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던데, 겨울 옷을 움켜쥔 채로 ...
이번 주, 본 세미나 시간에는 양자역학을 시작하는데, 저는 아직도 상대성 이론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밑의 장문의 정리 글을 보니, 자연사랑 님도 마찮가지시네요 ^^) 봄이 와도 겨울의 정서를 간직하는 시인 모냥! 아니 계절이 다른가요? 첫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어도, 가을의 단풍과 낙엽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수필가일까요? 가을 시를 뒤늦게 짓고서 퇴고에 골몰하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얼음도 얼고 눈도 왔겠지요. 뭐가 됐든 시절에 뒤지고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걸 골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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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사다리 설명으로 상대속도를 풀어내고, 아인슈타인의 접근방법과 다르게 허수를 사용하는 4차원 공간으로, 그리고 고유시간을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저의 의문의 출발은 고유시간의 그래프였습니다.
책 p.173. 그림 3-2.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
그래서 이해를 위해 이리저리 그래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반대방향의 상대속도 문제도 생각해 보고 있구요...)
잘 보시면, p.174 의 식 (3-10) 과 앞쪽의 그림 3-2 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식의 결론은 tau 0 < tau 즉, 고유시간이 관측한 시간보다 짧습니다.
그림에서는 직각 삼각형이 있고, 빗변인 tau 0 가 밑변인 tau 보다 당연히 더 깁니다.
왜 그림에는 더 길었던 것이, 이런저런 계산을 했더니 더 짧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걸까요?
무슨 계산을 어떻게 하면 결론이 저리 바뀔까요?
p.173 의 맨 마지막 줄에 " <그림 3-2> 직각 삼각형 OPQ 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적용하면 ... "
아~!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문제구나.
그런데,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학교 때 배우고, 이미 고대 그리스부터 (수학사에선 고대 바빌론과 고대 이집트나 고대 중국에서도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써 왔던 것인데요?
대담에선 더 엄청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 그림 2에서는 t 가 t0 보다 짧지. tau 와 tau 0 에는 i가 들어 있어서 제곱을 하면 마이너스(−)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제 시간 간격은 짧은 것(t)이 더 긴 거예요. 그걸 감안해야 돼요."
제곱을 해서 음수가 된다면 그때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적용할 수 있는 건가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성립하는 정리이며, 이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유클리드 평면의 (구부러지지 않았지요) 특징입니다. 즉, 공간이 구부러졌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그럼 민코프스키 공간이라던데, 그건 얼마나 다른가요?
민코프스키 공간에서 어떻게 거리를 재길래 저런 황당한 결론이 나오는 걸까요?
Minkowski Metric 라던데, 위키의 항목에는 그림도 거의 없고, 설명이 아니라 더 어려운 얘기만 줄줄 늘어 놓습니다.
이리 저리 그림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려 볼수록 괴상망칙한 공간이네요.
좌표축의 각도가 오그라드는 걸로만 아셨나요?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 거리로 들어가면... ㅠㅠ
일단 하나만 올려보겠습니다.
관측자의 위치를 처음에는 원점으로 잡지요.
그럼 관측자로부터 거리가 0 인 곳은 어디일까요? 보통은 없습니다. 자기로부터 거리가 0 이면 자기 뿐이여야 하지요.
그런데 그림의 파란선, 하늘색 선, 모두 광속일 때의 세계선 입니다. (기울기 1, -1 인 직선, 이젠 광속의 세계선은 익숙하시지요?)
저 광속의 세계선의 모든 점은, 원점과의 거리가 0 입니다 !!
이게 무슨 소리냐면, (0,0) 에서 (1,1) 까지도 0, 그리고 (0,0)에서 (10억, 10억) 까지도 0 입니다. (-1조, -1조) 에서 (100경, 100경) 까지도 0 구요.
어찌보면 관측자의 초기 위치가 전 우주로 빛의 속도로 퍼져가는 것입니다.
(또는 한 점을 사방으로 찢어 늘려간 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뭐 보기 나름이니까요. 이것에 대한 표준 해석은 아직 없나 봅니다)
복소평면과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복소평면에서 원점부터의 거리를 잴 때, 허수부분을 빼고 (!) 제곱을 합니다.
(x, y) -> x+iy. |x+iy| = root (x^2 + y^2) 그래서 복소평면에서도 원점부터의 거리는 절대로 음수가 될 수가 없습니다 !
그런데 Minkowski Metirc 에선 허수부의 i 를 그대로 넣습니다 !
그러니 거리가 마이너스도 나옵니다 !!
한 점부터의 거리가 일정한 점의 모음이 원이라고 배웁니다. 이 정의는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온 것인데, 한 점 위에 컴파스를 찍고서 원하는 거리만큼 컴퍼스의 다리를 벌려서 실제로 원을 그리는 걸 그대로 (수학적으로 어렵게 다듬어서 ^^) 정의로 만들었습니다.
원점에서 거리 1인 보라색 원이 있습니다. 물론 유클리드 평면의 얘기지요.
그러면 Minkowski 공간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쌍곡선이라는 좌우로 한없이 뻗어가는 곡선이 4개나 나왔습니다 !
한 점을 대각선으로 사방으로 늘려 버렸으니, 원도 그렇게 늘려졌다거나, 찍어졌다거나 ... 이런가 봅니다.
앞에서의 사다리 때의 그림과 이 거리 그림을 어떻게 함께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그려가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고생하기 아쉬워서 괜히 그림을 올려봤습니다 ^^)
그럼 맨 처음으로 가서, 어쨋든 책의 그림과 식과 설명은 서로 딱 어울려 맞아 떨어진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생각할 수록 혼란만 주는 것 같네요. (설마 이것도 저 혼자만 혼란을 겪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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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몸풀기 모임에선 4차원 속도벡터에 대해서, 네번째 성분에 에너지 항이 들어간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4차원 속도를 구할 때, 고유시간으로 미분하는데, 왜 그런지 여전히 이상합니다.
대담에서는 대상이 하나 일 때, 관측자가 여럿이면 기준을 어떻게 세우겠나, 그래서 관측자와 무관한 시간이 고유시간이라서 ... 라고 하셨다던데,
그러면 관측자 혼자이고, 볼 대상이 여럿이면, (천문학에서 이런 상황이지요) 대상마다의 고유시간을 일일히 계산으로 구해서,
그걸로 미분을 해서 4차원 속도 벡터를 구하라는 것인데, 이게 더 이상합니다.
(천문학의 비유를 무리하게 끌고 가면, 우리가 이미 여러 외계인과 연락을 해서 서로의 관측값을 비교하는 시대라면 대담의 설명이 맞겠습니다만 ... 오 ! 이미 외계인 여럿과 연락하시고 계신가요?? )
좌표로 봐도 혼란이 있는데, 앞의 x,y,z, 는 관측자가 잰 좌표값인데, 그걸 관측자의 시간이 아니라, 대상의 시간인 고유시간으로 나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관측자의 좌표는 관측자의 시간으로 나누고, 대상의 좌표는 대상의 고유시간으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왜 이리 섞어 쓸까요??
그러면 반대로 대상의 잰 좌표값을 관측자의 시간으로 나누면 뭐가 나올까요? (이러면 시험문제 채점에선 빵점 ! 이겠지요? 아, 0 이 나올라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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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mc^2 역시 파고들면 어렵습니다.
설명하는 식으로 보면, 사실은 등식이 안됩니다.
E > mc^2 이지요. (뒤에 다른 항들이 무한히 이어져 있습니다. 거듭제곱으로 커지기에, 결국 0 으로 수렴하지만요.)
상세한 유도 설명에선 '거의 같다' 가 흔히 알려진 E=mc^2 으로, '같다' 가 되고, 나중에는 '질량-에너지 보존법칙' 이 됩니다.
등식과 근사식을 이렇게 섞어쓰는 것이, 저는 너무도 거북합니다 !!
(수학에서 증명에 대한 강박 관념을 깊게 주입받은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수론이나 수치해석이나 통계에서 추정에서나, 처음엔 사소해 보이는 차이도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는 걸 자주 강조합니다.) 친구끼리거나 좀 편히 말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이런 전개를 한다면, 저거 순 엉터리잖아 ! 그래서 모든 홀수가 솟수라는 거야? (수학과의 농담입니다, 물리학에선 홀수면 솟수라고 한다더라는).
그런데 입자가속기에서 광속에 아주 가깝게 가속하고, 그래서 충돌시켜서 충돌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뀌고, 궤적을 추적하고 ... 이럴 때는 저런 단순한 식을 그냥 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E=mc^2 도 상대론적 질량처럼, 편의상 말하는 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속도가 클수록 뒤에 무시한 항들이 커집니다. 상대론적 질량과 유사한 상황 같네요.)
아, 이것도 자연사랑님의 글이 있네요.
운동질량, 상대론적 질량, 정지질량https://greenacademy.re.kr/%EC%9E%90%EC%97%B0%EC%B2%A0%ED%95%99-%EC%84%B8%EB%AF%B8%EB%82%98?pageid=35&mod=document&uid=77
역시 어려워서, 찬찬히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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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겨울아, 겨울아, 책의 상대성 이론 설명에서 뭐가 제일 어렵니?"
"훗~! 양자역학에 비하면 새발의 피랍니다. 일단 겹실틈이라고 있는데요, 그게 이렇게 볼 때랑 저렇게 볼 때가 틀리고, 한 눈을 뜨고 볼 때와 고개를 돌렸다 볼 때가 다르구요 ... 그것만이 아니라 ..."
"아니, 잠깐만 ! 물리법칙은 어디서나 다 똑 같다던데, 왜 그런 일이 생겨? 이거 또 실험 잘못한 거야?"
"많이들 해봐도 그렇대요. 그리고 그렇게 다 다른게 물리법칙이라니까요!"
"그래? 당장 며칠 뒤에 진도가 양자역학인데 뭘 보면 되지?"
"어... 확률은 대충 아시죠? 그러면 복소수 기반의 Fourier Transformation 부터 파보시고 나면, 따져봐야 할 공리가 겨우 4개 뿐이 없거든요 ... "
< 쨍그랑~!!> (이렇게 책의 운동량이 충격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P.S. 양자역학에서 Fourier Transform 으로 맞공간을 찾아내어 연결되듯이, 상대론에 FT 을 적용하면 무엇이 나올까요? 설마, 숙제가 나오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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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리한 지적을 하셨네요. 시공간 도표와 같은 기하학적 표현의 장점은 뭔가 직관적으로 알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기하학적 방식으로는 정확한 계산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시간 늦어짐은 시간을 허수화한 유클리드 공간에서든 쌍곡함수를 이용하는 민코프스키 공간이든 그림으로만 보면 모두 시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변공선이란 것을 지정하여 시간의 길이를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수적 방식이 훨씬 더 정확하죠.
참고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4장에 나오는 푸리에 변환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론적인 푸리에 변환입니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함께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상 민코프스키 도표를 이용하여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계산하는 과정은 상당히 헷갈리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아래 링크에 있는 글이 아주 잘 쓰여 있습니다.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Minkowski space-time diagram in the special relativity
와, 그림이 아주 많은, 상세한 글 같네요. 어찌 이런 걸 다 찾으시는지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