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시간 방향으로의 속력
짧은 응답입니다. 제가 올린 글에 대해 굳이 '반박'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도입한 '시간 방향으로의 속력'이란 개념의 타당성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1. 운동이 "일정한 시간 변화 동안 공간상의 위치 변화"로 정의된다는 것이 상대성이론 이전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4차원이나 10차원이나 26차원이 되더라도 여하간에 별도의 시간 개념이 필요한 것인지의 문제는 더 깊이 이야기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이 문제는 오래 전 장회익 선생님과 제가 견해가 달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하간에 운동을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상대성이론으로 가면 시간과 공간이 섞이기 때문에 좌표시간이 아닌 확장된 시간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메타시간'이라 불렀습니다. 실제로는 4차원 시공간 또는 더 고차원 시공간에서 특정 방향으로 메타시간을 골라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을 미분기하학에서는 나누어꿰매기(foliation)라 부릅니다.
2. 아주 작은 양의 비가 도함수와 언제나 같은가 하는 문제, 즉$$ \frac{dy^2}{dx^2} = \left( \frac{dy}{dx} \right)^2$$이 성립하는가 여부는 별도의 글에서 더 다루는 게 좋겠습니다. 이 식에서 왼쪽 항은 아주 작은 양들(즉 $dy$와 $dx$)의 제곱의 비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두 숫자를 가지고 나눗셈을 한 것입니다. (당연히 이계미분과 혼동하지는 않죠. ^^ ) 이와 달리 오른쪽 항에서 $\frac{dy}{dx}$라 쓴 것은 두 양의 비가 아니라 $y(x)$라는 함수의 도함수입니다. 초급 물리학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기호를 적당히 잘 배열하여 발견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그 자체는 실상 별로 문제가 되지 않고, 제가 올린 #296 "4차원 불변 간격과 4차원 시공간"에서도 표준적인 방식으로 비슷한 논리 전개를 적어 놓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발견법적 도구를 조심스럽게 쓰지 않는 경우입니다. 두 미분량의 비와 도함수가 같은가 여부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염두에 두고 좌표변환에 대해 다른 좌표계에서도 통일된 의미를 갖는가 여부입니다.
$\frac{dt}{d\tau}$인지 $\frac{d\tau}{dt}$인지 수학에서는 자유롭게 미분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4차원 시공간 좌표 중 하나로서 $t$를 그 세계선에 대해 정의된 고유시간 $\tau$로 미분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조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독립변수인 고유시간 $\tau$는 하나이지만, 종속변수는 $(t, x, y, z)$로서 네 개이기 떄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다변수해석학이라는 분야에서 상세하게 다루는데, 틈이 나면 조금 더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 수학에서 3차원 공간 좌표를 좌표시간으로 미분하거나 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고 별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제가 써 놓은 것은 "위치를 좌표시간으로 미분하는 것이 모든 좌표계에서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매우 당연한 설명입니다. 이 점은 박용국님의 훌륭한 발제문에도 상세하게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모든 좌표계에서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4차원 시공간의 좌표 중 하나인 좌표시간 $t$가 아니라 스칼라 양인 고유시간 $\tau$에 대해 미분해야 합니다.
#297 "4차원 속도의 의미"에 상세하게 써 놓은 것처럼, 4차원 속도의 크기는 언제나 -1이 됩니다. $$ U\cdot U = -1$$ 이 말을 더 풀어 설명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간을 초나 년으로 재기로 하고 공간을 광초나 광년으로 재기로 하면 언제나 $c=1$이라서 수식에서 아예 $c$가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을 다룬 문헌들에서는 대체로 $c$가 나오지 않습니다. $c$를 다시 노출시키면
$$ X = (ct , \vec x)$$ 일 때 $$ U = (\gamma c, \gamma \vec V)$$가 되고, 그 4차원 크기를 계산하면
$$ U \cdot U = - \gamma^2 c^2 + \gamma^2 V^2 = - c^2 \gamma^2 (1- (V/c)^2 ) = -c^2$$가 되어 언제나 상수(스칼라)가 됩니다.
이 표준적인 접근에서 4차원 속도 벡터를 구하는 과정은 (1) 먼저 4차원 시공간 좌표를 먼저 설정하고, (2) 그 네 좌표로부터 고유시간이라는 스칼라 값을 얻은 뒤 (3) 시공간 좌표를 고유시간으로 미분한 양으로 4차원 속도를 정의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뒤에 (4) 4차원 속도의 (4차원) 크기는 언제나 스칼라 값이 된다는 것을 일종의 따름정리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이 말이 '벡터'라는 말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4차원 에너지-운동량 벡터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운동량을 공간 성분으로 하고 에너지를 시간 성분으로 하는 양을 만들면, $$ E^2 - \vec p ^2 = m^2 $$이라는 식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c$를 포함시키면 $$ E^2 - (c \vec p)^2 = (m c^2)^2$$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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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선생님께서는 '반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지만, 저에게는 '반박'을 할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글을 읽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물리학자의 설명을 엉터리라고 단정하는데 드셨던 근거에 저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함부로,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옳지 않은 근거로, 타인의 설명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브라이언 그린에게 굉장히 강하게 반박하시고 그의 글을 엉터리같은 글이라고 하셨으면서, 선생님의 글에 대한 반박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시면 브라이언 그린으로서는 억울할 것 같습니다.
1. 단순한 의견의 차이라면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차원 공간상의 운동'만을 운동이라 보시는 것은 선생님의 정의이며, 브라이언 그린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시간축 상의 운동을 정의했기 때문에 4차원 속도가 나올 수 있습니다.
2. dx, dy로 보지 마시고 델타 x, 델타 y로 보시고 다루면 되겠습니다. 더욱이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바로 그 괄호치기를 "4차원 속도의 의미" 글에서 그대로 쓰셨습니다. d tau 를 제곱근으로 표현한 부분에서 dt를 앞에서 빼면서 결국 (dx^2 + dy^2 + dz^2)/dt^2 을 V^2로 다시 쓰는 부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브라이언 그린에 지적하셨던 그 부분을 자신의 증명에서는 그대로 쓰셨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 내용들의 타당성 여부는, 보시는 분들이 알아서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박동훈 선생님 등판해주시죠^^
저는 브라이언 그린의 저서 '엘레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가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저명한 물리학자이고 전세계 여러 독자들에게 검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제 자신이 그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선생님께서 엉터리같은 글이라 단정하신 것으로 인해 그 책들에 대해 여기 모임 분들이 한 방향으로의 선입견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올렸던 글은 브라이언 그린 외에 다른 참고자료도 활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지적 외에 다른 지적들이 있다면, 김재영 선생님이시든 다른 분이시든 언제든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의 책들은 나름 훌륭합니다. 그린의 저서들이나 그의 연구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문제로 삼는 것은 "시공간 속으로의 운동"이라는 매우 독특한 개념과 이를 미주에서 설명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점입니다. 독특하다는 것은 독창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무도 쓰지 않는 개념이거나 접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보다는 4차원 시공간에서 좌표계에 따라 시간의 간격이나 공간의 간격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을 "시공간 속으로의 운동"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294 글에 답글로 달았던 것이 제 생각을 잘 요약하고 있어서 다시 가져옵니다.
"평소에 제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같고 다름"에 주목하는 편임을 아시는 분은 제가 브라이언 그린의 나름 독창적일 수도 있는 글을 과감하게 "틀렸다"라고 말하는 게 불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리학과 물리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로서는 브라이언 그린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논문이나 저서에서는 결코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일반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함부로 쓰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침소봉대해서 말하자면, 어차피 물리학을 모르는 독자들은 상세하게 설명해도 모를 테고 그런 것은 다 물리학 교과서에 있으니까 그냥 이렇게 대충 얼버무리는 것을 받아들여라 하는 식일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브라이언 그린이 컬럼비아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칠 때 이런 식으로 답안을 쓰면 점수도 안 주고 야단을 칠 텐데 교양과목을 가르칠 때에는 이런 식으로 쓰더라도 학점을 잘 줄 것 같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해하기에, 장회익 선생님이 <자연철학 강의>에서 택하는 접근법은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최대한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기존 물리학 전공자를 위한 이야기를 그대로 읊는 대신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로 전체 스토리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이전 글에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쓴 것을 좀 과격하게 "틀렸다"라고 적었습니다. 혜량하시길 바랍니다."