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철학 컴패니언
시간의 철학은 정말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복잡하고 따져봐야 할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근본적이고 또 대단히 궁금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자연철학은 전통적으로 언제나 시간의 문제를 깊이 다루어 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과 중세 이슬람 자연철학이 그러하고, 자연철학이 17세기 무렵 근대자연과학으로 옮겨가던 시절에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19세기에 자연철학이 사실상 모두 전문적인 자연과학으로 변화할 때에도 시간의 다양한 문제는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시간의 문제가 전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은 20세기 초에 등장한 상대성이론 때문이었습니다.
19세기가 20세기로 옮겨갈 무렵에 대단히 중요한 화두와 핵심어 중 하나가 바로 시간과 공간이었습니다.
* 스티븐 컨 지음, 박성관 옮김 (2004).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 휴머니스트.
특히 영어권에서 전개된 분석철학의 전통에서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였습니다. 2013년에 출간된 공저 <시간의 철학 컴패니언>은 6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시간의 철학에 속한 32편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각각의 글은 기존 연구의 요약과 정리와 개관이 담긴 종설(리뷰)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요 주제를 잘 정리해서 '컴패니언(companion)'이란 이름으로 편집하여 출간하는 작업이 대단히 유익합니다. 컴패니언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의 동반자이자 벗의 역할을 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볼 수 있고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한 첫 번째 디딤돌이 되어 줍니다.
* Heather Dyke and Adrian Bardon (eds.), A Companion to the Philosophy of Time. Wiley-Blackwell. 2013. (https://www.doi.org/10.1002/9781118522097)
이 컴패니언의 목차를 보면 시간 철학의 전체적인 흐름과 여러 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1부는 시간의 철학이 고대 그리스로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어 왔는가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제2부는 시간을 물리적 세계에 속한 것으로 보는 여러 관점들을 정리하고 있고, 제3부는 이와 달리 시간이 사람의 경험이라고 보는 여러 관점들과 관련 주제들을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제1부 시간철학의 역사
1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2 제논의 역설
3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과 변화
4 스토아 철학의 결정론, 운명론, 자유
5 중세 철학의 창조와 영원
6 뉴턴의 시간철학
7 고전 경험론
8 칸트와 시간질서 관념론
9 후설과 시간성의 현상학
10 새로운 종류의 시간 이론들의 출현
11 20세기의 B이론
제2부 물리세계의 특징으로서의 시간
12 고전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의 시간
13 우주론의 시간
14 양자물리학의 시간
15 양자중력의 시간
16 물리학에서 시간의 화살
17 시간과 인과
18 시간여행과 타임머신
19 시간의 경과
20 시간과 시제
21 현재주의, 영원주의, 자라나는 블록우주
22 시간에 대한 변화와 동일성
제3부 사람이 경험하는 시간
23 시간의 지각
24 초월론적 논변과 시간 경험
25 기억
26 마음 속의 시간
27 행위자에 나타나는 시간의 표상
28 시간 지표
29 시간 - 감정적 비대칭성
30 시간 경험의 진화론적 설명
31 시간과 자유
32 시간과 도덕성
Part I The History of the Philosophy of Time
1 Heraclitus and Parmenides (Ronald C. Hoy)
2 Zeno's Paradoxes (Niko Strobach)
3 Aristotle on Time and Change (Andrea Falcon)
4 Determinism, Fatalism, and Freedom in Stoic Philosophy (Ricardo Salles)
5 Creation and Eternity in Medieval Philosophy (Jon McGinnis)
6 Newton's Philosophy of Time (Eric Schliesser)
7 Classical Empiricism (Lorne Falkenstein)
8 Kant and Time-Order Idealism (Andrew Brook)
9 Husserl and the Phenomenology of Temporality (Shaun Gallagher)
10 The Emergence of a New Family of Theories of Time (John Bigelow)
11 The B-Theory in the Twentieth Century (M. Joshua Mozersky)
Part II Time as a Feature of the Physical World
12 Time in Classical and Relativistic Physics (Gordon Belot)
13 Time in Cosmology (Chris Smeenk)
14 On Time in Quantum Physics (Jeremy Butterfield)
15 Time in Quantum Gravity (Nick Huggett, Tiziana Vistarini, and Christian Wüthrich)
16 The Arrow of Time in Physics (David Wallace)
17 Time and Causation (Mathias Frisch)
18 Time Travel and Time Machines (Douglas Kutach)
19 The Passage of Time (Simon Prosser)
20 Time and Tense (Heather Dyke)
21 Presentism, Eternalism, and the Growing Block (Kristie Miller)
22 Change and Identity over Time (Dana Lynne Goswick)
Part III Time as a Feature of Human Experience
23 The Perception of Time (Barry Dainton)
24 Transcendental Arguments and Temporal Experience (Georges Dicker)
25 Memory (Jordi Fernández)
26 Time in Mind (Julian Kiverstein and Valtteri Arstila)
27 The Representation of Time in Agency (Holly Andersen)
28 Temporal Indexicals (John Perry)
29 Time – The Emotional Asymmetry (Caspar Hare)
30 Evolutionary Explanations of Temporal Experience (Heather Dyke and James Maclaurin)
31 Time and Freedom (Robin Le Poidevin)
32 Time and Morality (Krister Byk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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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하고 싶으나 읽기는 불가능할 것 같은 책이네요. 번역이 있어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한 독서력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리뷰논문 모음집이라서 필요할 경우에 찾아서 발췌독을 하기에 적합한 일종의 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값도 매우 비싼 편이라서 굳이 소장하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제가 이 책의 pdf 파일을 첨부해 놓았으니까 필요할 때 검색해서 한번 살펴보시는 용도로 쓰셔도 좋겠습니다.
검색해봐도 파인만의 시간역행은 없네요. 시간에 대한 물리학을 많이 담았는데, 이 내용은 없으니, 아직 그저 의심스런 가설에 불과하나요? ( 파인만의 '빛은 직진하지 않는다' 와 '양전자는 전자의 시간역행이다' 를, 양자역학 때 꼭 물어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
이 논문집의 16장이 시간의 화살이란 제목으로 시간역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17장도 살짝 역향인과(즉 원인보다 결과가 더 먼저일 수 있다는 생각)과 연결됩니다.
반입자가 시간역전된 입자라는 생각을 처음 펼친 것은 스위스의 매우 독창적인 물리학자 슈티켈베르크(https://link.springer.com/book/10.1007/978-3-7643-8878-2" target="_blank" rel="noopener">E.C.G. Stueckelberg)였습니다. 파인만은 그의 아이디어를 더 체계화시켰을 뿐입니다. 현대 입자물리학에서는 이미 표준적인 개념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가설이 아닌 것이죠. 양자마당이론(양자장론)의 계산도구로 널리 사용되는 파인만 도표에서는 반입자가 진행하는 선을 입자 진행선의 반대 방향으로 표시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ntiparticle#Feynman%E2%80%93Stueckelberg_interpretation"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en.wikipedia.org/wiki/Antiparticle#Feynman%E2%80%93Stueckelberg_interpretation
물론 슈티켈베르크-파인만 해석은 존재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여하간 의심스런 가설의 단계는 한참 전에 넘어선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