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입자란 무엇인가?
제가 구독하고 있는 웹진 중에 Quanta Magazine이라는 게 있는데, 물리학이나 수학의 전문적 주제들을 비교적 쉽게 풀어쓰면서 해설해 줍니다. 그 중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입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룬 글이 있습니다.
Natalie Wolchover (2020) What Is a Particle? (Quanta Magazine)
이 기사에는 일곱 가지 대답이 있습니다.
(1) 입자는 붕괴된 파동함수이다.
(2) 입자는 양자마당의 들뜬 상태이다.
(3) 입자는 푸앵카레 대칭변화군의 기약 표현이다.
(4) 입자에는 수 많은 층이 있다.
(5) 입자는 초끈의 떨림이다.
(6) 입자는 큐비트 바다의 뒤틀림이다.
(7) 입자는 검출장치에서 검출하는 그 무엇이다.
마지막 문장이 “‘We don’t know’ is the short answer.”여서 당혹스럽긴 합니다만, 이 일곱 가지 대답은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대답을 잘 추려낸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1) 입자는 붕괴된 파동함수이다.
이미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는 양자역학이 입자-파동 이중성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실체적인 입자나 파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건야기성향'으로서의 상태함수가 있을 뿐이라고 보고 있고, 이에 대해 상당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주류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입자-파동 이중성을 중심적인 개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입자는 단순하게 "한 곳에 오그라든 파동"일 뿐입니다.
위의 링크에 보면 이를 잘 보여주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관측하기 전에는 확률파동이 온 공간에 퍼져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 그 위치에 확률파동이 오그라드는데, 바로 그것이 입자라는 설명입니다. 이를 전통적으로 파동함수의 붕괴(collapse of wave function)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온 공간에 퍼져 있던 것이 갑자기 오그라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 뿐 아니라 그 과정이 사실상 찰나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이런 개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수학자 요한 폰노이만은 상태변화에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르는 매끄럽고 연속적이며 예측가능한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사영 또는 투사(projection)라 불리는 과정으로서 예측가능하지 않고 불연속적이며 이를 서술하는 방정식이 따로 없는 '변화'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공리 4]는 이 후자의 '변화'를 "상태전환"이라고 부르면서 "상태변화"와 구별하고 있습니다.
입자를 '붕괴'한 파동함수라고 대답하는 것은 실상 후건긍정의 오류입니다. 흔히 begging the question이라고 부르는데, 대답해야 할 문제를 그냥 대답의 맨 처음에 넣어 버리는 논리적 오류입니다. 지금 입자-파동 이중성이 무엇인지 몰라서, 또 그 중에서 입자가 무엇인지 몰라서 질문한 것인데, 그 대답을 입자-파동 이중성에서 찾고 있는 셈입니다.
(2) 입자는 양자마당의 들뜬 상태이다.
이것은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이라 부르는 물리학 영역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관념입니다. 장회익 선생님도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33-335쪽에서 "물고기 우화"라는 제목으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진 양자이론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이름은 양자마당이론(quantum field theory, QFT) 또는 양자장론입니다. 양자역학이 대상을 모두 일종의 질점으로 여기면서 양자이론의 형식체계를 만들어낸 것이라면, 양자마당이론은 처음부터 대상을 모두 일종의 마당(파동)으로 보고 형식체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온 우주에는 양자마당이 꽉 차 있습니다. 마치 데카르트가 상세하게 이야기하던 우주적 충만(플레눔, plenum)처럼 온 세상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바다와도 같은 이 양자마당이 가끔씩 들뜰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들뜸(excitation)은 물리학 용어로서, 바닥상태에 있던 것이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들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elementary excitation)이 바로 입자라는 관점입니다.
온 우주를 꽉 채우고 있는 양자마당(quantum field)에서 마디나 굴곡이나 뾰족점 같은 것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입자'라는 뜻입니다.
비유를 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깊은 바닷속에서 생겨나는 물방울 같은 것이 이런 기본 들뜸의 이미지로 흔히 이야기됩니다. 대중과학이나 쉽게 쓴 글에는 이런 이미지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 관념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래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짐 배것, 배지은 (2018) 물질의 탐구. 반니 [J. Baggott (2017) Mass]
약간 더 깊이 들어가 본다면, 아래 링크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정확하면서도 꽤 친절하게 양자마당이론에서 보는 입자의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Quantum Field Theory: What is a particle?
" target="_blank" rel="noopener">What Is A Particle? A Visual Explanation of Quantum Field Theory
(3) 입자는 푸앵카레 대칭변화군의 기약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수학자들이 좋아하는 것인데, 실제로 수리물리학의 기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외젠 위그너(위네르)의 개념입니다. 상대성이론에서 소위 상대성 또는 불변성 원리를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자연법칙(을 표현하는 방정식)은 어디에서 보든, 어느 방향으로 보든, 언제 보든, 또 움직이며 보든 항상 똑같아야 한다는 믿음이 바로 상대성원리 또는 불변성 원리입니다. 이 네 가지를 합하면 푸앵카레 대칭변환군이라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입자란 바로 그 네 가지 불변성을 구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겁니다.
이 말은 수학적이라서 어렵지만, 내용은 동의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입자가 무엇이든간에 네 가지 대칭성(불변성)을 구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을 언제 보든지, 어디에서 보든지,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움직이며 보든지 여하간 그것이 그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나타내면 푸앵카레 불변군의 기약표현이 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속성 persistence’이란 개념을 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내일 뜰 태양이 오늘 떴던 태양과 같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 논변입니다. 입자라는 개념은 이 지속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약'은 영어로 irreducible을 번역한 것인데, 예를 들어 기약분수(irreducible fraction)라는 용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6/8이나 2/4처럼 분모와 분자에 공약수가 있으면 약분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고 약분할 수 없는 분수를 기약분수라 합니다.
기약표현도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것을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4) 입자에는 수 많은 층이 있다.
현대 입자물리학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쿼크와 렙톤을 내세웁니다. 쿼크에는 여섯 가지 맛과 세 가지 색이 있고, 렙톤도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모두 모아서 "표준모형"이라 부릅니다. 널리 알려진 한국 출신 물리학자 이휘소(Benjamin W. Lee)도 이 표준모형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입자물리학자입니다.
이 접근에서는 그냥 입자를 동그라미나 예쁜 색깔이 칠해진 전통적인 원자 같은 것으로 그린 뒤에 추상적으로 여러 성질들을 지닌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입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설명하는 비디오가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도 Fermilab에서 제공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국 시카고 근방에 있는 페르미 연구소는 이휘소가 근무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Subatomic Stories: Introduction to Quarks and the Cosmos (Fermilab)
(5) 입자는 초끈의 떨림이다.
초끈 이론은 세상의 근본요소를 끈(string)으로 봅니다. 게다가 여기에 초대칭(supersymmetry)이 붙어서 초끈(superstr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끈의 진동 또는 떨림이 입자물리학에서 말하는 기본입자라는 게 초끈이론 전공자들의 주장입니다.
현재 알려진 초끈 이론은 다섯 가지가 있는데, 이를 모두 통합하는 M이론이라는 것이 곧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이란 이름으로 스스로 지칭하면서 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근본구성요소를 끊임없이 더 작은 것으로 이야기하면서 그 작은 것을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전형적인 환원주의(reductionism)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끈 이론은 그냥 하나의 수학이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초끈의 물리적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초월적인 개념을 만들어 놓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식이어서, 저는 이것이 요하네스 케플러 이전에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으로부터 이슬람 자연철학을 거쳐 르네상스 자연철학까지 면면히 계승된 "천구이론"과 비슷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천구는 결국 공간/우주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게 놓고 문제도 풀고 토론도 하고 다 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지금 우리는 천구라는 개념이 부적절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초끈이론은 천구이론보다 더 안 좋습니다. 천구이론은 관측된 결과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데 탁월했던 반면, 초끈이론은 관측과는 거의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6) 입자는 큐비트 바다의 뒤틀림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윌러가 1980년대에 "It from Bit"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상당히 관심을 모았습니다. 결국 물질이나 입자나 질량이란 것이 실상 '비트' 즉 0 아니면 1의 정보로부터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사변적이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원로 물리학자만이 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한 것입니다. 결국 입자도 일종의 정보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뒤로 양자정보라는 것이 점점 더 발전해서 이제는 상당히 큰 분야가 되었습니다. 양자정보이론에서는 비트가 아니라 양자정보의 단위로 큐비트(qubit, quantum bit)라는 것을 상정합니다. 고전적 비트가 0 아니면 1인 반면, 큐비트는 0과 1 사이의 모든 복소수값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사건야기성향"을 언급하시면서 "여기 있거나 없거나 하는 점유의 개념"이 나아니라 각 위치에서 "어느 정도씩 있을 수 있는가 확률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성향"을 강조하신 게 기억나실 겁니다. 큐비트는 바로 이 양자역학의 상태함수가 지니는 성향을 정보이론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큐비트를 이용하면 양자계산, 양자암호, 양자전송 등등에서 꽤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양자 기술(quantum techn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입자'라는 게 별 게 아니라 바로 그 큐비트들에서 나온 어떤 것이라고 말합니다.
(7) 입자는 검출장치에서 검출하는 그 무엇이다.
실험물리학자라면 앞에서 나온 대답들이 모두 맘에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입자의 본질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검출장치에 클릭되면서 뭔가 사진건판에 자국을 남기는 그것이 바로 입자라고 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소박한 관점 같은 느낌이 들지만, 캐나다의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개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실재한다고 말해도 좋다."라는 아주 명쾌한 주장을 펼칩니다. 전자가 정말 존재하는가 아닌가 논쟁이 오랫 동안 있었습니다. 해킹의 입장은 "전자를 흩뿌릴 수 있다면 그것은 실재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라는 겁니다. 브라운관이나 CRT의 전자 총에서 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쏠 수 있으니, 전자가 실재하냐 마냐 하는 논쟁은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일곱 가지 대답은 모두 입자물리학자의 대답입니다. 물리학 내의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물리학자라면 이 대답들에 불만을 가질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입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자격이 물리학자에게만 있는가 하는 것도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는 "입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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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제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물리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신간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출판일은 5월 10일로 되어 있는데, 이미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원서는 2020년에 나왔습니다.
짐 알칼릴리,김성훈 (2022).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원제 : The World According to Physics (2020).
이 책은 물리학 이야기인 것으로 보이지만, 원제 "물리학이 말해 주는 세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히려 물리학에 바탕을 둔 자연철학의 문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짐 알칼릴리는 양자생물학이라 부르는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하려 애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하간 이 책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 2장, 3장, 4장, 5장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관점과 접근방식은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수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습니다. 저자의 엄청난 글솜씨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덕분일 것입니다.
앗, 짐 알칼릴리의 양자생물학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앞부분을 조금 읽고 있는 중인데, 읽을 책이 한 권 더 생겼네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
본문 중에 링크를 달아 놓은 것을 댓글에도 옮겨옵니다.
짐 배것, 배지은 (2018) 물질의 탐구. 반니
[J. Baggott (2017) Mass: The quest to understand matter from Greek atoms to quantum fields. Oxford University Press.]
약간 더 깊이 들어가 본다면, 아래 링크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정확하면서도 꽤 친절하게 양자마당이론에서 보는 입자의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Quantum Field Theory: What is a particle?
" target="_blank" rel="noopener">What Is A Particle? A Visual Explanation of Quantum Field Theory
" target="_blank" rel="noopener">Subatomic Stories: Introduction to Quarks and the Cosmos (Fermilab)
설명 감사합니다. 쿼크나 렙톤 같은 입자가 최소단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입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의 하나였던 건가요? 사실 그 설명과 상태함수 개념은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궁금했거든요.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여기 정리해 놓은 글은 쿼크/렙톤에 대한 것이 아니라 Quanta Magazine이라는 웹진에 실린 글로서, 입자물리학자(즉 쿼크/렙톤이 최소단위라고 생각하는 물리학자)에게 "입자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돌려 얻은 일곱 가지의 대답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쿼크/렙톤은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당연히 기본입자의 최소단위입니다. 의견 중 하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게 주류의 견해로 정립되어 있고, 수없이 많은 실험으로 입증되어 왔습니다.
기본입자와 상태함수 개념의 연관은 위에 올린 글 "양자물리학에서 입자와 파동의 진짜 의미"에서 상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살펴보시고 질문 주시면 다시 대답을 올려보겠습니다.
아, 추천도서나 링크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포스팅 골라서 마킹했다가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제가 별도로 링크를 정리해야 하나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다니. 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리학계의 논의에 대해 이렇게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궁금했던 내용입니다. 모든 주장에 다 어느 정도 수긍되는 측면이 있네요. 물질이란 이렇게 보는 각도와 강조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내릴 수 밖에 없는 수수께기인가 봅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주장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만 보기 아깝네요. 얼른 책을 내셔야~
일곱번째만 유일하게 이해했습니다. 저는 입자는 질량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질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저희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정의상 “물질의 양”이 곧 ‘질량’이기 때문에, 이는 다시 “물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또 그 질문은 “입자란 무엇인가?”와 대동소이합니다. 돌고도는 셈입니다.
Quanta Magazine은 아주 전문적인 내용을 비교적 쉽게 풀어쓰고 있긴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어가기에는 여전히 테크니컬한 면이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그 글에서 다루는 내용을 쉽게 설명해 보려 했는데, 역부족인 모양입니다. 나중에 틈이 날 때 더 설명을 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물리학자라면 검출장치에서 검출되는 게 입자라는 설명에 만족할 수 있을 터인데, 자연철학자라면 다시 또 캐물을 것 같습니다. 검출장치에서 클릭 클릭 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정말 입자일까 하구요. 그리고 바로 그 대목의 핵심이 장회익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변별체입니다. 일반적인 용어로 모두 포괄하기 위해 사건야기성향, 사건유발능력, 변별체, 조우, 흔적 등의 용어를 쓰고 계시지만, 내용은 사실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즉 입자라는 것은 그 정체가 정확히 뭔지 몰라도 검출장치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성향입니다. 검출장치는 입자와 마주쳐서 흔적을 남길 수 있는(사건을 유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무엇입니다. 좋은 검출장치를 만드는 작업은 실험물리학자들의 창의성과 깊이 연관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흔적을 남기는가 아닌가 하는 것을 가지고 우리는 입자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자물리학이 주장하는 바는 당혹스럽습니다. 그 입자라는 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야구공 같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심지어 그 야구공조차 특정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기보다는 그 위치 근처에서 발견될 성향인 셈입니다. 이것이 양자물리학을 통해 고전적 궤도 개념 또는 결정론 또는 모더니즘이 깨지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혹시 IBM에서 원자를 가지고 만든 영화 " target="_blank" rel="noopener">A Boy And His Atom: The World's Smallest Movie를 보시면 조금 더 상상을 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