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질문] 의미기반에 대하여
작성자
고인석
작성일
2021-11-11 15:51
조회
2286
오늘 자료 가운데 <과학과 메타과학>(개정) 4장을 읽으면서 거기서 거론된 ‘의미기반’ 개념을 좀 더 잘 이해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예컨대 쿤이라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할)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의미기반이 변하고 같은 낱말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 의미변화를 포함하는 용어체계의 변화도 이러한 의미기반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견해가 그럴 듯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의미기반이 어떤 것일지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저자는 “원시적 과학 이론의 경우 의미기반으로서 일상적 언어를 활용할 수 있다”(103)고 서술하지만, 이어 과학 이론이 [양자역학의 등장과 전개처럼] 발전해감에 따라 “더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또 나름대로 (전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지니게 된다”(103)고 서술함으로써 일상의 언어가 의미기반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추정을 하게 합니다.
여기서 저의 의문은,
1) 의미기반의 기본 속성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일종의 언어체계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비언어적 요소들을 잔뜩 포함하는 존재-활동의 덩어리 같은 것인지? 그리고
2) 학문은 말로 한다는 점에서 일단 언어적 측면에 주목하면서: 과학의 의미기반은 어쨌든 일상의 언어인지, 아니면 과학 발전의 인도에 따라 일상의 언어보다 고양된 어떤 것인지? 후자라면, 과학의 변화가 “의미기반”을 수정한다는 의미에서 의미기반의 원초적 지위가 약화된다는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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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임에서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를 놓쳐서 답글로 제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제가 이해하는 '의미기반'의 개념은 루트비히 플렉의 사유양식(Denkstil/Denkkollektiv)이나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이나 미셸 푸코의 에피스테메와 상통하는 근원적 설정입니다.
마가렛 매스터먼은 쿤의 '패러다임'이란 용어가 21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Margaret Masterman. "The nature of a paradigm". In: I. Lakatos and A. Musgrave eds. Criticism and the Growth of Knowledge. 1965. pp. 59-89.
쿤은 그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2판 후기에서 패러다임을 좁은 의미에서는 범례로, 더 넓은 의미에서는 전문분야 내의 기본틀이란 뜻으로 사용하면서, 인식론적 전제, 존재론적 가정, 가치 등으로 확장해서 설명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과학이론을 평가할 수 있는 가치를 언급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정밀성, 일관성, 적용범위, 단순성, 유용성을 들고 있습니다.
플렉의 사유양식 개념은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플렉이든 쿤이든 푸코든 어느 경우든 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하는 존재-활동의 덩어리라고 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마치 프로이트가 상정한 이드나 수퍼에고 같은 가상적인 것이어서 사실상 사변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회익 선생님의 의미기반 개념은 오히려 가장 세련된 과학의 이론이나 개념을 통해서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나는 매우 언어적 대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상의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의미기반의 지위가 약화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제대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장회익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의미기반론이 스니드나 슈텍뮐러보다 오히려 플렉의 사유양식(Denkstil)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쿤도 '패러다임'이란 용어를 쓸때 플렉의 사유를 많이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플렉의 사유와 장회익 선생님의 사유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이 유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