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과 시공간의 존재론, 특히 현재주의의 위기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주장을 따라 4차원 시공간을 받아들이는 것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음 속에서는 여하간 시간과 공간이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세계선입니다. 이것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느끼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개념도구 역할을 합니다. 지금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면서 머리 속에서 시간축(실수이든 허수이든) 방향으로 차원을 확장해 봅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듯이 보이는 책상 위 펜의 세계선도 시간축 방향으로 쭉 뻗은 직선이고, 책상 위에서 위치를 변경하고 있는 파리의 세계선도 시간축과 공간축의 두 방향 또는 네 방향으로 뻗은 직선입니다. 속도가 달라진다면 세계선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됩니다.
The Einstein-Minkowski Spacetime: Introducing the Light Cone
http://visualrelativity.com/LIGHTCONE/minkowski.html
이 세계선 개념과 시공간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아주 좋은 자료가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존 노턴의 강연자료입니다.
Einstein for Everyone (HPS 0410) [John D. Norton]
https://sites.pitt.edu/~jdnorton/teaching/HPS_0410/chapters/spacetime/terminology.svg
https://sites.pitt.edu/~jdnorton/teaching/HPS_0410/chapters/spacetime/
이제 이 4차원 시공간 안에서 모든 운동은 세계선과 일대일 대응합니다. 여기에는 변화란 것이 애초에 없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우주가 하나의 벽돌(블록)과 같이 주어집니다.
이 이야기를 두서 없이 쓴 글이 아래 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철학자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상대성이론이 등장하여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시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새로운 관념이 실험이나 이론을 통해 확인된 올바른 과학이론임을 인정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송두리째 버려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관념과 그에 대한 논의는 자연과학의 주장에서 단순하게 유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시간-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관념은 자연과학과 모순되지 않도록 추가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며, 심지어 자연과학과 충돌하더라도 존재론적 관념을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특히 시간의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온 맥태거트의 A이론과 B이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더 적어보겠습니다. 그보다는 과거-현재-미래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현재주의-영원주의 논쟁이 여기에서는 더 핵심적입니다. 그에 대해 쓴 글이 아래 링크의 글입니다.
현재주의 vs 영원주의, 3차원주의 vs 4차원주의 (#299)
직관적으로 보면 현재주의--3차원주의--이동지속론은 상대성이론의 등장과 더불어 큰 타격을 받은 듯 합니다. 이에 비해 영원주의--4차원주의--연장지속론은 상대성이론 덕분에 상당히 지지세력이 넓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Saunders, S. (2002). How Relativity Contradicts Presentism. Royal Institute of Philosophy Supplement, 50, 277-292. doi: https://doi.org/10.1017/S1358246100010602
Balashov Yu & Janssen M (2003) “ Presentism and Relativity” British Journal for Philosophy of Science 54 (2): 327-346. DOI:10.1093/BJPS/54.2.327
Jason Turner, (2020). Why Special Relativity is a Problem for the A-Theory, The Philosophical Quarterly, Volume 70, Issue 279, April 2020, Pages 385–406, https://doi.org/10.1093/pq/pqz051
그러나 시간-공간의 존재론 문제는 자연과학이 최종적인 답을 준다기보다는 자연과학의 최신 결과와 충돌하지 않게 덧붙여지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리학 이론에서 어떤 새로운 주장을 하고 그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동등하지 않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상대성이론을 통해 종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현재주의--이동지속론을 상대성이론과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Read, J., Qureshi-Hurst, E. (2021). Getting tense about relativity. Synthese 198, 8103–8125. https://doi.org/10.1007/s11229-020-02560-z
Craig Bourne (2006). A Future for Presentism.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acprof:oso/9780199212804.001.0001
이런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가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의 최신 성과를 통해 어떻게 더 확장되고 넓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겠습니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장회익 선생님의 새 자연철학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함축이자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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