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작가의 분리와 과학, 수학의 경우
예술에서는 일반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봅니다. 과학에서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뉴턴은 악날하고, 야비하다지만, 그의 미적분이나 운동법칙도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수학에서 칸토어는 미쳐서 정신병원에서 죽었다지만 (실상은 또 복잡한 얘기가 있는 듯 합니다만), 그가 남긴 집합론이 현대 수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미친 놈이 만든 미친 이론 위에 지금의 수학이 올라가 있다고는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거든요. (칸토어의 스승인 크로넥커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만 ...)
수학의 구조적이며 추상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지금의 수학의 큰 뿌리인 군 이론은 프랑스 혁명기에 여자를 두고 결투로 죽은 젊은이의 치기어린 편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얘기도 반 혁명파에서 덫을 놓았다고, 그걸 알면서도 세상에 실망한 갈루아가 일부러 죽으려고 결투에 응했고 그래서 저런 편지를 남겼다고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군 이론이 철없고 무모하며 염세적인 젊은이의 불만이 담긴, 질풍노도 같은 불완전한 이론이라고는 누구도 (이건 정말로 누구도) 말하진 않습니다.
(이러고 보니, 수학 이론의 장시자와 함께 이론을 소개하면, 학생들이 저 딴 이론을 왜 배워야 하냐고 따지고 들겠네요. 교육현장에서 수학사를 안쓰는 이유가 이것일까요? ㅠㅠ )
아인슈타인도 개인사를 보면,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신 점은 정말 훌륭한 일이지만, 고매한 인품을 가지셨다고는 보기 힘들지요. 첫부인과의 결말이라던가, 말년까지 여자를 밝혔다는 얘기도 있구요. (어, 이건 남학생들에게 학습욕구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겠네요. 상대성이론을 잘해야 헌팅을 잘 할 수 있다던가 ... )
이렇게 쓰고 보니, 수학과 물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유명한 창시자를 본다면, 정상적이고 사회적인 사람에게는 원래 안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ㅠㅠ (오늘도 산으로 가는 결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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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는 사기꾼 (=정치적) 같고, 데카르트는 매정하고 (동물을 기계라고 했으니까요), 뉴턴은 그냥 다 나쁜 사람이고 ... 이런 사람들이 만든 고전역학, 이거 배워도 될까요? 이래서 구한말의 조상님들이 서양 오랑캐라고, 도덕을 모르는 놈들이라고 하셨나 봅니다. (도덕을 몰라도, 그들의 함선과 함포는 무서웠습니다. 성현의 가르침을 힘써 따라도, 총알이 비껴가질 않네요 ㅠㅠ)
저는 시지프스님의 의견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예술과 작품도 사실상 분리되지 않으며, 모든 사상가, 학자, 작가의 글과 작품은 그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이전에 어느 잘 알려진 시인이 실상 성폭력을 일삼던 사람임이 밝혀졌을 때, 그와 절친한 어느 문학비평가(역시 매우 유명한)가 작품과 시인을 구별해야 한다는 컬럼을 신문에 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문학비평가의 주장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믿습니다.
동아시아의 전통, 특히 성리학과 같은 학문에서, 또 중세유럽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깊이 토론되고 저술로 남은 자연철학은 모두 삶과 행실과 가치와 아주 가까이 있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그다지 구별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가치 판단과 사실 판단의 부적절한 구별이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폐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뛰어난 업적을 남긴 수학자의 삶이 그의 업적과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가령 부르바키 그룹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던 알렉산더 그로텐디크(Alexander Grothendieck 1928-2014)의 삶이 존경스럽고 닮고 싶습니다.
예, 저도 사실은 작가와 작품, 학자와 그의 주장이나 책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와 역사, 문화, 이런 것들이 당연히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연결인가는 경우마다 다 다를 것이고, 같은 경향의 연결도, 반대 성향의 연결도, 그것도 아니라 일부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마치 벡터 곱처럼, 원래 평면의 바깥 방향으로) 영향으로도 다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고 얘기해야 하고, 그렇게 해도 다른 사람에게 잘 설득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고, 연결을 해석하는 방식도 (이를테면 논란의 인물에 대한 다양한 평전이 있듯이) 여럿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에 주변의 영향을 잘 말하기 힘드니까, 그냥 학자의 삶과 그의 주장을 분리하고, 게다가 그 주장이 후대에 미친 영향과 나중에 발전한 방향까지 고려해보니, 아예 학자와 그의 주장, 이론을 분리시켜 (실은 주장, 이론만 남기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이름 정도나 말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의 삶이나 그의 동기는 몰라도 되는 에피소드 정도로만 취급하구요)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분명히 말하기 힘든 문제가 많으니, 대충은 둘이 분리된 것인 양 편의적으로 넘어가는데, 이러다 보니 딱히 연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얘기도 나오는 것이겠구요.
그리고 수학과 수학자는, 연결될 필요가 없고, 되려 연결되면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수학은 좀 유별나서요.)
그리고 저 위의 글과 이 밑의 덧글의 방향이 다르고 말이 왔다갔다 하는 건, 그래서 제가 '시지프스' 라고 닉네임을 붙였지요 ㅠㅠ
뉴턴이 악랄하단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요.
뉴턴의 자연철학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그의 성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생산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글 "아이작 뉴턴의 여러 성분들 중 하나"는 조폐국에 있던 뉴턴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관련된 이야기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047969" target="_blank" rel="noopener">뉴턴과 화폐위조범이란 제목의 책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342" target="_blank" rel="noopener">독재자 뉴턴이란 책은 원제 Newton's Tyranny: The Suppressed Scientific Discoveries of Stephen Gray and John Flamsteed (https://amzn.to/3GkWCIs)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의 업적과 성취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식의 성품 때문에 첫 번째 영국 왕실천문학자 즉 그리니지 천문대의 첫 번째 천문대장이었던 존 플램스티드가 곤혹을 치른 이야기며, 정전기와 전기통신을 연구했던 스티븐 그레이가 겪은 불행한 일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뉴턴이 미적분학을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를 놓고 라이프니츠와 논쟁한 것은 유명하지만, 덜 알려진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뉴턴이 라이프니츠의 제자를 돈으로 매수해서 런던에서 열린 왕립협회 청문회장에서 증인으로 내세웠던 이야기입니다. 로버트 후크를 질시하여 런던 왕립협회의 회장이 된 뒤 후크의 모든 흔적을 지우도록 명령한 것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뉴턴은 반면교사로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위인전을 보면 어릴적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성품이고 ... 이런 얘기만 잔뜩이지요. 하지만 평생 약점, 나쁜 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래도 인류의 문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뉴턴 같은 사례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업적과 성취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식의 성품" 이, 겉으로는 남을 무시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남의 성취를 알고, 질투해서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닐까요?
뉴턴의 절대공간, 절대시간도 신학 연구에서 왔겠지만, 어릴 적부터 불우한 환경과 학자로 인정받은 후에도 저런 경쟁에 신물이 나서, 비현실을 추구하고팠던 것은 아닐까요?
'악랄' 이란 단어가 어감이 쎄지요. 저도 직접 뉴턴을 만나 겪어본 건 아니지만요 ^^ 바로 윗 글의 자연사랑님 덧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심하게 못견디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다는 사람들을 모두 악랄한 방법으로 제거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셨으니, 정말 나쁜 짓도 서슴치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뉴턴은 후사도 끊겼다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