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바로가기
메뉴
  • 환경
    • 환경 뉴스
    • 환경 칼럼
  • 에너지전환
    • 에너지전환 뉴스
    • 에너지전환 칼럼
  • 과학·학술
    • 과학·학술 뉴스
    • 과학·학술 칼럼
    • 지속가능성 개념어 사전
  • 장회익의 자연철학
    •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
    • 책
    • 논문
    • 칼럼, 강의, 강연
  • 공부모임
    • 녹색문명공부모임
    • 새 자연철학 세미나
  • 게시판
    • 새 자연철학세미나 게시판
    • 녹색문명공부모임 게시판
    • 녹색 책/영화클럽 게시판
    • 뉴스레터
  • 일정
  • Log In
    • Register
  • 검색
  • 환경
    • 환경 뉴스
    • 환경 칼럼
  • 에너지전환
    • 에너지전환 뉴스
    • 에너지전환 칼럼
  • 과학·학술
    • 과학·학술 뉴스
    • 과학·학술 칼럼
    • 지속가능성 개념어 사전
  • 장회익의 자연철학
    •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
    • 책
    • 논문
    • 칼럼, 강의, 강연
  • 공부모임
    • 녹색문명공부모임
    • 새 자연철학 세미나
  • 게시판
    • 새 자연철학세미나 게시판
    • 녹색문명공부모임 게시판
    • 녹색 책/영화클럽 게시판
    • 뉴스레터
  • 일정
  • Log In
    • Register

녹색아카데미

더 나은 앎으로 푸른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의 공부모임

새 자연철학 세미나

아인슈타인과 광속일정의 가정

자료
상대성이론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2-01-18 09:49
조회
4780

김진우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1. 아인슈타인이 사리에 잘 맞지 않지만 광속 불변을 가정하고 밀어부쳤다는 것인데 아인슈타인은 왜 광속 불변을 가정할 수 있었을까요? 당시에 다른 사람들은 광속의 불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이 광속의 불변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도출된 것인지, 처음부터 어떤 이유로 광속은 불변할 수밖에 없다는 어떤 직감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물리학과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했는데, 그 세 가지 관점에서 저의 의견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자연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1905년의 아인슈타인 자신은 잘 몰랐지만, 1907년의 헤르만 민코프스키가 말한 것처럼, 결국 시간과 공간이 별개가 아니라 4차원 시공간의 한 부분이고, 시간만 또는 공간만 따로 떼 놓은 것은 4차원 시공간 연속체의 그림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광속이 관찰자와 무관한 보편상수가 됩니다. 

$c=299,792,458$m/s이라는 숫자는 비단 광속 즉 빛의 속력이 아니라, 시간 구조와 공간 구조가 만나서 시공간 구조를 이룰 때 필연적인 변환인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더 적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두 번째 물리학사의 관점에서는 조금 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번 세미나에서 제가 소개드린 것처럼 19세기말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광속 일정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1898년 무렵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시간의 척도”라는 제목의 논문(보통의 논문보다는 훨씬 길긴 합니다만)에서 이 문제를 세세하게 다루었습니다. 그 근거는 광속을 정확히 측정하려는 여러 시도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H. Poincaré (1898). "La mesure du temps." Revue de Métaphysique et de Morale 6 (1):1-13.

1882년 무렵 미국의 물리학자 알버트 마이컬슨이 광속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대단히 정교한 간섭계를 고안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던진 공의 속도를 기차 밖에서 보면 기차의 속도가 더해져야 하므로, 광속 값을 정확하게 측정할 때 지구의 운동 특히 지구의 공전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킬로미터 정도이고 광속은 대략 초속 30만 킬로미터이므로 지구 공전이 미치는 효과는 아주 미약하지만, 마이컬슨이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마이컬슨 간섭계는 이 미약한 효과를 검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구 공전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1880년대와 1890년대에 가장 잘 나가던 물리학자들이 해결하여 애쓴 문제였습니다.

https://en.m.wikipedia.org/wiki/Michelson–Morley_experiment 

프랑스에서도 피조 등이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광속에서 지구의 공전 효과를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푸앵카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가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모든 관찰자에게 언제나 똑같다고 가정하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아인슈타인이 1902-1905년 무렵에 푸앵카레의 저서의 독일어 번역본을 가지고 올림피아 아카데미에서 상세하게 토론했었기 때문에, 여하간 푸앵카레의 주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리라는 것이 과학사학자들의 믿음입니다. 

나중의 회고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아우구스트 푀플이라는 라이프치히 대학의 물리학자가 쓴 “맥스웰의 전기이론 입문”이라는 책을 아주 촘촘하게 공부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움직이는 전하의 전기역학”입니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과 거의 같습니다. 푀플은 이 마지막 장에서 지구 공전이 광속의 값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던 실험이 실패했음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아직 그 해결책이 안 나왔다고 쓰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책으로부터 자신이 해결해야 할 연구문제를 얻었다는 것이 과학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세 번째 과학철학의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거리가 있습니다. 과학 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가설연역적 방법이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개별적인 실험 결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귀납적 추론을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이 가설에서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시험 상황을 실제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그 가설이 옳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와 같은 ‘표준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과학철학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과학적 방법의 모형은 귀추법(abduction)입니다. 이것은 셜로 홈즈가 사건의 실마리로부터 이전의 상황을 추론해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흔히 “최선의 설명을 위한 추론(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n, IBE)”이라고도 합니다. 이에 따르면 가설을 세우는 과정은 주의 깊고 조심스러운 귀납적 추론이 아니라 과감하게 그냥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출발점으로 삼아 얼마나 설명력이 높은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귀추적 추론을 통해, 과감하게 광속 일정을 가정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길이도 시간도 상대적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또 동시라는 것도 상대적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에는 도플러 효과도 상대적임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 논문의 뒷부분으로 가면 이 과감한 가설을 전자기학으로 가져갑니다. 애초에 논문의 동기가 움직이는 물체(전하)의 전기역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과학철학의 관점에서는 마이컬슨의 광속 실험이 아니라 전자기학에서 나타나는 전기와 자기의 비대칭성이 아인슈타인이 해결하려던 문제였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대담에 상세하게 나오지만, 단순화시켜 조금 더 말해 보겠습니다. 정지한 전하는 전기장을 만들어내고 움직이는 전하(즉 전류)는 자기장을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기차 안에 정지해 있는 전하를 기차 밖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요? 기차 안의 사람은 전기장을 볼 것이고 기차 밖의 사람은 자기장을 볼 겁니다. 그러면 누가 옳은 걸까요?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정은 여하간 전기장과 자기장이 만들어내는 전자기파, 즉 빛의 속력이 누가 관측해도 일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정하고 나면 위의 상황에서 기차 안의 사람도 옳고 기차 밖의 사람도 옳다는 깔끔한 결과가 도출됩니다. 

즉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인슈타인이 광속일정을 가정한 것은 무슨 신비한 천재적 직관을 갖고 있었거나 그것을 확신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일단 귀추법적으로 가정을 해 보니 전자기학의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하는 생각과 조금 다른 것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이를 실험으로 확인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더 선호한 것은 이론내적인 문제, 얼마나 깔끔하고 ‘아름답게’ 이론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단순성이라고도 말합니다. 토머스 쿤은 이런 아인슈타인의 태도가 패러다임의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패러다임은 문제의 해결과정이 아닙니다. 그 밑에 암묵적으로 깔려 있는 존재론적 가정, 인식론적 전제,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 가치(가령 단순성, 아름다움, 효율성) 등을 가리킵니다. 

아인슈타인이 왜 이론의 깔끔함이나 대칭성이나 단순성을 신봉했는지는 또 다른 과학심리학적 문제입니다. 다만 광속일정을 가정한 것이 그의 세계관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체 13

  • 김진우 김진우
    2022-01-19 21:42

    이 글을 이제서 보았는데 정말 대단한 설명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2-01-20 13:49

      고맙습니다. 시인처럼님은 제 글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답글 달아주시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Stella Stella
    2023-03-21 09:30

    저도 늘 그렇듯이 잘 읽었습니다. 저는 장회익 선생님의 글도, 김재영 선생님의 글도 항상 가지런하고 단정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하고, 군더더기 없이 잘 설명해 주십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재영님은 조금 더 폭넓게 다양한 얘기들을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이런저런 교양 과학서에서 단편적으로만 설명 듣던 것을 훨씬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로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맥스웰의 이론의 정합성을 지키기 위해 특수상대성 이론을 고민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지만 맥스웰 책의 소제목과 아인슈타인 논문의 제목이 이렇게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참, 그리고 지난번 ‘그리드’를 읽으면서도 제가 전기의 성질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는 문외한인지를 새삼 느낀 적이 있는데, 전자기장의 성질을 다루는 교양과학서가 있다면 좀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만일 교양서가 없다면 너무 두껍지 않은 텍스트도 괜챦습니다.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3-08-29 15:28

      제가 올린 글에 혼동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맥스웰 책의 소제목과 1905년 아인슈타인 논문의 제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물리학자/전기공학자 아우구스트 푀플(https://de.wikipedia.org/wiki/August_F%C3%B6ppl" target="_blank" rel="noopener">August Föppl)이 쓴 Einführung in die Maxwellsche Theorie der Elektrizität (Leipzig 1894)의 마지막 장 제목이 "움직이는 전하의 전기동역학"이고,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입니다.

      푀플의 이야기를 아인슈타인이 표절한 것은 아닙니다. 푀플은 그 마지막 장에서 움직이는 전하의 전기동역학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해결이 안 되었으니 독자들 중에 똑똑한 사람이 해결해 보라는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책을 열심히 공부한 뒤 그 마지막 장에 있는 문제를 자기 나름대로 매우 독창적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그게 어느 정도 독창적인가 하면, 당시 내로라하는 저명한 물리학자들, 즉 헨드릭 안톤 로렌츠, 막스 플랑크, 앨버트 마이컬슨 등등 아무도 그런 과감하고 도발적인 풀이를 내놓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3-08-29 15:33

      전자기장의 성질을 다루는 교양과학서를 추천해 달라고 하셨는데, 어쩌면 아래 책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곽영직 (2021). http://aladin.kr/p/qyanK" target="_blank" rel="noopener">이제라도! 전기 문명. 세로북스.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저자의 책은 몇 권 가지고 있고, 물리학자로서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좋은 능력을 지닌 분입니다.


  • 시지프스 시지프스
    2022-01-18 13:18

    (지금껏 보거나 들은 중에 ) 가장 잘 정리된 광속일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 감사합니다 !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2-01-18 22:51

      고맙습니다. 급하게 쓴 글이라 세세한 부분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미나에서 더 이야기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양준 양준
    2023-03-21 00:23

    이렇게 수많은 좋은 글들을 써놓으시는데 볼 만한 눈이 없어 스스로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정지한 전하는 전기장을 만들어내고 움직이는 전하(즉 전류)는 자기장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움직이는 전류가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정지한 전하가 전기장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추가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3-03-24 16:20

      전기라는 용어와 개념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대그리스에도 탈레스가 먼지가 호박(琥珀)에 붙는 현상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호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엘렉트론'에서 따와서 électricité라는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영어로는 electricity라 번역되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19세기에 여러 물리학자들이 설명을 제시했는데, 뉴턴의 보편중력(만유인력)이 질량과 질량이 끌어당기는 힘인 것처럼, 전기력도 전하(電荷 프랑스어로 charge électrique, 영어로 electric charge)와 전하가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이후 전기력이 공간 속에 퍼져 있다는 개념을 마이클 패러데이가 제안하고, 이를 field라 불렀습니다. 한국어로는 마당(場)이라 하는데, 전기와 관련된 마당(장)이 바로 전기장 또는 전기마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장을 만드는 것이 전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18세기에 자석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전하와 마찬가지로 자하(磁荷 charge magnétique, magnetic charge)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대신 앙페르 등이 자기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류임을 주장하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하게 됩니다.

      도식화하면 전하가 전기장을 만들고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는 것이 전자기학의 기본 주장입니다.

      문제는 열차 안에 있는 전하 주변에 어떤 마당(장)이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열차 안에 있는 사람은 전기장이라고 대답할 테고 열차 밖에 있는 사람이 볼 때에는 열차 안의 전하는 움직이고 있으므로 전류로 보이며, 따라서 자기장이라도 대답할 것입니다. 이 두 대답이 충돌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 주된 과제입니다.


      • 양준 양준
        2023-03-24 18:28

        오. 바쁘실텐데 이렇게 친절한 답변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는 듯 하네요. 제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뉴턴의 보편중력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하 사이의 힘 때문에 전하는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는 것이고 주변에 어떤 물체든 공기든 무엇이 있던간에 전하간 힘 때문에 주변의 저항과 상관없이 전기장이 있다는 것이 전제된 것으로 이해가 되네요. 일단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위에 선생님의 게시글의 내용이 저같은 문외한도 이해하도록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주신 좋은 글인지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다시한번 숙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추신)마이클 페러데이는 어떻게 전하라는 낱개 개념을 상상했으며 또 전기력 공식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또 그대로 대입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올라오네요. 암튼 물리학은 천재들의 놀이터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3-03-26 15:14

          저야말로 좋은 질문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리학이 천재들이 하는 일이라는 관념에 대해서는 과학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항상 경계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과학의 역사에서 '천재'라는 관념은 대체로 신화화되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봅니다. 역사에 이름이 남은 사람들이 당대에 뭔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하는 것도 있고 더 노력한 것도 있고 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여하간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떤 천재적 영감으로 무엇인가를 해 낸 것은 결코 아니라고 믿습니다.

          마침 마이클 패러데이(https://en.wikipedia.org/wiki/Michael_Faraday" target="_blank" rel="noopener">Michael Faraday 1791-1867)의 이름이 거론되니까, 패러데이의 삶을 조금 소개할까 합니다. 패러데이는 가난한 프롤레타리아트 집안에 태어나서 학교교육이라고는 두 주 또는 두 달(사료에 따라 다릅니다) 정도 다니면서 영어를 간신히 읽는 것만 배웠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14살부터는 지역의 제본공장에 견습공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7년 정도 일을 했는데, 자신이 제본하는 책들을 죄다 읽을 정도로 배움에 열망이 있었습니다.

          제본공장 단골 한 명이 런던 왕립연구소 공개강연 입장권을 선물한 덕분에 패러데이는 런던 왕립연구소 교수였던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을 듣게 됩니다. 그 강연은 부르조아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정장 차림으로 마차를 타고 가서 즐기는 일종의 과학 콘서트였습니다. 소일거리로 그 강연을 '구경'했던 다른 부르조와 계급의 사람들과 달리, 패러데이는 그 강연을 통해 자연철학을 공부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데이비에게 정성들인 편지를 보냅니다. 런던에 있는 과학박물관에서 패러데이가 직접 작성하여 제본까지 해서 데이비에게 보낸 강의노트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데이비는 이 열정이 넘치는 가난하고 배운 것이 없는 청년을 왕립연구소에 보조로 채용했고, 그 뒤 이 청년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성실함과 정열을 가지고 연구소 일을 해 나갔습니다.

          패러데이는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어는 물론이거니와 수학에 대해 완전히 까막눈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패러데이는 뉴턴의 자연철학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으며, 나아가 수학적으로 대충 얼버무리면서 전기와 자기의 현상을 설명하는 척 하던 당대의 교수들이나 학자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전기력을 수식으로 나타내고 보편중력(만유인력)의 수식에 대입한다거나 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위의 글에서 혼동되게 쓴 것 같은데, 수학을 이용하여 뉴턴의 중력법칙과 전기력 또는 자기력의 법칙을 유사한 것으로 보고 여러 실험을 하거나 이론을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프랑스 사람들입니다. 오귀스트 쿨롱, 앙드레-마리 앙페르, 장-바티스트 비오, 펠리스 사바르 등이 그런 사람입니다.)

          패러데이는 바로 그래서 전기력선과 자기력선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을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패러데이가 코일과 자석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내자 빅토리아 여왕인가 아니면 무슨 고위급 관료가 연구소에 찾아와서 "전기라는 게 무슨 쓸모가 있나요?"라고 묻자, 패러데이가 "아기는 무슨 쓸모가 있나요?"라고 반문하고, "아기가 태어날 때 쓸모가 따로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듯, 전기라는 것도 그냥 태어난 것"이라면서 "어쩌면 영국정부가 이 전기를 독점하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21세기까지도 현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가 다름 아니라 전기라는 점, 쉽게 말해 A.I.니 뭐니 해도 결국 모두가 전기로 작동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현대 문명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두 달도 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 덕분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 양준 양준
            2023-03-27 10:35

            과학과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강의를 들은 듯 싶습니다. 이런 관점이 과학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새롭기도 합니다.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명문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3-03-24 18:05

      전기장 또는 전기마당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전기력선입니다. 가령 아래 그림과 같은 것이 전기장의 모습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출처: https://onheaven.co.in/2021/02/04/electric-field-lines/"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onheaven.co.in

      Positive-Charge-2.jpg


« 시간의 철학 컴패니언
쌍둥이의 역설이 다시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
목록보기 답글쓰기
글수정 글삭제
전체 709
  • 전체
  • 자료
  • 질문 및 토론
  • 모임 정리
  • 공지사항
  • 세미나 운영
  • 전체
  • 앎의 바탕 구도
  • 고전역학
  • 상대성이론
  • 양자역학
  • 통계역학
  • 우주와 물질
  • 생명
  • 주체와 객체
  • 앎
  • 온전한 앎
  • 자연철학 일반
  • 전자기학
  • 기타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심학십도 그림 자료
녹색아카데미 | 2025.04.28 | 추천 1 | 조회 1034
녹색아카데미 2025.04.28 1 1034
공지사항
2025 <양자역학 이해 강독모임> 계획
녹색아카데미 | 2025.04.23 | 추천 0 | 조회 1163
녹색아카데미 2025.04.23 0 1163
공지사항
3기 새 자연철학 세미나 상세 계획
시인처럼 | 2024.09.12 | 추천 0 | 조회 4148
시인처럼 2024.09.12 0 4148
공지사항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5)
neomay33 | 2023.04.20 | 추천 3 | 조회 13781
neomay33 2023.04.20 3 13781
공지사항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6611
시인처럼 2022.12.22 3 16611
공지사항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13215
시인처럼 2022.03.07 0 13215
693
New [자료] 빛에 대한 존재론적 논의
자연사랑 | 20:56 | 추천 0 | 조회 1
자연사랑 20:56 0 1
692
[자료] 빛 입자 또는 빛에 대한 물리학적 논의
자연사랑 | 2025.05.15 | 추천 0 | 조회 32
자연사랑 2025.05.15 0 32
691
빛 입자에 대한 의문.. (4)
PSY | 2025.05.12 | 추천 0 | 조회 84
PSY 2025.05.12 0 84
690
겹실틈 실험, 양자역학 해석의 검증과 실험의 확인 (3)
시지프스 | 2025.05.12 | 추천 2 | 조회 89
시지프스 2025.05.12 2 89
689
[자료]『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책과 세미나(2023년) 정리 노트 (1)
neomay33 | 2025.05.10 | 추천 0 | 조회 143
neomay33 2025.05.10 0 143
688
[질문/토론] 온도가 크게 올라가면, U≦TS가 되어 F<0이 되는 경우가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8 | 추천 1 | 조회 749
자연사랑 2025.04.18 1 749
687
[나의 질문] 최우석 - '선택의 여지' 그리고 '앎과 실재' (5)
시인처럼 | 2025.04.14 | 추천 0 | 조회 615
시인처럼 2025.04.14 0 615
686
[질문/토론] 대상 물체의 현재 온도가 낮을수록 △S의 값이 크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자연사랑 | 2025.04.14 | 추천 1 | 조회 485
자연사랑 2025.04.14 1 485
685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범심론 (9)
유동나무 | 2025.03.30 | 추천 2 | 조회 450
유동나무 2025.03.30 2 450
684
[질문] 앎의 세 모드(역학 모드, 서술 모드, 의식 모드)와 포퍼의 세 세계
자연사랑 | 2025.03.24 | 추천 0 | 조회 379
자연사랑 2025.03.24 0 379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
  • 마지막
글쓰기
Powered by KBoard

게시판 글

최신글 내가 쓴 글
N [자료] 빛에 대한 존재론적 논의
20:56
[자료] 빛 입자 또는 빛에 대한 물리학적 논의
2025.05.15
빛 입자에 대한 의문.. (4)
2025.05.12
겹실틈 실험, 양자역학 해석의 검증과 실험의 확인 (3)
2025.05.12
[자료]『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책과 세미나(2023년) 정리 노트 (1)
2025.05.10
로그인 해주세요.

게시판 댓글

최신댓글 내가 쓴 댓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9쪽에 언급된 "추가적 관측을 겹실틈 바로 뒤에서가 아니라 식별 스크린 바로 앞에서 수행하는 실험"을 더 정교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의견에는 이미 기존의 겹실틈 실험 특히 위에 인용한 Bach et al. (2013)에서 어느 정도는 이미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험의 에너지 규모를 조절하여 방출되는 전자가 하나씩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서, 스크린 바로 앞에서 전자의 위치를 관측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면, 실제로 스크린 바로 앞에서 아주 약하게 전자의 위치를 관측하는 실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첨부한 그림은 Bach et al. (2013) 실험의 보충자료에 있는 실험세팅입니다.
2025.05.15
"겹실틈 실험의 실제 실험과 올바른 해석"(https://bit.ly/3ZeRBNv)에 인용한 Bach et al. (2013)의 실험은 겹실틈을 만든 뒤 가림막을 만들어 이동시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실틈에 대해 (1) 둘 다 닫힌 경우 (2) 첫 번째 실틈만 열린 경우 (3) 두 실틈 모두 열린 경우 (4) 두 번째 실틈만 열린 경우 (5) 다시 두 실틈 모두 닫힌 경우에 차례로 스크린에 찍히는 점들의 분포를 보여줍니다. Bach, R. et al. (2013) Controlled double-slit electron diffraction.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367-2630/15/3/033018 "In 1965, Richard Feynman presented a thought experiment to show these features. Here we demonstrate the full realization of his famous thought experiment. By placing a movable mask in front of a double-slit to control the transmission through the individual slits, probability distributions for single- and double-slit arrangements were observed. Also, by recording single electron detection events diffracting through a double-slit, a diffraction pattern was built up from individual events." 리처드 파인만이 1965년에 이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그냥 사고실험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실험해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위에 인용한 실험도 발표된 지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2025.05.15
불편을 드려서 죄송해요. 최근 정비에 들어가서 짬짬이 홈페이지에 불필요한 파일들을 덜어내고 있어요. 여유를 좀 확보해서 편하게 이용하시도록 해볼께요. 참, 당분간 게시판 글에 첨부되었던 파일과 사진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용량 확보 작업을 하면서 일부 파일들을 옮겨두어서 그런 건데요, 소실된 것 아니고 잠시 옮겨두어서 그런 거니 당분간의 의도된 에러라는 점 양해해주세요~.
2025.05.13
^^;; 꼭 필요한 문서는 첨부하셔야지요. 책 원문 파일은 용량이 커서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링크를 달면 좋은데 그게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러네요. 양해 부탁드려요. ㅎㅎ;;;
2025.05.12
전화, 라디오, TV 등에 사용되는 전자기파는 매질이 없어도 존재하는 파동입니다. 파동이 항상 '무엇인가'의 파동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엇인가'를 파동의 매질이라 부릅니다. 매질이 없어도 파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2015년에 처음 검출된 중력파도 매질 없이 존재하는 파동입니다. 빛의 파동도 매질 없이 존재합니다. 19세기에는 빛의 매질을 '에테르'라고 부르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대략 1905년 아인슈타인의 논문 이후로는 빛의 매질로 여겨졌던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류의 이론입니다.
2025.05.12
로그인 해주세요.

Upcoming Events

5월 19
6:00 오전 - 7:00 오전 KST

책새벽 – 월. 시즌6 : 『침묵의 봄』 4회

5월 20
9:00 오후 - 10:00 오후 KST

책밤-화-과학 : 칼 포퍼 『추측과 논박 1』 – 15회

5월 20
10:30 오후 - 11:30 오후 KST

책밤-화-문학-시즌6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 게르망트 쪽 1』 (22회)

5월 21
6:00 오전 - 7:00 오전 KST

책새벽 – 수 : 칼 세이건 『Cosmos』 – 19회

달력보기

카테고리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공개그룹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공개그룹

Copyright © 2025 녹색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

Codilight 테마 제작자 FameThe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