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에서 '입자' 또는 '대상'이란 무엇일까?
오늘 보조세미나에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핵심적인 질문이 나왔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입자는 무엇일까요? 존재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문제는 제 의견으로는 자연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의미심장한 질문이며, 과제입니다.
제가 무척 아끼는 논문집이 있는데, 바로 그 문제를 다룹니다.
Elena Castellani, ed. (1998). Interpreting Bodies: Classical and Quantum Objects in Modern Physics. Princeton University Press. https://amzn.to/3ra4NCs
Part I: Objects and Individuality
이 열 여섯 편의 주옥같은 논문들이 현대물리학에서 고전적 대상과 양자적 대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존재자라는 말은 영어로 entity의 번역어로 자주 사용됩니다. 전통적으로 실체(substantia), 실재(reality), 본질(essentia), 물자체(Ding-an-sich), 물질(matter), 존재(being) 등등 다양한 표현들이 있었는데, 각각 의미하는 바가 독특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entity라고 불러서 의미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있는 것'이란 의미라서 한자어로 적으면 '존재자(存在者)'쯤 되는 셈입니다.
재작년 3월에 제가 이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에 쓴 글 "존재자(ens)와 표현: 성분이라는 개념"에서도 존재자 이야기를 조금 썼습니다.
철학에서는 영어로 entity라 쓰거나 독일어로 Entität, 프랑스어로 entité라 쓰는 것을 '존재자'라고 번역합니다. 장회익 선생님은 '존재물'이라고 쓰시더군요. 이 말은 라틴어 ens의 번역어입니다. 가령 독일어 위키피디어에는 Entität가 대략 다음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1)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Seiendes)이나 구체적 또는 추상적인 대상을 의미하며, 상황에 따라, '물(物) Ding', 속성, 관계, 사태, 사건 등의 용어로 대치할 수 있다.중세유럽의 철학적 논변들 속에 "내가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근거"라든가 "이것이 저것과 다른 이유" 같은 문제를 끔찍할 정도로 깊이 이야기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가령 가톨릭 교회 미사 때 사제가 빵을 집어 신도에게 먹여줄 때 그 빵이 예수의 몸으로 변한다는 교리가 있습니다.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 이 교리를 논의할 때 이런 종류의 여러 개념들이 들어옵니다. 단순히 성체성사만이 아니라 삼위일체라는 개념에서 성부와 성자가 과연 동일본체(subtantia, οὐσία[우시아])인가를 놓고 격돌하기도 했습니다.
(2) 어떤 것이 현존재나 대상의 정체성에 대하여 필수적인 요소라는 의미에서 어떤 대상의 본질을 의미하며, 고전적인 실체 개념에 상응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Ousia
입자는 한자로 粒子 즉 곡식알갱이라는 뜻입니다. 영어의 particle, corpuscle 등이 해당합니다. 그냥 아주 작은 깨알이나 먼지 같은 느낌입니다. 뉴턴 이래의 고전역학에서는 부피는 없고 질량만 있는 점이란 의미로 '질점(point particle)'이란 개념을 늘상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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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구독하고 있는 웹진 중에 Quanta Magazine이라는 게 있는데, 물리학이나 수학의 전문적 주제들을 비교적 쉽게 풀어쓰면서 해설해 줍니다. 그 중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입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룬 글을 추천드립니다.
https://www.quantamagazine.org/what-is-a-particle-20201112/" target="_blank" rel="noopener"> Natalie Wolchover (2020) What Is a Particle? (Quanta Magazine)
궁금한데 차마 못 여쭤본 얘기들 질문해주시고 자세히 답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
그런데 과연 답이 되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대략 분위기로 봐서는 제가 이 자연철학 게시판에 쓰는 글이 많이 읽히지는 않는 느낌이 듭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보시리라 생각하고 제 자신이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사실 바로바로 다 읽고 이해하기는 (저로서는) 힘들지만, 막힐 때 찾아보면 정말 도움 돼요. 뤼얼, 진심입니다. ^^
우리 사이트에 검색 기능 있는 거 모르시는 분 계실 것 같은데요. 오른쪽 위에 '검색'이라는 글씨에 커서 올리거나 클릭하시면 검색하실 수 있어요.
자연철학게시판에서만 찾으시려면 맨 아래 검색 창에서 제목, 내용, 작성자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앗! 검색 기능이 있었군요! 까맣게 몰랐습니다. 저는 주로 글 목록 맨 아래에 있는 검색기능을 많이 사용했거든요. 오른쪽 위에 있는 [검색] 단추를 애용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된다니 정말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말도 못하게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부터 검색해 봅니다. ㅎㅎ
도움이 된다고 하시니 감사한 일입니다. 열심히 의무감을 가지고 자료들을 올리고 있지만, 과연 자연철학 세미나에 도움이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만 이야기가 오고가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거기에서는 단편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서 더 심화된 이야기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색해보니 입자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일곱가지 견해가 있다고 하는데 읽어보니 여전히 어렵습니다.
물리학에서 ‘실체(Reality)’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소개해주신 책에 실린 Max Born의 “Physical Reality’와 다음 논문도 읽어보고 싶은데 온라인으로는 첫페이지만 읽을 수 있네요.
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00963402.1958.11453877?journalCode=rbul20
일곱 가지나 되는 견해가 있다니 흥미롭습니다. 그 검색결과도 공유해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막스 보른의 논문을 읽어보시고 싶다니 반갑습니다. 그 논문을 첨부파일로 붙여 놓았습니다.
Max Born (1958) The Concept of Reality in Physic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14:8, 313-321, DOI: https://doi.org/10.1080/00963402.1958.11453877" target="_blank" rel="noopener">10.1080/00963402.1958.11453877
참고로 철학계에서는 Reality는 실재(實在)로 번역하고 실체(實體)는 Substance의 번역어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ubstance/" target="_blank" rel="noopener">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ubstance/
그렇긴 해도 실재나 실체나 존재나 다 유의어일 뿐인데, 철학하는 사람들이 괜히 개념을 복잡하게 꼬아 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자연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습니다.
첨부파일 : born1958_reality_in_physics.pdf
조금 엇나간 주제이긴 합니다만, 전통적으로 입자, 원자, 실재, 실체 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변화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스피노자-베르그손으로 이어지는 전통에서는 ‘있음’(Being)[실재(Reality), 실체(Substance)]보다 더 근원적인 개념으로 ‘됨’(Becoming)을 내세웠습니다.
자연철학에서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의외로 장회익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를 새삼 강조하시지는 않은 듯 합니다. 저는 이 ‘됨’ 쪽에 많이 경도되어 있습니다. 심학제6도 (6장)의 통계역학적 자연철학의 문제에서도 저는 자유에너지가 최소로 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관념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고 믿습니다.
벨기에의 화학자 일리아 프리고진은 자신의 저서 제목을 아예 <있음에서 됨으로(From Being to Becoming)>라고 짓기도 했고, 노벨상수락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앙리 베르그손의 자연철학적 사유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기실 이 문제는 상대성이론에서도 아주 심각하게 제기된 자연철학적 주제이기도 합니다.
참고: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pacetime-bebecome/" target="_blank" rel="noopener">Being and Becoming in Modern Physics (Stand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논문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Is time physical?’ 이라는 질문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물리학에서 다루는 ‘reality’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링크해주신 두가지 소스도 제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입자에 대한 일곱가지 견해는 Quantamagazine 기사와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Quanta Magazine 기사를 보셨었군요. 제가 따로 나름대로 설명의 글을 올려두었는데, 일곱 번째만 이해가 간다고 하시니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 글이 상당히 테크니컬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1936년에 발표한 “물리학과 실재”라는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장회익 선생님도 인용하고 계시죠. 제가 그 글의 원문을 올려 놓은 게 있습니다.
““물리학과 실재 (알버트 아인슈타인 1936년)”
아인슈타인이 1936년 발표한 논문 "물리학과 실재"의 파일을 올려둡니다. 길긴 하지만, 차분하게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관점과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첨부파일 : einstein1936_physics_reality.pdf
막스 보른의 논문 "물리적 실재" 파일도 올려 놓습니다.
Max Born, Physical Reality, The Philosophical Quarterly, Volume 3, Issue 11, April 1953, Pages 139–149, https://doi.org/10.2307/2216882"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doi.org/10.2307/2216882
첨부파일 : born1953_physical_reality_PQ.pdf
감사합니다.
위의 웹진 글의 핵심을 요약하여 올려 놓은 글이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입자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