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비틀즈=뉴턴 역학:비틀즈의 음악?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1-12-10 23:48
조회
1526

영화 <예스터데이>를 본 지 꽤 됐는데요. 고전역학과 물리학, 자연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뉴턴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하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음악을 하는 성공 못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전세계인의 머리 속과 모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서 비틀즈와 비틀즈의 음악이라는 존재가 사라져버립니다. 주인공만이(나중에는 몇 사람 더 있는 걸로 나옵니다 - 스포일이지만 2019년 영화니까 그냥 쓰겠습니다. ^^;) 비틀즈와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비틀즈의 음악을 연주하자 난리가 납니다. 모두들 주인공이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할테니까요. 그런 식으로 뻔한 조마조마가 이어지지만 꽤 귀엽고 유쾌하게 전개됩니다. 음악도 좋구요.
예고편만 봤을 때는 비틀즈 음악을 이리저리 엮어서 음악 영화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그런 영화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던 중에 그리고 보고 나서도, 감독 혹은 시나리오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메세지, 철학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정리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비틀즈와 무관하게 비틀즈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각각의 음악을 만들 때의 상황도 있고 그들의 삶도 있고 뭐 여러가지 좋고 나쁜 일들도 있었을 것이고, 바로 '그 음악'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음악에 담아낸 것이 인간의 보편적 감성,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도 그 음악을 듣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별도로 말이죠. (비틀즈의 음악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좀 걱정은 됩니다만.)
뉴턴, 그 전에 티코 브라헤도 마찬가지고 존경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들이 어떤 인물이었고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그런 의문을 품고 자연의 이치를 밝혀냈는지 어느 정도 알기는 알아야하겠지만, 그보다는 비틀즈의 음악에 담긴 심장같은 것, 엑기스같은 것을 데카르트의 철학과 뉴턴의 역학에서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되새기면서 들었습니다. 최소한 자연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요.
그리고 저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가 역사적 팩트도 고려해주면서 그런 '심장'을 찾아내고, 새로운 '심장'도 찾아내는 혹은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예스터데이>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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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한 사람과 그 작품, 당대나 후대에 수용되는 부분과 그 이유와 그로인한 영향과 변화, 그리고 후대에 처음 주장을 발전시킨 것. 이렇게 3가지는 구별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품이나 주장이나 이론이나 책이나 설명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작품이나 주장의 일부만 수용되거나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경우도 꽤 있을 것 같구요. ( 후대의 영향을 잘 따져보는 것이, 시간적으로 누가 먼저냐 보다 휠씬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금속활자의 경우, 영향력으로 본다면 고려와 구텐베르크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 또한 후대에 그걸 발전시킨 것은 원래 작가의 기대와는 많이 다를 수 있고, 그 발전된 것이 사회에 수용되는 것은 원래와는 또 다를 것이구요.
뉴턴 역학의 경우는 뉴턴의 저작보다는 후대에 발전시킨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닉 덕분이라지요?) 역학 체계가 사회에 영향을 더 많이 끼쳤고, 우리가 말하는 뉴턴 역학도 19세기말까지 발전시킨 그 역학체계 이지요.
19세기 말에 이제 물리학은 더는 할 것이 없다고 할 때의 고전 역학과 마흐가 공격한 뉴턴 역학과 아인슈타인이 전복시킨 뉴턴 역학, 이 들은 뉴턴이 만들어 발표한 것에서 굉장히 변화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변화, 발전한 고전 역학에서 창시자인 뉴턴의 의도, 성품, 발표당시의 사정이 얼마나 아직도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도 중,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고전역학을 배우지만, 이름만 뉴턴 역학이지 뉴턴에 대해 전혀 몰라도 잘 배울 수 있지 않나요?
과학사에선 큰 관심사 이지만요.
(그래도 뉴턴은 나쁜 놈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장현광의 생각은 전해지고, 발전되지 않았기에 그의 상황을 살피며, 그의 글만 읽지요. 여헌의 생각이 퍼져서 조선 사회를 변화시키고, 후학들이 발전시켰다면 ...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리스의 철학도 묻혔다가 천 몇 백 년 후에 다시 살아나 근대, 현대 문명을 만드는 바탕이 된 걸 보면 여헌선생의 철학에도 마지막 승부가 내려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하나의 작품, 이론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그 당대와 이전 이후가 모두 관여되겠지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하는 생성론이랄까 방법론 같은 것을 연구할 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만의 것은 더 이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공통의 자산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해석하는 자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죠. 그 해석이 보편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아니면 사라지겠죠.
굉장히 어렵고 절대 결론이 나지 않을 주제라서 어렵네요. ^^; 저는 비틀즈의 음악에 담긴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과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그들이 어떤 새로운 보편적인 감성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는가를 살피는 것과 뉴턴 역학에 담긴 우주의 보편적 원리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영화랑 연결지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써보았습니다. ^^
장회익선생님께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추구하신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 온전한 앎을 찾기 위해서 이전의 이론들 안에 있는 보편적인 원리와 앎의 결정체들을 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장 뉴턴 역학 부분에서 하고 넘어가야 할 작업은, 이 이론에서 우리가 가져다쓸 가장 보편적인 이치, 혹은 이치의 바탕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를 찾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것이 장회익선생님의 앎의 틀, 온전한 앎을 구성할 테구요.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선생님께서 하신 작업이 설득력이 있는지, 정말 보편적인지 따지는 일을 하는 것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마흐가 본 뉴턴 역학, 아인슈타인이 전복시킨 뉴턴 역학, 장회익샘의 틀에서 본 뉴턴 역학이 다 다를 겁니다. 장회익샘의 이론에 담긴 뉴턴 역학 후에도 또 다른 새로운 뉴턴 역학, 새로운 '장회익의 자연철학', 새로운 '새자연철학'이 나올 수 있겠죠.
결국 비슷한 얘기를 서로 조금 다르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말도 잘 못 하는데 글로만 논쟁을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네요. 이렇게 소심해서야. ㅋㅋㅋ
저는 선생님께 올리신 이 글과 답글에 모두 동의하며, 동감하고 있습니다.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가 역사적 팩트도 고려해주면서 그런 '심장'을 찾아내고, 새로운 '심장'도 찾아내는 혹은 만드는 작업 " 멋진 표현입니다 !
이런 작업을 통해서, 우리의 '심장'도 튼튼해 지지 않을까요?
( 서로 다른 주장으로 논쟁하며 뻣팅기려면 '심장'이 튼튼해야겠지요. 우리말 표현으로는 얼굴이 두꺼워야 할테구요. ^^ 그런데 그걸 너무 잘한 뉴턴은 나쁜 놈이구요 ^^ 왠지 뉴턴만 들어가면 말이 꼬이는군요... 농담이라고 한 건데 별로 같네요... ㅠㅠ)
크게 공감합니다. 결국 사람들의 이름이 붙은 모든 성취와 업적은 다 그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동시에 그 사람과는 다른 '작품'이 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 법입니다. 그러면서도 비틀즈의 음악을 비틀즈 구성원들과 분리시켜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인생과 삶과 사유와 믿음과 감성이 녹아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제가 염려하는 점은 '과학' 더 나아가 '자연철학'의 경우에는 예술이나 음악이나 문학과 달리 그 작품을 만든 사람과 분리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사실'과 '가치'의 이분법적 분리만큼이나 오래되고 강렬하고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라서,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수정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령 뉴턴이 불필요할 만큼 형이상학적인 '힘' 개념을 고집한 것은 그가 왕정복고 시절에 대학을 다니면서 강력한 독재적 왕권에 신념을 가졌고 또 삼위일체를 부정할 만큼 신권주의 내지 신정주의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접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뉴턴이 남긴 기록, 편지, 일기 등에서 선명하게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곳곳에 그러한 왕당파와 신정주의의 신념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뉴턴의 이름을 만나면, 그러한 그의 신념과 잘못된 믿음은 가려진 채 마치 그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기여라도 한 것처럼 잘못 추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던져진 물체의 궤적을 계산하는데, 당연히 뉴턴역학을 사용하고, 아주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공을 사용하는 운동의 경우, 저런 상황이 아주아주 많습니다.
그런 운동의 감독, 코치들은 (적어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정성을 공에 담으라고 어릴 적부터 지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인 정성은 뉴턴역학에서는 측정되지 않습니다.
연장전에서 모두 지쳤을 때 맞이한 결정적인 순간에, 당연히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승리를 위한 간절함을 담아서 공을 던지거나, 차거나 하겠지요.
하지만,
경기 후에 분석을 할 때는 저런 정성이나 간절함, 또는 담긴 영혼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투사체의 속도와 각도가 어떻고, 상대편의 반응 속도가 어떻고 ...
야구에서는 세이버 메트릭스라고, 저런 세밀한 분석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는 데카르트가 동물이 기계라고 말했다는 걸 듣고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군대의 장교였으며, 분명히 말을 탔을 것입니다.
말은 아주 예민한 동물이고, 말마다 개성이 아주 다릅니다.
그런 말을 탔던 사람이, 어떻게 동물이 기계라고 볼 수가 있을까요?
(집에서 동물을 키워보신 분은 제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데카르트의 매정한 관점이 그대로 그의 운동 법칙에 들어갔고,
그걸 이어받은 비정한 뉴턴... 그렇게 만들어진 뉴턴역학, 고전역학...
당연히 이걸로 운동경기를 분석하면, 그 선수들의 노력, 불안함, 간절함은 모두 제거될 수 밖에 없겠지요.
창시자의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위에 남긴 저의 덧글과 정반대의 글을 쓰는 건, 제 아이디가 '시지프스' 라서 그렇습니다. 돌이 꼭 같은 쪽으로만 굴러 떨어지지 않더군요. 이리로도 갔다가 저리로도 갔다가 합니다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