^;; (농담입니다. ㅋㅋ)
예전에 블랙홀, 호킹 복사, 엔트로피 이런 얘기를 자연사랑님께서 설명해주신 적 있어요. 엔트로피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문제였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호킹 복사가 있다면 엔트로피가 계속 커져서 블랙홀이 소멸된다고 하는 것 같네요. 어떻게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벌써 결론이 나버렸는지 궁금합니다. 보조 세미나 때 시간이 남는다면 설명 부탁드려요. ^^
농담 재미있습니다. ^^ 블랙홀(검은 구멍)이라는 생각은 많은 상상을 자아내는 대상인 듯 합니다. 통계역학과 관련된 자연철학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7장 우주와 물질에서 이야기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