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와 일반상대성이론의 고유시간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자이면서도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조예가 깊습니다. 어제 제가 소개해 드린 존 노턴이라는 물리철학자가 속해 있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물리학과와 과학사-과학철학과 둘 다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로벨리가 말하는 고유시간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더 확장된 개념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고유시간은 움직이는 좌표계들(세계선)이 많이 있을 때 관찰자 또는 서술자가 동승한 좌표계(세계선)에서 측정하게 될 시간입니다. 따라서 동승한 모든 관찰자에게 공통된 고유시간은 시간좌표나 공간좌표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제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로 하자면, 물리법칙이 똑같다는 특수상대성원리의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1) 언제(즉 시간좌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2) 어디(즉 공간좌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3) 어느 방향인가(즉 공간축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4) 멈춰 있는지 아니면 일정한 속도로 반듯하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로렌츠 상대성)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이 네 가지 요건에 맞는 고유시간을 항상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고유시간은 좌표시간과 달리 4차원 벡터의 한 성분이 아니라 크기만을 갖는 스칼라이자 불변량입니다. 그러나 시간좌표나 공간좌표에 따라 고유시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4)에 관련된 고유시간만 달라집니다. 그래서 $t_0 = t \sqrt{1-\frac{v^2}{c^2}}$과 같이 좌표계(세계선) 사이의 상대속력 $v$에 따라서만 달라질 뿐입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고유시간이 언제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모두 달라집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허용되는 세계선은 직선뿐이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광속보다 작다면 모든 곡선이 다 세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고유시간은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유아론적인 개념이 되어 버립니다. 하나의 세계선에 하나의 고유시간이 대응합니다. 물체를 어제 이곳에서 오늘 저곳으로 옮겼다고 할 때, 그 옮기는 궤적과 속도와 가속도에 따라 제각기 고유시간이 정의됩니다. 문자 그대로 ‘고유한’ 시간이 되어 버립니다. 조금 복잡해지지만, 속도가 변해서 시간의 함수로 주어진다면 고유시간은 $$t_0 =\int \sqrt{1- \frac{1}{c^2} \left(\frac{d \vec{x}}{dt}\right)^2 } dt$$와 같이 적분형태로 정의되고, 시간좌표, 공간좌표, 상대속력, 가속도, 궤적의 모양 등에 따라 제각기 달라집니다. 만일 블랙홀이나 질량이 큰 물체 주변처럼 시간과 공간이 휘어 있다면 $$t_0 =\int \sqrt{ - g_{\mu\nu} \frac{dx^\mu}{d\lambda} \frac{d x^\nu}{d\lambda} } d\lambda$$와 같이 거리함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산 위에 있는 시간과 산 밑의 시간이 달라지고, 지구 자전방향과 그 반대방향에서 시간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GPS에서 실용적으로 적용됩니다.
로벨리는 더 과격한 생각까지 제시합니다. 고리양자중력이론(Loop Quantum Gravity, LQG)이라는 것을 리 스몰린, 아바이 아슈테카 등과 함께 1980년대에 만들었는데, 그 이론에 바탕을 두고 아예 시간이란 것이 근본적인 개념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도출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는 온건하게 L'ordine del tempo (시간의 질서)[영어 번역판도 The Order of Time]라고 제목을 달아놓은 책을 번역자인 이중원 선생님이 아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고 해 버렸습니다.
본세미나에서 로벨리의 고유시간 개념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는 것이 아주 유익할 것 같습니다. 이중원 선생님도 계시니 더 깊은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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