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19-12-30 23:18
조회
6089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한반도에서 처음 이야기된 것은 1920년대 초부터입니다. 신문에서 상세하게 소개도 되었고, 여러 사람들이 이에 대해 강연회도 열었습니다.
1923년 7월 8일 마산 <뉴톤에서 아이스타인까지> (최윤식)
1923년 7월 14일 수원 <뉴톤으로부터 아인스타인> (최윤식)
1923년 7월 17일 서울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원리> (최윤식)
7월 21일 사리원(沙里院) <절대와 상대(絶對와 相對)> (최윤식)
1922년 8월 17일 하동공립전문학교 군은 「思惟의 窮極과 아인스타인의 相對性原理」 (강우석)
1925년 10월 31일 ‘학생과학연구회’ 주최 ‘과학문제강연’ <相對性原理에 對하야> 안일영(安一英)
1929년 4월 14일 경성 출판노조 주최 신춘강연대회에서 “相對性原理에 對하야” (이정섭李晶燮)
그런데 가령 1922년 동아일보에 실린 “「아인스타인」의 相對性原理”이란 제목의 해설기사를 보면
"그의 상대성원리를 “아지 못하면 現代人이 아니라 한다. 그러나 ... 아인스타인 자신이 豪言하얏스되 세계에서 자기의 學說 卽 상대성원리를 이해할 사람이 12人에 불과하리라 함을 보아도 이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
이라는 서술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도 상대성이론은 아주 어렵고 난해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실상 특수상대성이론은 생각보다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이론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높은 산을 등반하는 아인슈타인이 험난한 길을 통해 간신히 산 위로 올라가는 장면과 그 뒤에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여유롭게 완만한 등산로를 걸어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함께 보입니다. 심지어 열기구를 타고 여유롭게 그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MinutePhysics의 저자는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 꼭 나오는 로렌츠 변환이니 제곱근이 들어 있는 이상한 수식들을 꼭 알아야만 상대성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런 것 없이 상대성이론을 다 알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굳이 그런 험난한 길을 반복해서 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안내하는 상대성이론 이해의 길은 안전하게 따라 오르기가 매우 어렵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좌표계에서 모두 같은 값을 가진다는 것을 '가정'으로 내세웠다. .... 그러므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애써 빋고 따라 올라가다가도, 무의식 속에서 이 '사리'가 등장해 위협을 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쫓겨오고 만다." (157쪽)
"아인슈타인이 성벽의 약한 틈새를 거쳐 어렵사리 요새에 잠입한 경우라면, 뒤따라 들어온 민코프스키는 요새의 정문을 넓게 열어젖힘으로써 이제는 뛰어난 학자가 아니더라도 특수상대성이론이라는 어려운 고지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156쪽)
아인슈타인은 다른 이들이 하지 않은 독창적 사고를 하는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전문적인 물리학자들을 독자로 하여 1905년에 나온 그의 논문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아인슈타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책들이 이 어렵고 복잡한 방식을 그대로 채택하는 바람에 혼선을 빚고 있지만, '4차원 시공간'이란 개념을 출발점으로 굳게 잡는다면, 상대성이론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택한 경로가 아주 간결하고 분명합니다.
흔한 접근은 19세기 물리학자들의 세계로 가서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19세기 말에 미국의 마이클슨이 아주 정교한 간섭계를 고안하여 에테르의 존재를 밝히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영국의 피츠제럴드나 네덜란드의 로렌츠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 골머리를 앓았고,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로렌츠 변환입니다. 이를 잘 분석하면 상대방의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늘어나는 신비하고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쌍둥이역설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식의 접근이 너무나 오랫동안 여기저기에 늘어져 있었다는 것이 문제일 듯 싶습니다. 가령 물리학과에서는 그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꽤 처음부터 4차원 시공간 개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역사적인 맥락을 차근차근 짚어가는 것도 나름 유익하지만, 뭔가 상황이 혼동스럽고 복잡해 보일 때에는 오히려 역사적 전개를 다 무시하고 가장 깔끔하고 간결하게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실마리를 '상대속도' 개념에서 잡았습니다.
상대속도의 개념과 공식이 직관적인 것과 다름을 설명하기 위해 벽에 세워둔 두 사다리의 상대적 기울기를 탄젠트 함수를 이용하여 설명합니다. 상대속도로 본 4차원 시공간의 의미를 보인 뒤에 다시 아인슈타인의 두 기본 가정들로 돌아갑니다. 그러고 나면 시간 간격의 상대성이 쉽게 납득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고유시간 개념을 끄집어 냅니다. 이것은 예측적 앎에서 핵심이 됩니다. 먼저와 나중을 갈라낼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역학을 다루기 위해 4차원 속도와 4차원 운동량 개념을 도입하고, 더 들어가서4차원 상태와 상태 변화의 원리를 말함으로써 그림이 완성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는 방식은 그리 매끄럽지 않아 보이지만, 이것은 뒷장에서 다루어질 내용(특히 우주와 물질)을 위한 사전 준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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