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에서 수학적 표현이 꼭 필요할까요?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1-12-29 19:48
조회
2235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 강의에는 다른 책들과 달리 수식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보통의 물리학 책이나 특히 대학원 수준이나 연구자를 위해 쓴 책들에 비하면 수식의 양은 매우 적습니다.
"과학을 잊은 철학"의 어쩌면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이 수식, 즉 수학적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생명과학과 비교하면 물리과학에서는 이러한 수학적 표현이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학이란 것 자체는 자연철학과는 별개로 발전해 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히 물리과학에서 수학적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습니다.
1959년 5월 뉴욕대학(NYU)에서 열린 리하르트 쿠랑 강연에 외진 위그너가 초청을 받았는데, 강연 제목이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납득할 수 없는 효율성(The Unreasonable Effectiveness of Mathematics in the Natural Sciences)"이었습니다.
Wigner, E. P. (1960). "The unreasonable effectiveness of mathematics in the natural sciences. Richard Courant lecture in mathematical sciences delivered at New York University, May 11, 1959". Communications on Pure and Applied Mathematics. 13: 1–14. https://doi.org/10.1002/cpa.3160130102
독일 출신의 수학자 리하르트 쿠랑(Richard Courant 1888-1972)은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다비트 힐버트의 조교로 수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1924년에 힐버트와 공저로 <수리물리학의 방법 (Methoden der mathematischen Physik)>이란 교과서를 냈는데, 이 책은 이후 이 분야의 표준이자 고전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습니다. 특히 1926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한 형식체계인 파동역학을 발표할 때 이 책을 폭넓게 인용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크게 활용했습니다. 유대인이었던 쿠랑은 1933년에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서 1936년부터 뉴욕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수리물리학자 외진 위그너(헝가리어로는 비녜르 예뇌 팔, Eugene Wigner, Wigner Jenő Pál, 1902-1995)는 원자물리학에서의 대칭성 원리를 밝힌 공로로 196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핵분열을 비롯하여 여러 영역의 물리학에서 업적을 세웠지만, 특히 수학과 물리학의 만남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위그너가 바로 뉴욕 대학에서 리하르트 쿠랑을 기리기 위해 만든 강연에 초청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오랫 동안 수학적인 물리학을 연구해 온 위그너는 수학이 자연과학에서 왜 그렇게 효율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의외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의 기본 언어가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지? 이 논문에 나오는 이 기호가 뭐지?"
통계학자가 대답합니다.
"그건 파이($\pi$)야."
"그게 무슨 의미야?"
"원의 원주길이와 지름의 비이지."
"자네 농담이 좀 지나치구만. 인구 추이와 원주의 길이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이야기야?"
아마 그 논문에는 통계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규분포의 식이 있었을 겁니다.

이 식에는 원주율 $\pi$가 들어 있습니다.
1980년에 미국의 응용수학자 리처드 해밍이 이 문제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위그너의 질문에 대해 부분적인 대답 몇 개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Hamming, R. W. (1980). "The Unreasonable Effectiveness of Mathematics". The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87 (2): 81–90.
2011년에 물리학자 롤랑 옴네스가 Foundation of Physics에 낸 논문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Roland Omnès (2011). "Wigner’s “Unreasonable Effectiveness of Mathematics”, Revisited" 41(11): 172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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