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5. 시간과 공간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빅뱅 이전은 어떠했을까?
6.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가능한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nothing)’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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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과 공간에 대하여 가장 권위 있는 대답을 제시하는 것은 물리학자입니다. 특히 초끈이론이라든가 양자중력이론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책을 저술하는 물리학자로 브라이언 그린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주로 의존하는 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여 풀어낸 것이 소위 빅뱅 우주론이고 이와 관련된 자연철학적 논의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6장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에 있습니다.
시간-공간의 문제가 왜 우주의 문제로 연결되는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이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이 애초에 중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이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결국 중력이 시공간의 곡률이라는 전혀 새로운 관념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뉴턴 역학의 문제에서도 이야기된 것처럼 중력은 우주 전체의 모습을 말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힘입니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1916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발표한 이듬해에 바로 이 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참조: https://doi.org/10.1002/3527608958.ch10 )
그리고 이 이론을 곧이곧대로 우주에 적용한 사람이 바로 벨기에의 가톨릭 사제이자 물리학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였습니다. 이는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통해 팽창하는 우주라는 황당하리만치 새로운 관념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는 우주의 팽창이 가속팽창이라는 증거가 속속 발견됩니다. 즉 우주는 다시 쪼그라들지 않고 영원히 팽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카메라를 뒤로 돌리듯이, 이를 시간 뒤로 돌려 보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는 점점 쪼그라들 것이고 언젠가는 한 점으로 축소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빅뱅(Big Bang)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만을 생각한다면, 이 빅뱅이라는 것은 우주의 시작이며, 시간과 공간의 시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뱅 이전"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형용모순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시작" 내지 "맨 처음"을 말하고 있는데, "그 시작 이전"이나 "맨 처음보다 더 먼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세미나에서 최영진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신 화담 서경덕의 선천세계론이 이와 비슷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서경덕의 사상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최영진 선생님의 말씀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검색해 보니 '담일청허’(湛一淸虛)의 기(氣)로 조선에 학자가 있음을 알려라! - 유학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기철학을 수립한 서경덕이란 글이 잡힙니다. 이 글에 "[서경덕은 선천과 후천이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 태허가 곧 기고 기가 곧 태허라는 점을 강조한다.(理氣說) 허(虛)가 그 자체로 기(氣)라는 말은, 허무의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던 기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太虛說) 이기(理氣)의 미묘한 관계를 아는 자라면 기에 시작과 끝이 없으며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다른 원인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화담은 이것을 “기 바깥에 이가 없다(氣外無理)”라고 표현했다.(理氣說)"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아리송하긴 하지만, 선천과 후천이 시공간과 어떻게 연결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애초에 성리학적 자연철학에서 빅뱅과 같은 시작점을 상정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요즘 말하는 우주의 진화입니다.
(출처: https://pdg.lbl.gov/ )
우주의 시간적 전개에 대해서는 가령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짧은 영상이 유용합니다.
Origins of the Universe 101 | National Geographic (" target="_blank" rel="noopener">" target="_blank" rel="noopener"> )
위에서 빅뱅이라는 개념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여 만든 상대론적 우주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는데, 일반상대성이론이 최종적인 이론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세계를 다루는 양자이론이 있고, 아주 작은 빅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둘이 만나야 하는데, 소위 '양자중력이론'은 아직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이 없습니다. 초끈 이론(superstring theeory)이 대표적인 후보선수이지만, 최근 20년 사이에 고리양자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LQG)이 상당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21년 12월 20일에 유튜브에 올라온 초끈 이론과 고리양자중력 이론의 대담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초끈 이론 연구자인 데이비드 그로스와 고리양자중력 이론을 만든 주역 중 하나인 카를로 로벨리의 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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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그로스는 200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초끈 이론의 대표주자라고 하는 것은 약간 어폐가 있지만, 지금 가장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위튼의 지도교수였고, 본인도 초끈 이론을 열심히 연구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고리양자중력 이론(LQG)는 초끈 이론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이론들에서는 심지어 빅뱅 이전에 대한 이야기도 과감하게 꺼내고 계산하고 주장합니다. 아직은 사변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평행 우주나 막 우주 같은 이야기에서는 우주 전체가 일종의 막 같은 것이고 이 막이 꿈틀거리다가 부딪히는 순간에 빅뱅이 일어나며, 이런 빅뱅은 단 한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브라이언 그린의 다큐멘터리 " target="_blank" rel="noopener"> 에서도 그런 말을 합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자신의 저서를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나레이션도 맡은 시리즈가 유명합니다.
What is Space (Fabric of the Cosmos) NOVA (" target="_blank" rel="noopener"> )
문제는 이와 같은 물리학자들의 대중과학 판본들을 어느 정도나 신뢰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NOVA와 같은 뛰어난 그래픽과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는 마치 우주의 비밀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과연 이러한 물리학자의 대답이 최종적이거나 가장 큰 권위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인식론적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해하는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은 간접적으로라도 물리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논리 전개과정을 조금이나마 따라가 보고 직접 판단하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마음을 열어 놓는다면, 지금 매우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이 우주에 대한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빅뱅 우주론과 이를 넘어서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이 유일한 대답은 아닐 것입니다.
여하간 5번 질문과 6번 질문은 제6장에서 다시 또 다루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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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울림을 주며, 공감이 되는 말씀을 주셨네요 !
"... 그러나 저는 과연 이러한 물리학자의 대답이 최종적이거나 가장 큰 권위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 조금 더 마음을 열어 놓는다면, 지금 매우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이 우주에 대한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빅뱅 우주론과 이를 넘어서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이 유일한 대답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