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세미나10회 상대성이론 질문 - 힘도 결국 질량인가?
질문 및 토론
상대성이론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01-20 15:56
조회
5194
새자연철학세미나 10회 상대성이론 2 - 질문입니다. (황승미)
질문 : 힘도 결국 질량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질량으로 힘도 에너지도 다 설명이 되는가?
지난 6회 세미나(고전역학 1)에서 힘이 떨어져서 작동하는가, 접해야 작동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뉴턴은 중력 개념을 이용하여 '떨어져서 작용하는 힘'을 설명했고, 데카르트는 물체들이 붙어 있어야 힘이 작용한다고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오히려 이제 데카르트의 얘기로 돌아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저는 이해했는데요. 그러면 결국 힘도 질량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질량으로 힘도 에너지(E=mc^2)도 다 설명이 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뉴턴 이전에는 서로 힘을 받는 두 물체가 서로 붙어서 충돌해야만 힘을 주고 받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사실 많은 경우에 물체들이 서로 연결이 돼야 힘이 전달되지만, 중력같은 것은 물체가 떨어져있어도 힘을 받으니까 데카르트의 경우에는 그것을 얘기하지 못했다.
뉴턴은 떨어져 있어도 힘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한 것이다. 그 가정이 틀렸냐 맞았냐 우리가 논쟁할 건 없다. 그렇게 하면 다 설명이 돈다. 그러니까 이 보편 중력 법칙을 가정하면 다 설명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하면 그것보다 더 기본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첫 번째 근사의 첫 항에 그게 나온다. 일차적인 근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뉴턴의 식에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중력으로 설명 못 하는 것까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 (중략)
그리고 물체들이 줄에 달려 있거나 뭔가에 연결이 돼 있어야만 힘이 작용한다, 이런 것도 우리의 상상이다. 자연이 그렇지 않다 그러면 끝이다. 멀리 있는 것에 서로 영향을 못 미칠 이유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마찬가지로 왜 반드시 연결돼있어야만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도 물을 수 있다. 둘 다 일종의 관념이다.
반드시 연결이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떨어져있는 대상들이 서로 힘을 주고 받는 것이 이상하지만, 꼭 붙어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연결돼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뉴턴은 후자였다. 데카르트는 항상 맞물려서 힘을 받는 걸로 봤기 때문에, 떨어져서 힘을 주고 받는다는 주장을 못마땅하다고 비판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데카르트에 더 가까운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래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뉴턴이 좀 적절하게 이해를 못 했다, 그 말은 옳다. 그 이전에 그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어느 쪽 말이 옳다 그르다 판정할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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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중요하면서도 무척 어려운 질문을 던지셨네요. 힘의 근원을 찾는 것은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으로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모든 자연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아마 neomay3님의 질문에서 ‘힘’은 ‘중력’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물리학자들은 힘의 원천에 대해 손쉽게 말합니다. 여러 가지 현상적인 힘들이 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모든 힘들은 네 가지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 그것이죠. 그리고 각각 그 힘을 만들어내는 원천(source)이 있습니다. 중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질량과 에너지이고, 전자기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하와 전류입니다. 약한 핵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전자기력과 비슷한 모양새로 만들어진 이론에서 ‘약한 초전하’라 부르는 것이 됩니다. 강한 핵력은 조금 더 복잡한 역사와 논쟁이 있지만, 여하간 지금 정립된 이론에 따르면 ‘색(color)’이라 부르는 것이 원천입니다. 이 색은 세 가지가 있어서 이 이론을 $SU(3)_C$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C’가 바로 ‘색’입니다. 물론 이 ‘색’은 우리에게 익숙한 색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휘소의 이름도 연결되어 있고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와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압두스 살람의 이름으로 흔히 소개되는 이론은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 안에서 설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여기에다 강한 핵력까지 포함하는 더 통합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론물리학자의 꿈인데, 이런 종류의 접근들을 대략 ‘대통일 이론(Grand Unified Theory, GUT)’이라 부릅니다. 여러 가지 이론들이 경합하고 있지만, 아직은 천하통일까지는 가지 못했고, 단지 ‘표준 모형’이라 부르는 것이 정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력이 고스란히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중력의 원천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중력의 원천을 질량, 즉 물질의 양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의 동어반복에 가까운 정의입니다. 모든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데, 그 물질의 양에 비례하여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가 정해진다는 식이니까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중력과 같은 힘의 원천이 물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텅 빈 주장인 셈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힘의 원천에 대한 사유로 데카르트가 아니라 루크레티우스의 자연철학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계보를 잇는 자연철학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스티븐 그린블랫의 책 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가 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he_Swerve 참조)
중력이 좀 너무하네요. ^^; 설명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통일 이론과 대통합 이론(인가?)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대통합 이론이 TOE(Theory of Everything)인가요? 중력까지 더해지면 TOE가 되나요?
그런데 왜 합하려고 하는 걸까요? 합하면 뭔가 설명이 더 깔끔하게 잘 되나요? (질문을 막 던져서 죄송합니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TOE = GUT + 중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관점, 하나의 이론, 하나의 라그랑지안(특성함수)으로부터 모든 것을 유도하겠다는 희망은, 거슬러 올라가면 케플러-뉴턴에서 달 아래 세계의 물리학과 달 위 세계의 천문학을 하나의 통합된 관점과 이론과 전제로부터 이해하려 했던 전통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냥 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성립하는 원리와 규칙과 법칙에 따라 굴러간다고 말하는 대신, 모두가 하나의 보편적인 원리와 규칙과 법칙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면 훨씬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진 느낌을 갖게 되니까요. 이것이 논리실증주의 계보의 통합과학의 이념이었습니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하간 보편적인 원리를 추구하는 것은 철학의 근본적인 추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20여년 간 공감하고 따라가는 접근인 복잡계 패러다임에서는 그런 보편성의 추구가 과연 온당한가에 대해 의심을 합니다. 각자의 영역, 각자의 분야, 각자의 사례에는 각자의 법칙과 원리가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 대략 환원주의 패러다임에 반대쪽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종종 다원주의 패러다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온전한 앎을 위해서는 여하간 더 근본적인 원리로부터 모든 것이 도출되는 게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는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더 깊이 이야기하고 토론할 주제일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해하는 맥락에서 장회익 선생님은 아무래도 물리학의 접근을 더 신뢰하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비환원주의가 더 옳은 접근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생명의 문제는 물리학과 별개로 이해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원론이나 생기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서 어렵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복잡계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환원주의 패러다임과 반대된다는 건 전혀 몰랐네요. 최무영선생님 책에 복잡계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잘 읽어봐야겠어요.
복잡계 패러다임이란 말이 종종 사용되긴 하지만, 그 실체가 아주 선명한 것은 아닙니다. 통계물리학이나 비선형 동역학을 여러 영역으로 확장한 복잡계 이론이 있지만,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에드가 모랭이 1990년대에 '복잡계 패러다임'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반향이 크지 않습니다. 컴퓨터 과학에서는 복잡성 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또 다른 맥락에서 매우 큰 분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철학의 관점에서 복잡계 패러다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Ladyman, J., Lambert, J. & Wiesner, K. What is a complex system?. Euro Jnl Phil Sci 3, 33–67 (2013). https://doi.org/10.1007/s13194-012-0056-8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2013년 노벨물리학상이 캐나다의 프랑수아 엉글레르와 영국의 피터 힉즈에게 돌아갔습니다.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13
이 업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힘(더 정확하게는 상호작용)’의 대칭성이 깨짐으로서 질량이 생겨난다는 개념을 이론으로 만든 것에 있습니다. 196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표준적으로는 브라우트-엉글레르-힉즈(BEH) 메커니즘이라 부릅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5장 우주뫄 물질에 이 ‘힉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험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어도 오랫 동안 질량의 기원으로 널리 공인되어 왔는데, 2012년에 그 직접적인 결과가 실험으로 확인됨으로써 명실 공히 입자 질량의 표준적인 메커니즘으로 확립되었습니다.
요컨대, 약간 과장하면, 질량이 힘에서 나온다는 관념인 셈입니다.
첨부파일 : popular-physicsprize2013-1.pdf
아... 힉스도 있었네요. 질량이 어려운 게 당연한 거였어요...
$E=mc^2$이라는 공식은 상대성이론을 오해하게 만든 악명 높은 공식입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글 “운동질량, 상대론적 질량, 정지질량”에서 이 부분을 해명하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에너지’란 개념은 실상 ‘힘’이란 개념과 거의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악명 높은 공식이 말해 주는 것은 질량이 힘에서 나오며, 질량에서 힘이 나온다는 관념이기도 합니다. 핵물리학이라 부르는 전문분야에서는 아예 질량을 여러 가지 에너지들의 합으로 표현하는 “질량의 경험 공식(semi-empirical mass formula)”이란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